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재계그룹 총수들은 대물림을 하는 가족기업이 많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독일에 비해서는 아직 역사가 길지 않다. (사진=뉴시스)

[뉴시안=송범선 기자] 독일 기업들은 유난히 오랜 명망을 자랑하는 장수 가족 기업이 많다.

반면, 국내 기업들의 역사는 길지 않다. 삼성그룹은 3세대 이재용 부회장이 기업을 이끌고 있다. 더 나아가 LG는 구본무 회장의 별세로 ‘4세대’ 총수로 구광모 상무가 이어받았다.

LG의 ‘4세대’도 길어 보이지만 독일의 장수기업들이 ‘13세대’를 넘어 몇 백년간 이어져 왔다는 사실과 비교해보면 짧게 느껴진다.

독일은 이처럼 100년 이상 장수하는 기업이 1500여개가 넘는다.

2017년 금융감독원과 한국예탁결제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100년 이상 된 장수 상장기업은 우리은행, 두산, 동화약품, KR모터스, 성창기업지주 5개 업체에 그쳤다.

이같이 차이가 나는 것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재벌 총수에 대한 사회적 불신은 기업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사진=뉴시스)

한국 기업이 오래 생존하기 어려운 이유

한국의 가족기업이 오래 못가는 것은 도덕성 문제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최근 한진그룹의 대한항공 조현민·조현아 갑질 사건 등 오너일가의 도덕성 해이가 기업 승계에 걸림돌로 자리잡는 다는 것이다. 오너 일가의 도덕성 문제는 회사 전체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매출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로 꼽힌다.

여러가지 원인으로 인한 '노조의 파업'도 기업 생존이 길지 못한 중요한 원인으로 여겨진다.

한국에서 재벌 총수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기업의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의견이다.

거시경제 측면도 있다.

24일 한국경제연구원 유정주 팀장은 “한국의 규제가 독일의 규제보다 더 강하다”며 “독일과 유사한 수준으로 규제가 풀리면 한국 경제가 더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경제 성장에 따라 국내기업들의 수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한국경제연구원 유정주 팀장은 “규제가 풀리면 대기업이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창업의 측면에서는 예전보다 개선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규제가 커지고 있다”며 “중소기업일 때는 정부에서 지원을 많이 하다가 대기업이 되면 더 많이 규제가 많이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규제 강도가 낮은 중소기업은 오래 생존할 수 있으나, 많은 규제가 있는 국내 대기업은 독일처럼 100년 이상 지속되기 힘든 여건이라는 의견이다.

이를 위해서 유 팀장은 “이점은 고칠 필요가 있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독일 기업들의 대표적 사례

독일의 대표적인 장수 가족기업으로 12세대 500여년 동안 기업이 유지된 프림이 있다.

프림은 개신교라는 종교를 바탕으로 사업을 영위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발 빠른 기술개발로 혁신을 꾀했으며, 주변 사람들을 돕는 사회재단을 설립했다.

이에 더불어 글로벌화를 추구하며 커나갔다.

13대째 이어져 온 350년 역사를 지닌 독일 머크사도 비슷하다.

머크사는 작은 약국에서 시작해 현신으로 승부하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제약 회사가 되었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진흥공단 관계자는 “머크사의 성공요인으로 끊임없이 ‘오늘 우리가 하는 일이 미래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는 점이 꼽힌다”며 “또 직원에 대한 복지와 엄격한 후계자 양성 과정으로 꾸준히 성장해 나갔다”고 밝혔다.

이어 “머크사는 가격을 싸게 낮춰 판매하지 않았다”며 “품질 우선으로 경쟁한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보일러 시장 세계 점유율 1위 기업인 바일란트는 1874년 창업 이후 140년 넘게 건재하다. 바일란트 역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한 제품 연구 개발을 한 사례로 꼽힌다.

1874년에 설립된 옛날 회사임에도 스마트 기술을 도입해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기업 중 하나로 간주된다. 혁신과 함께 상품의 질을 높이는 전략이 유효했음이 입증된다.

LG 구본무 회장의 발인. LG가 4대째를 이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앞으로 10대가 넘어가는 기업이 탄생할 것이란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앞으로 한국 기업의 수명은 어떻게 될까?

독일의 여러 장수 기업들을 두고, 한국 기업도 유사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연구 개발(R&D)와 글로벌화를 추구하는 한국의 기업들도 독일 장수기업들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며 “또 한국의 대기업들은 일정부분 기부도 꾸준히 하고 있으므로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아직 자본주의 역사가 깊지 않은 한국이라, 향후 독일 장수기업 못지않은 10대가 넘어가는 기업이 탄생할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 현대, LG 등은 이미 이 같은 절차를 밟아나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대기업들만 오래 살아남을 수는 없다. 여러 중소기업도 같이 성장해야 국가 경제의 근본이 튼튼해진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창업을 시작하면 90%가 5년 내에 문을 닫는다고 한다”며 “주식시장에 상장한 큰 기업도 평균 존속기간이 30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업체가 가족 기업으로 장수하려면 독일 장수 기업들의 공통점을 배우고 실행에 옮겨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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