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오산 미공군기지 상공에 전개된 미국의 전략자산  B-1B 전략폭격기 2기와 F-16.(사진=뉴시스)
경기도 오산 미공군기지 상공에 전개된 미국의 전략자산 B-1B 전략폭격기 2기와 F-16.(사진=뉴시스)

[뉴시안=김도진 기자]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비핵화’의 의미와 범위를 둘러싼 논의가 일고 있다.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를 선언하며 한발 앞서 비핵화 조치에 나선 북한이 반대급부로 주한미군의 '핵우산‘을 제거하라는 요구를 할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청와대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우산 철수와 전략자산 전개 문제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가 논란이 일자 한발 뒤로 빼는 모양새를 취하는 등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전술 핵 철수와 핵우산 제거는 보수 야당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것으로,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인  '4·27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 과정에서 갈등을 낳을 것으로 전망된다.

판문점 선언 제3조 4항에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해나가기로 하였다'는 문구도 담겨 있다.

판문점선언에 명시된 '한반도 비핵화', '핵 없는 한반도'라는 문구는 북한의 비핵화와 함께 북한이 주한미군의 '핵우산‘ 제거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가능성도 있다.

“비핵화 의미, 남북미 다르지 않아”

실제로 2007년 제2차 남북 정상회담 때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의 의미를 두고 북한과 미국의 개념 차이를 분명히 한 바 있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계관 외무성 부상에게 2·13합의 내용을 노무현 대통령 앞에서 보고토록 했는데, 김 부상은 다음과 같이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의 의미를 진술했다.

 "우리는 전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요구한다. 그들(미국)은 북반부 비핵화, 우리한테서 핵무기를 빼앗아 내면 비핵화가 다 됐다고 생각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만큼 비핵화 의미를 둘러싼 북한의 생각이 2007년과 달라졌을 가능성은 적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 남북 정상회담을 할 때도 남북한 모두 포함한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 구상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을 9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비핵화 의미가 나라마다 다르다고 보지는 않는다.

비핵화의 정의에 대해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며 "한국·미국·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가 같다고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핵우산을 제거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것도 남북 정상회담에서 논의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답변을 피했다.

트럼프, "비핵화는 한반도 전체 비핵화라는 의미“ 표명

트럼프 대통령도 비핵화는 북한의 비핵화만이 아닌 한반도 전체 비핵화라는 뜻을 밝히면서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우산 제거가 논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10일(미국 동부시간) 북한에서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세 명을 미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나의 업적은 한반도 전체를 비핵화(denuclearize that entire peninsula)할 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핵우산이란 한국이 핵공격을 받았을 때 미국이 핵무기로 보복 응징한다는 확장억제 수단을 말한다.

그래서 핵공격을 한다기보다 핵 공격에 대비함으로써 북한이 섣불리 공격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 목적이다.

한미 외교·국방 당국은 정기적으로 외교·국방(2+2)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열고 주한미군의 핵우산 공약을 포함한 확장억제 수준을 논의한다.

미국은 전략자산인 장거리 전략폭격기 B-52, 초음속전략폭격기 B-1B 랜서, 스텔스폭격기 B-2 스피릿, 스텔스 전투기 F-22 등에 전술 핵폭탄 B-61을 싣고 언제든 북한을 폭격할 수 있다.
미국은 약 500여기의 전술 핵폭탄 B-61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1991년 한반도에서 철수한 전술핵 문제보다는 향후 전술핵 투발 수단인 미 전략자산 전개를 금지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 경우 한미동맹과도 깊게 연관돼 있어 한국과 미국은 재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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