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 본사 사옥. 이재용 부회장의 AI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 본사 사옥. 이재용 부회장의 AI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이석구 기자] 삼성의 인공지능 행보가 빨라졌다. 마치 그동안의 답보를 일거에 만회하려는 듯한 발걸음이다.  한국과 미국에 이어 영국, 캐나다, 러시아에 인공지능(AI)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글로벌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한 몸부림이다.

삼성의 이같은 잰걸음이 타이밍을 놓쳤다는 시각도 있다. 한발 먼저 출발한 글로벌 IT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삼성은 이같은 우려에 일단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글로벌 AI 연구센터를 확장해 지역 거점으로 삼고, 우수인력 1000명을 확보했다.  선행기술을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 등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태세다.

삼성은 22일 영국 케임브리지, 24일 캐나다 토론토, 2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 AI 연구센터를 순차적으로 개소한다.

앞서 삼성은 세트부문 선행연구를 담당하고 있던 DMC연구소와 소프트웨어센터를 통합해 삼성 리서치(SR)를 신설했다.

삼성 리서치는 전 세계 24개 연구거점과 2만여명의 연구개발 인력들을 모인 거대한 풀이다.

 지난해 11월 서울 우면동에 한국 AI 총괄센터를 신설해 글로벌 거점 진출 채비를 마쳤다. 한국 AI총괄센터는 전 세계 AI 연구의 허브(Hub)로서의 역할을 수행토록 한다는 것이 삼성의 야심이다. 

삼성은 2020년까지 모든 사물인터넷(IoT) 제품에 AI를 적용키로 했다. 이를 위해 최근 AI 플랫폼 '빅스비'를 모든 가전제품에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AI 광폭 행보는 이재용 부회장이 주도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출소 이후 첫 해외출장 일정이 유럽과 캐나다를 방문해 AI 관련 현지 시찰에 나선 것이다.

AI를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전사적 자원의 투자를 이어가기로 이미 그가 결심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삼성은 AI분야 후발자자다. 아프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아마존과 구글은 이미 오래 전부터 관련 인재를 확보하고 이 분야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알리바바 역시 중국 반도체 설계 기업을 인수하고 AI 반도체 개발에 뛰어들었다.

후발주자 삼성의 역량에 회의적인 시각도 많지만 삼성의 저력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 이번 글로벌 AI 센터 설립은 삼성 인공지능 도약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 AI 센터는 마이크로소프트 케임브리지 연구소의 연구소장을 역임한 앤드류 블레이크(Andrew Blake) 박사가 맡았다. AI 기반 감정인식 연구로 유명한 마야 팬틱(Maja Pantić) 교수 등을 중심으로 AI 선행 연구를 수행해 나갈 계획이다.

캐나다 토론토 AI 센터는 실리콘밸리 AI 센터 리더이자 음성인식 전문가인 래리 헥(Larry Heck) 전무가 리더다. AI 코어 기술 연구를 주도해 나갈 방침이다.
 
러시아 모스크바 AI 센터는 러시아의 수학, 물리학 등 기초·원천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향후 AI 연구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AI 전문가인  드미트리 베트로프(Dmitry Vetrov) 러시아 고등경제대학(HSE) 교수, 빅토르 렘피츠키(Victor Lempitsky) 스콜테크(Skoltech) 교수 등이 주축이다. 
 
삼성 리서치 소장을 겸임하는 김현석 삼성전자 생활가전(CE)부문장(사장)은 "좋은 기술을 가진 국내외 회사를 대상을 적극적으로 M&A할 생각"이라 밝힌 바 있다.

세계적인 선발 기업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다. 가장 빠르고 유효한 방법이 문호를 개방해 우수한 인재와 회사를 끌어들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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