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소니 전시장에서 지난 1월 11일 사람들이 신형 로봇개 아이보의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 도쿄의 소니 전시장에서 지난 1월 11일 사람들이 신형 로봇개 아이보의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이석구 기자] 기동전사 건담, 철완 아톰, 신세기 에반게리온, 백수왕 고라이온(볼트론) 등은 모두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며, 3~4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일본을 넘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품이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역시 ‘로봇’이 작품의 주체가 된다는 점이다. 이렇듯 일본은 세계를 매료시킨 로봇 애니메이션을 수없이 만들어낸 나라다.

일본은 전통적인 로봇 강국이다. 세계 1위의 산업용 로봇 기업 화낙(FANUC)을 포함해 세계 상위 10대 로봇 기업 중 6개가 일본 기업이다.

과거엔 산업용 로봇에 그리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이 활용되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이 본격적으로 접목되고 있다.

특히 소프트뱅크가 페퍼(Pepper)를 출시하면서 일본에서는 세계 최초로 본격적인 서비스 로봇의 대중화 시대가 열리게 됐다.

제조업에 이용되는 산업용 로봇과 달리 서비스 로봇은 인간을 자율적으로 돕는 로봇으로,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이 몹시 중요하다.

페퍼 출시 이후 일본 사회 전반적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으며, 세계에서 주목 받는 인공지능 스타트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로봇 활용 사회를 실현한다는 목표 아래 ‘로봇 신전략’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본을 전세계 로봇 혁명의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일본은 산업용 로봇 생산의 세계 최강자다.

아베 정부는 2014년 6월 신성장전략을 발표하면서 로봇에 의한 새로운 산업혁명을 선언했다. 

중국 등을 중심으로 산업용 로봇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의 산업용 로봇 매출이 10조원 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일본 로봇업체, 2년 연속 사상 최대 규모 수주 기록

일본로봇공업회는 2018년 일본 업체들의 산업용 로봇 매출이 전년 대비 10% 이상 늘어나 사상 처음으로 1조엔(약 9조5779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 다른 산업용 로봇 기업 협회인 일본공작기계공업회는 일본 로봇 생산업체들이 2년 연속 사상 최대 규모 수주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나바 요시하루 화낙 회장은 “생산 설비를 풀가동해 최대한 만들고 있지만 수요를 따라가기 힘들다”며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9000억엔(약 8조6219억원)에 달한 회사 전체 매출도 3~5년 안에 2조엔 대로 커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제로봇연맹(IFR)의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산업용 로봇의 52%가 일본의 로봇제조업체를 통해 만들어진다.

중국을 중심으로 인력 부족과 임금 상승 현상이 널리 퍼지면서 공장 자동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산업용 로봇 판매가 빠르게 증가하는 배경이다.

해외 수요가 늘면서 화낙은 이바라키현 지쿠세이시에 630억엔(약 6035억원)을 투입해 월 4000대 규모의 새로운 로봇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회사의 생산능력은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쓰비시중공업도 올 6월부터 중국에서 로봇 생산을 시작해 전년 대비 생산 규모가 1.5배가량으로 커질 전망이다.

2020년까지 제조분야에서 2배, 서비스 등 비제조 분야에선 20배로 로봇시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인데, 일본이 이처럼 로봇산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은 1970년대에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그렇기에 인력을 대체하기 위한 방법을 갈구하였고, 그 해법으로 내놓은 것이 산업용 로봇 도입이었다.

그 결과 일본경제는 생산성의 비약적인 향상을 통해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버블경제가 막을 내리면서 일본의 고령화는 훨씬 심화되었다.

인력이 갈수록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일본은 기존에 개발했던 로봇을 새로운 분야에 활용하려는 연구에 몰두하게 되었다.

그 결과물로 2000년에 혼다가 ‘아시모’를, 2015년엔 소프트뱅크가 ‘페퍼’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두 로봇 모두 인공지능이 탑재된 휴머노이드로서, 전통적으로 로봇을 활용하던 공업 분야가 아닌 서비스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일본은 후발주자들의 맹추격을 받는 상황이다.

판매량 세계 2위 한국, 메이저 기업과 기술 격차 크다 

엄청난 자본을 앞세운 미국과 중국의 추격이 거센데, 이 중 미국의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보행형 로봇 ‘아틀라스’를 통해 인간이 할 수 있는 행동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해내고 있다.

반면 한국은 판매량(2016년) 기준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메이저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현대로보틱스가 유일하게 글로벌 기업에 속하지만 핵심 부품들은 여전히 수입에 의존한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한국의 로봇 기술수준은 로봇 선진국인 미국과 비교해 4.2년 뒤져 있어, 중국 보다는 앞서 있지만 일본과 EU 보다도 한참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원 한국은행 아태경제팀 과장은 "로봇기술의 혁신적 발전을 위한 정부 및 민간투자를 확대해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다양한 로봇 연관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노동 대체로 소멸되는 일자리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글로벌 로봇산업 시장동향’ 자료를 보면, 제조로봇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격차를 줄이기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한국 로봇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대안은 있다. 협동로봇이다.

협동로봇은 사람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로봇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같이 일하는 인간의 안전성 확보다. 

현재까지는 센서나 전기 신호를 기반으로 주변 사물(사람)을 인식해 피하거나 작동을 멈추는 기능을 기본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협동로봇 시장은 전세계 어느 국가든 출발선이 비슷

협동로봇은 2016년 물량 기준으로 산업용 로봇의 2.4% 수준이다. 연평균 성장률 약 58%로 매우 빠르게 성장해 2022년에는 2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벤처캐피털 루프벤처스에 따르면 세계 협동로봇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6조5600억 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대표 협동로봇 기업은 한화정밀기계다. 한화정밀기계는 가반 중량 5㎏인 ‘HCR-5’를 출시해 이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데 성공했다.

이어 최근에는 가반 중량 3㎏인 ‘HCR-3’, 12㎏인 ‘HCR-12’ 모델을 추가로 출시하였다. 또 지난 3월, 싱가포르 정밀기계 자동화 기업 PBA그룹과 합자법인을 설립하며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문전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은 “현재 협동로봇 시장은 전세계 어느 국가든 출발선이 비슷하다. 국제표준이 최근 들어 만들어졌고, 한국이 표준화 작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만큼 이 시장에서는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좋을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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