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신임 총리가 16일 쿠알라룸푸르 기자회견 모습(사진=뉴시스)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신임 총리의 16일 쿠알라룸푸르 기자회견 모습(사진=뉴시스)

[뉴시안=김지형 기자] 말레이시아 사상 첫 정권교체를 이룬 마하티르 모하맛(93) 말레이시아 신임 총리가 16일(현지시간) 쿠알라룸푸르에서 전격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국영투자기업 1MDB가 돈세탁한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회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국부로 불렸던 마하티르 신임 총리는 정계은퇴를 선언했던 지난 2003년 이후 15년 만에 총리로 복귀했다.

지난 9일 말레이시아 총선에서 승리해 새 정부 수반이 된 마하티르 총리는 이날 반부패 척결을 강조했다. 관련자들은 증거가 드러나는 대로 즉각 체포할 것이라고도 경고하기도 했다.

마하티르가 이끈 야권 연합인 희망연대(PH)는 지난 9일 실시된 총선에서 승리하며 여당 연합인 국민전선(BN)의 61년간에 걸친 1당 독재를 종식시켰다.

마하티르 총리는 전임 총리와 측근들의 정치자금 인출기 역할을 해 온 1MDB의 대규모 부패 스캔들에 대한 조사를 재개함으로써 기득권의 저항을 압박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나집 라작 전 총리와 측근들은 1MDB를 통해 나랏돈 60억달러를 국외로 빼돌려 사치를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날 나집 전 총리의 자택수색에 나서는 등 새 정권의 적폐청산은 본격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전날 말레이시아 이민부는 나집 전 총리 부부에 대한 출국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나집 전 총리 부부는 말레이시아를 떠나 자카르타로 향할 예정이었다.

이로 인해 1MDB와 관련된 돈세탁 및 횡령 혐의로 처벌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해외도주를 하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1MDB는 나집 전 총리가 지난 2009년 출범시킨 국부펀드로 미국ㆍ스위스ㆍ룩셈부르크 등 선진국뿐 아니라 싱가포르와 같은 제 3국에서 돈세탁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고 있다.

마하티르 총리 집권 이후 수사가 확대될 경우 기득권이 된 나집 전 총리의 정치적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는 대형게이트로 번질 조짐이다.

나집 전 총리는 재임 시절인 지난 2015년 국부펀드 사적 유용 의혹이 제기되자 당시 검찰총장과 부총리 한 명을 경질하기도 했다. 이후 언론을 통제하는 등 권위주의 성격의 독재정권의 면모를 드러냈다.

나집 전 총리는 지난주 열린 기자회견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없으니 차기 총리는 국왕이 결정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권 대 야권 구도에서 79석 대 121석으로 크게 밀렸지만, 정당별 의석수는 나집 전 총리의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이 54석으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술탄 무하맛 5세 국왕이 나집 전 총리의 연임에 손을 들어줄 것이란 해석도 일각에서 제기된 바 있다.

사실상 총선 불복을 선언한 나집 전 총리 세력과 향후 마하티르 총리와 권력다툼이 가열될 것으로 전망이 제기된 배경이다.

마하티르 총리는 보복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발언했지만, 나집 전 총리 세력에 대한 심판은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마하티르 집권 이후 기득권의 반발과 그간 1당 독재의 기반이 돼왔던 지역을 중심으로 불만도 고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야당으로 전락한 국민전선(BN) 등 정치권과, 그 지지 세력으로 수사가 확대될 경우 국민 분열에 따른 사회 혼란이 더욱 가중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말레이시아 선거관리위원회는 마하티르 총리가 이끈 야권연합인 희망연대(PH)가 하원의석 222석 중 과반인 121석(54.5%)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의 나집 전 총리가 이끄는 여당연합인 국민전선(BN)은 79석(35.65%)을 차지, 정권 교체가 이뤄진 것이다.

1946년 창당된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은 1957년 말레이시아가 영국에서 독립한 후 집권당이 돼 61년간 말레이시아 총리를 배출해왔지만, 이번 총선을 통해 야권연합에 자리를 내주게 됐다.

하지만 마하티르 총리 역시 한때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 소속으로 지난 1981년부터 2003년까지 5차례 총리직을 역임하며 32년간 장기집권했다.

이로 인해 이번 희망연대(PH) 승리가 진정한 정권 교체로 보긴 힘들다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마하티르 총리는 한 때 나집 전 총리의 정치적 스승으로 알려졌지만 나집 전 총리 부패 스캔들 이후 야권연합에 합류해 이번에 정권교체를 이뤘다.

마하티르는 2016년 야권에 '반나집 연대'를 제안했고, 지난해 7월 '신야권연합 희망연대(PH)' 의장으로 선출된 데 이어 9월 말레이시아원주민연합당(PPBM)을 창당해 희망연대(PH)에 합류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이날 6월1일부터 6%의 재화용역세(GTS)도 폐지할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GTS는 지난 2016년 나집 전 총리에 의해 도입됐지만 생활비만 높인다는 원성을 샀다.

마하티르 총리는 1MDB 자금회수를 통해 지난 수년 간 누적된 국가채무를 상환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며, 그동안 정치적 이유로 임명된 1만 7000개의 자리를 없애 정부의 낭비를 막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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