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 1부상이 2005년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 국제공항에 도착한 모습(사진=뉴시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 1부상이 2005년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 국제공항에 도착한 모습(사진=뉴시스)

[뉴시안=김지형 기자]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 1부상은 16일 자신들의 일방적인 핵포기만 강요하는 대화에는 흥미가 없으며, 다음달 12일 조미(북미)정상회담에 응할지 재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이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북한은 돌연 남북고위급 회담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우리 측에 통보하기도 했다.

김 제 1부상은 이날 담화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조미관계개선을 위한 진정성을 가지고 조미수뇌회담에 나오는 경우, 우리의 응당한 호응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ㆍ미정상회담이 제 3국인 싱가포르에서 다음달 12일로 확정된 가운데 주요 의제 논의를 앞두고 미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튼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의 고위관리들은 '선 핵포기, 후 보상' 방식을 내돌리고 있다"면서 "리비아핵포기 방식이니,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니, '핵ㆍ미사일ㆍ생화학무기의 완전폐기'니 하는 주장들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제 1부상은 "이는 대화상대방을 심히 자극하는 망발"이라면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있어서 대국들에게 나라를 통째로 내맡기고 붕괴된 리비아나 이라크의 운명을 존엄 높은 우리 국가에 강요하려는 심히 불순한 기도의 발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핵개발의 초기단계에 있던 리비아를 핵보유국인 우리 국가와 대비하는 것 자체가 아둔하기 짝이 없다"고도 비판했다.

또한, "지금 미국은 우리의 아량과 대범한 조치들을 나약성의 표현으로 오판하면서 저들의 제재압박공세의 결과로 포장해 내뜨리려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어 "미국이 우리가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 보상과 혜택을 주겠다고 떠들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 한 번 미국에 기대를 걸고 경제건설을 해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거래를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 역설했다.

한편 북한은 16일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고위급회담을 당일 새벽 전격 취소, 그 배경을 둘러싸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미 공군의 연례적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를 문제 삼아 회담을 무기 연기한다는 방침을 우리 측에 알려온 것이다.

이는 북한이 남측이나 미국과의 중요한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일종의 '압박 전술'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북한이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전후 우리 측에 주요 사안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평창올림픽을 앞둔 1월 19일 북한은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예술단 사전점검단의 파견을 중지한다고 한밤 중 전격 통보하기도 했다.

같은 달 29일에는 남측 언론 보도를 거론하며 금강산에서 진행하기로 했던 남북 합동문화공연을 취소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기도 했다.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회담도 하루 전 돌연 연기하자고 제안해 당초 합의한 예정일보다 하루 늦춰진 5일 개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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