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IBK창공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 행사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참여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송범선 기자] 코스닥 벤처펀드가 출시 한 달 만에 설정액 2조4000억원을 넘기며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있지만 출범 이후 실제 관련 업체 주가는 오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5일 출시된 코스닥 벤처펀드는 코스닥 시장의 수급 개선에 기여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당시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로 바이오·헬스케어 종목은 물론 게임, 미디어, 콘텐츠 등의 종목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코스닥 벤처펀드가 출범한 지난 4월 5일 이후 코스닥의 바이오·헬스케어, 게임, 미디어, 콘텐츠 종목들의 주가가 대체로 하락했다.

코스닥 벤처펀드 자금력의 수혜를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헬스케어 종목들은 최근 1달 넘게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고 말했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대형 바이오 종목이 하락하기 시작하자, 중소형 벤처 바이오 기업들도 함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형국이다.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의 게임주들도 4월 코스닥 벤처펀드 출범 이후 줄곧 약세였다.

이들 대형 게임회사들의 하락세에 중소형 벤처 게임업체들의 주가도 대체로 내리막길을 탔다.

코스닥 방송 미디어 주가도 마찬가지다.

에스엠, 와이지엔터테인먼트, JYP Ent 등의 코스닥을 대표하는 엔터테인먼트 소속사들도 4월 이후 지속 약세 흐름이다.

그러나 코스닥 벤처펀드에 의한 바이오·헬스케어 업종의 주가 부양은 여전히 이어질 것이란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온다.

코스닥 벤처펀드 설정액이 2조4000억원을 넘은 만큼 큰 자금 수요가 바이오·헬스케어 가격 하락을 막아줄 것이란 분석이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150에서 바이오·헬스케어 업종의 시가총액 비중은 40%에 달한다"며 "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은 바이오, 헬스케어 업종을 배제하고는 코스닥 시장의 상승을 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섹터인 게임 소프트웨어도 차세대 수출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게임 업종은 탄탄한 지적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신작 글로벌 출시와 이를 통한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

미디어, 콘텐츠 업종은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인터넷 TV) 기업들의 콘텐츠 확보 경쟁의 반사 수혜도 예상된다.

코스닥 지수는 코스닥 벤처펀드가 출범한 4월 이후 지속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차트=하나금융투자)

코스닥 벤처펀드란?

코스닥 벤처펀드는 펀드재산의 50% 이상을 벤처기업 또는 벤처기업 해제 후 7년 이내 코스닥 상장 중소·중견기업의 주식 등에 투자한다.

이중 펀드재산의 15% 이상은 벤처기업의 신규 발행 주식 등에 투자한다.

이 펀드에 투자한 국내 거주자는 투자금액 중 3000만원까지에 대해 10%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다.

다만 소득공제는 2020년 12월31일까지 펀드 매수가 완료(매수대금 결제 기준)된 금액을 대상으로 한다.

소득공제 혜택을 위해서는 코스닥 벤처기업 등에 자산의 50% 이상을 투자해야 하며 코스닥 신규 IPO기업의 공모주 물량 중 30%는 벤처기업 투자신탁에 배정한다.

코스닥 벤처펀드가 최근 출범 한 달만에 설정액 2조4000억원을 넘긴 것에 대해 금융위는 흥행 요인으로 ▲공모주 배정에 따른 수익률 기대 ▲가입에 제한 없는 소득공제 혜택 ▲코스닥 시황 등을 들었다.

제약 지수는 코스닥 벤처펀드가 출범한 4월 이후 지속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차트=하나금융투자)

사모펀드 비중이 높은 문제 지적받아

15% 신주 투자의무 등에 따라 구조적으로 사모펀드 조성 비중이 높게 나타나는 점은 코스닥 벤처펀드의 한계로 지적된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을 기준으로 82개 운용사에서 출시한 182개 코스닥 벤처펀드의 설정액은 2조4049억원으로 집계됐다.

공모형 펀드(10개) 설정액은 6727억원, 사모펀드는(172개)는 1조7322억원이었다.

사모펀드가 72%를 차지해 규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모펀드 쏠림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난 달 30일 정부는 세제혜택이 부여된 벤처기업 투자신탁에 코스닥 공모주 30% 우선 배정 인센티브를 부여라는 개선책을 내놓았다.

70%에 달하는 사모펀드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이는 사모형 펀드로 자금 쏠림을 완화하기 위한 방침으로 해석된다.

또 주간사 재량으로 공모펀드에 최대 10% 추가 물량 배정을 허용키로 했다.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장기투자를 유도하도록 일정기간 환매금지 기간을 두고 운영하는 경우에 한해 공모주 우선 배정 참여자격을 부여한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사모펀드 위주의 경향이 지속될 경우 코스닥 벤처펀드의 도입 취지가 퇴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비상장기업, 벤처기업 등 초기투자에 적합한 사모펀드는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중심의 비상장단계 초기투자에 보다 특화할 계획이다. 

투자자 보호 필요성이 큰 공모펀드의 경우 공모주 중심의 상장 주식에 보다 원활히 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금융위의 복안이다. 이를 통해 공모 코스닥 벤처펀드와 사모 코스닥 벤처펀드간 균형 발전과 역할 분담을 도모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공모주 및 메자닌 시장 과열 우려

향후 벤처펀드 간 경쟁 심화로 공모주 및 메자닌 시장 과열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벤처펀드의 흥행 이면에는 공모주 및 메자닌 시장 과열과 그에 따른 펀드 수익률 하락이라는 잠재적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메자닌 시장은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대한 투자자 니즈 증대로 지난해 말 기준 발행금액(4조9000억원)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로 메자닌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발행자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는 등 시장이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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