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9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27회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 2018' 소니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카메라 랜즈들 둘러보고 있다.(사진=뉴시스)
4월 19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27회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 2018' 소니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카메라 랜즈들 둘러보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 '일본은 지금'=김경철 도쿄 통신원] 세계 경제의 회복세, 외국인 관광객 급증 등에 힘입은 경제 호황 속에서 일본 기업들의 서프라이즈 실적 발표가 계속되는 가운데, 소니(SONY)의 부활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4월 27일에 발표된 소니의 2017년도 연결결산보고서(2017년 4월~2018년 3월)에 의하면 매출액은 8조 5440억엔, 영업 이익은 7349억엔으로 20년 만에 최고를 달성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한 가운데, ‘게임’ ‘반도체’ ‘금융’의 3대 사업부분의 비중이 높다. 하지만 전통의 가전 사업과 영화·음악 사업에서도 고른 실적을 기록했다.

1946년에 가전제품을 취급하는 작은 공장으로 출발한 소니는 일본의 ‘모노즈쿠리(제조업)’를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20세기를 재패한 일본 전자제품의 상징으로서 군림하여 왔다.

 무리한 사업 확장에 따른 부작용으로 만년 적자

세계 최초의 포터블 트랜지스터 라디오 개발(1957년), 세계 최조의 트랜지스터 TV개발(1960년), 세계 최초의 콤팩트디스크(CD)개발(1982년) 등의 최첨단 기술을 선보이며, ‘세계의 소니’로서 사랑 받았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며 소니의 명성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전자기업에서 영화와 게임, 금융,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사업을 확대해 나가며 다국적 기업을 표방하던 소니는 무리한 사업 확장에 따른 부작용으로 만년적자에 허덕이게 된다.

2003년의 ‘소니 쇼크’ 사태는 소니의 몰락의 결정타가 되었다.

2003년 4월 24일, 소니의 2002년도 연결결산 실적이 발표되자 도쿄 주식시장은 이틀 연속 주가지수가 거품경제 붕괴 이래의 최저가를 기록하는 등, 패닉 상태에 빠졌다.

당초 예상을 1000억엔이나 밑도는 영업이익, 회계연도 마지막 4사분기(2003년 1-3월)의 대규모 영업 적자, 동시에 발표된 2003년도 1사분기 영업이익 예상치 역시 전년 동기 대비 40%가 감소된 소니의 처참한 성적표에 일본 주식시장이 술렁인 것이다.

극적인 부활로 이끈 인물은 히라이 가즈오

‘소니 쇼크’로 시작된 적자행진과 경영불안은 대규모 정리해고를 동반했다. 2003년 10월 2만명 해고, 2004년 9월 1만명 해고, 2006년에는 9개의 공장을 폐쇄시키면서 다시 한 번 9800명의 사원을 해고하는 등 2014년까지 약 7만8천명의 인원감축을 단행했다.

어느덧 소니는 ‘언제 몰락해도 이상하지 않는 기업’의 첫손가락에 꼽히는 부실기업으로 취급받았다.

벼랑 끝의 소니를 극적인 부활로 이끈 인물은 히라이 가즈오(平井一夫 1960년생) CEO다. 2011년 4567억엔이라는 사상최대의 적자를 기록한 소니는 2012년, 하워드 스트링거(Howard Stringer) CEO 가 물러나고, 히라이 가즈오가 새로운 책임자로 취임한다.

최연소 CEO이자 최초의 엔터테이먼트 사업부분 출신인 히라이 CEO는 "우선은 적자를 멈추게 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적자 사업 매각 및 사업 체제 변경을 도모했다.

‘혁신의 소니’를 상징하던 컴퓨터 사업부문(VAIO)의 매각을 비롯, 화학사업부문(소니 케미컬), 모바일 액정사업부분(소니 모바일 디스플레이) 등도 과감히 정리했다.

텔레비전, 오디오, 카메라와 같은 이른바 가전사업에 대해서도 과감한 방향전환을 도모했다. 과거 소니의 가전부분은 저가에서 고가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결국 타사와 차별화되지 못한 제품을 양산하게 되었고, 중국기업과 한국기업과의 가격경쟁에 말려들면서 수익성이 악화되는 악순환을 불러왔다.

히라이 CEO는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군을 선택하여 경영자원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전환했다.

즉 가격출혈 등으로 수익이 낮은 저가 제품생산을 중단하여 제품 라인업을 줄임으로써 수익성 개선을 실현하는 한편,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집중하며 타사와의 차별화를 이끈다는 것이다.

전자사업부문 소홀히 취급한 것이 전화위복

우선 스마트폰 브랜드인 ‘엑스페리아(Xperia)’는 신흥국용의 낮은 가격대를 라인업에서 제외하고, 일본 및 유럽에서 인기 있는 하이엔드 모델에 주력하며 수익성 개선을 꾀했다.

TV사업 부문도 ‘브라비아(BRAVIA)’브랜드를 중심으로 유기 EL, 4K 등의 기술에 주력하면서, 10년 연속 누적 적자가 8,000억엔에 이르렀던 것이 2017년부터 흑자로 전환했다.

저가 제품이 주류를 이루는 ‘미러리스 카메라(반사거울과 프리즘을 없앤  DSLR카메라)’분야에서 대형 센서나 고속 AF기술 등을 채용한 고가 시장을 개척하는 한편,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 분야에서도 하이엔드 제품인 RX100시리즈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 나갔다.

히라이 CEO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소니 내부에서 “소니의 핵심인 전자사업부문을 소홀히 취급한다”는 비난과 반대에 부딪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전자사업 부분에 누적된 만성적자를 해소하며 소니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다.

2018년 4월 1일, 카리스마 경영자인 히라이를 대신하여, 요시다 겐이치로(吉田憲一郎)가 소니의 새로운 CEO로 취임했다.

오랜 침체를 극복하고 안정적인 경영교체를 이루어낸 소니의 부활 신화는 계속될 것인가. 소니의 미래에 일본 경제계의 이목이 쏠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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