2017년 7월에 일본 활동을 시작한 트와이스는 최근 일본에서도 최고의 아이돌로 자리매김했다.(사진=뉴시스)
2017년 7월에 일본 활동을 시작한 트와이스는 최근 일본에서도 최고의 아이돌로 자리매김했다.(사진=뉴시스)

[뉴시안 '일본은 지금'=김경철 도쿄 통신원] 지난 9일~11일, 부산에서 개최된 BCM은 올해로 12년째를 맞는 아시아권 최대 규모의 방송콘텐츠 마켓이다.

전 세계의 48개국에서 1000여개사가 넘는 기업이 참석하며 대성황을 이룬 이번 행사에는 중국을 대신해 한류 컨텐츠의 최대 해외시장으로 부상한 일본에서도 사상 최대 규모의 바이어들이 참석했다.        

일본 바이어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콘텐츠는 단연 ‘한류 드라마’다.

그 중에서도 올해 최고의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는 TV조선의 ‘대군’이었다. 드라마는 수양대군과 안평대군을 모티브로 한 정통사극으로 일본에서도 잘 알려진 윤시윤, 주상욱 등의 배우들이 기용됐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드라마의 일본 판매 가격은 편당 15만달러로, 2015년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행사에 참석한 일본 영화배급사 ‘크록크웍스’의 사이토 유카리씨는 “사극은 전통적인 한류팬인 여성 시청자들 뿐 아니라 남성 시청자들도 좋아하는 장르라서 사업전개가 용이하다. 반면 한국에서는 제작비 문제 등으로 올해 사극에 대한 제작 계획이 거의 없다고 들었다. 즉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과거 전성기때 만큼 가격이 폭등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류 드라마를 전문으로 배급하는 (주)와코의 하루카와 요지씨는 작년부터 한류 드라마 가격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2016년에 바닥을 찍고부터 한류 드라마 가격이 다시 올라가고 있다. 작년부터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회당 가격이 10만 달러를 넘는 드라마도 여러 편 등장했다. 더구나 이번 마켓에는 새롭게 한류 드라마를 구매하려는 일본 업체들이 다수 참가한듯하여, 앞으로도 경쟁률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이라면 올 연말쯤에는 2010-2012년 경에 있었던 한류거품이 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2003년, 원조 한류드라마인 ‘겨울연가’가 NHK 위성에서 방송된 후, 지상파 방송을 통해 일본 전역에 방송되어 최종회 시청률 20.4%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면서 일본 방송계에 한류 드라마 붐을 일으켰다.

당시 장기불황에 고민하던 일본 방송가는 저렴한 비용으로 고 시청률을 내는 한국 드라마를 앞 다투어 사들이며 드라마에 의한 한류 붐을 촉발시켰다.

이후 한류는 급격히 진화되면서 드라마뿐 아니라 케이팝, 뮤지컬에 이르기까지 일본 대중문화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아베 정권의 탄생과 넷우익을 비롯한 혐한세력이 등장하던 2013년경부터 일본 내 한류의 인기는 급속히 식어버렸다.

2014년의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의 50%가 한류는 “이미 끝났다”고 대답했다. 한류 침체의 원인으로 일본의 우경화가 진행되며 반한 기류가 조성된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2014년도 한류백서] 자료)

그랬던 일본에서 최근 들어 다시 한류 붐이 찾아 왔다. 최근의 한류 붐은 과거 욘사마에 열광하던 중장년여성이 아닌, 여중생, 여고생을 중심으로 하는 10대 여학생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2017년 12월, 10대 여학생들의 트랜드를 분석하는 [JC(여중생)JK(여고생) 유행어 대상]에서 ‘사람’ 부분 1위를 차지한 것은 한국의 여자아이돌 그룹 ‘트와이스’였다.

이 밖에도 ‘물건’ 부문 1위에는 ‘치즈 닭갈비’, 3위에 ‘우유크림’ 이 랭크되었다.

2017년 7월에 일본 활동을 시작한 트와이스는 2017년 연말에 최고의 가수들만에 초대되는 ‘NHK 홍백가합전'에 한국인으로서는 6년 만에 참석하며 일본에서도 최고의 아이돌로 자리매김했다.

치즈풍듀를 연상시키는 한국의 매운맛 치즈닭갈비는 인스타그램에서 사진발이 좋다는 점도 여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이유가 되고 있다.

한류의 퇴조와 함께 고스트 타운화 되어 가던 도쿄의 코리아타운 ’신오쿠보‘는 주말이 되면 치즈닭갈비를 맞보기 위해 찾아오는 여고생들로 북적이고 있다.

우유크림은 K뷰티 전문 쇼핑몰인 ’스타일난다‘의 오리지널 제품으로 일본 여학생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 ’얼짱‘ 화장의 필수품이다.

우유팩을 본뜬 팩키지와 우유에 함유된 단백질 성분이 들어있다는 이유로 우유크림으로 불린다.

2003년경에 한류 드라마로 인해 촉발된 최초의 한류붐, 2010년경부터 동방신기와 소녀시대 등의 케이팝이 가세한 2차 한류붐에 이어, 최근의 3차 한류붐은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등의 SNS를 발신지로 하여 케이뷰티와 케이패션까지 아우르며 젊은층에게까지 저변 확대되고 있다.

모처럼 다시 시작된 한류 붐이 ‘가장 중요한 이웃’으로서의 한일 양국의 관계발전에 이바지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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