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7월 21일 일본 마쓰야마 지방재판소가 21일 에히메현 이카타(伊方)원전 3호기 재가동 중단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자,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주민들 및 변호인이 재판소 앞에서 '부당 결정'이라며 항의하고 있다. (사진출처=NHK)
지난 해 7월 21일 일본 마쓰야마 지방재판소가 21일 에히메현 이카타(伊方)원전 3호기 재가동 중단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자,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주민들 및 변호인이 재판소 앞에서 '부당 결정'이라며 항의하고 있다. (사진출처=NHK)

 

[뉴시안=김지형 기자]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반원전 전도사로 변신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원전을 유지ㆍ확대하려는 아베 신조 정권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반성이 없다"면서 또 다시 비판하고 나섰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13일 발간된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7년간 (사실상) 원전을 가동하지 않았어도 하루도 큰 정전이 없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고이즈미 전 총리 집권시기 아베 총리를 관방장관으로 임명하는 등 아베 총리와 원전 재가동 문제로 갈라서기 전까지 정치적 스승으로 불렸다. 하지만 정계 은퇴 후 고이즈미 전 총리는 '탈원전' 운동을 펼치면서 아베 총리와 대립각이 지속되고 있다.

그는 오는 9월 실시되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3연임이 어려울 것이라면서 차기 총리로 고노 다로 현 외무상을 지지하기도 했다.

고노 외무상이 아베 정권 내각에 임용됐지만 '원전 제로(zero)'를 찬성해왔고, 차기 자민당 총리가 결단하면 원전 제로 정책이 달성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원전에 지원하는 돈을(수력ㆍ풍력ㆍ태양광 등) 자연에너지로 돌리면, 과거 원전이 공급했던 30% 정도의 전력은 10년이면 자연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다"면서 "향후 전체 전력을 자연에너지로 만들 수 있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원전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원전 제로를 위해서는 아베 총리의 교체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원전 수출 정책에 대해서도 "위험성이 있어서 자기 나라에서는 원전 건설을 안 하고, 외국에 수출하려는 발상은 이해할 수 없다"고 깎아내렸다.

한편 현 아베 정부는 올 여름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할 '제 5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전력 공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2030년까지 20~22%로 유지하는 내용을 명기할 방침이라고 아사히 신문은 지난 12일 보도하기도 했다.

일본의 에너지기본계획이란 국가 중장기 에너지 정책의 큰 틀을 정한 문서로, 3~4년에 한 번씩 개정한다.

최근 공개된 일본 정부의 초안에 따르면, 2030년 전체 전력 생산량 중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3년 전 내놓은 '제 4차 에너지기본계획'때와 마찬가지로 20~22%로 정했다.

이 비율을 유지하려면 원전 30기 가량을 가동해야 한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은 8기에 불과한 만큼 일본 정부의 이런 방침은 원전 가동 연장(원칙 40년ㆍ1차례 최장 20년 연장 가능) 이외에도 신ㆍ증설의 길을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 정부는 이번 초안을 바탕으로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올 여름 각료회의에서 정식 결정할 방침이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직전까지 원전 50기를 가동해 전체 전력 29%를 충당하는 원전 대국이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현 제 1야당인 민주당 정권이 원전 제로를 선언하고 전국 원전의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그 결과 에너지 부족이 심각해지고 전력 가격도 폭등했다. 결국 아베 총리는 재집권에 성공한 뒤, 지난 2014년 원전 재가동 정책을 선택했다.

아베 총리는 강화된 안전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 한해 재가동을 인정했지만, 아베 정권의 원전 부활 정책에 야권ㆍ일부 시민단체ㆍ여권 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여전히 높은 실정이다.

지난 1월 고이즈미 전 총리는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와 함께 '원전 제로ㆍ자연에너지 추진연맹'의 고문을 맡고 있다. 이 연맹은 원전폐지ㆍ태양광 에너지 등 자연에너지 도입 추진, 2050년까지 모든 전력으로 자연 에너지원 사용을 주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정치권에 제안하기도 했다.

고이즈미는 2017년 3월 원전을 '돈을 먹는 벌레'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또한 그동안 복수의 일본 언론을 통해 "정부ㆍ전력회사ㆍ전문가가 '원전은 안전하고 비용이 가장 싸며 깨끗한 에너지'라고 말하는 건 전부 거짓말"이라고 일본 정부의 원전 재가동을 비판해 왔다.

아베 총리는 지난 2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 원전 반대 여론에 대해 "책임있는 에너지 정책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많은 원전이 정지한 가운데 일본 가정에서 약 10% 전기요금이 올랐다"면서 원전 재가동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이후 새롭게 마련된 원전 가동 기준을 충족해 2015년 이후 재가동에 들어간 규슈전력 센다이 원전 1ㆍ2 호기 등 총 5개 원전 8기를 가동하고 있다.

지난 1월 교도통신이 실시한 전화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이즈미 전 총리 등이 주장하는 '전 원전 즉시 정지'에 대해 찬성 49.0%, 반대 42.6%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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