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과의 정상회담 성사로 국내외를 놀라게 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취소로 다시 한 번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사진=뉴시스)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성사로 국내외를 놀라게 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취소로 다시 한 번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사진=뉴시스)

[뉴시안=김동현 보스턴 통신원] 트럼프 대통령은 5월 24일 오전 10시 (미국 시각)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했다.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성사로 국내외를 놀라게 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취소로 다시 한 번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백악관 홈페이지에 공개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보낸 서한에서 트럼프는 “북한이 최근 보여준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인 적개심”을 이유로 회담이 현 시점에서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5월 16일 (한국 시각)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 1부상은 담화를 통해 미국이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며 다가오는 조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5월 24일 (한국 시각)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담화를 통해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실명을 거론했다.

그는 이 담화에서 "우리는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해보지 못했고 상상도 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조미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을 재고려할 데 대한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계관, 최선희의 발언이 적대적이라는 사실은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김정은은 작년 9월 트럼프의 유엔 총회 연설 이후 트럼프를 “늙다리 미치광이”라고 부른 바 있다.

북한의 미국, 그리고 트럼프를 향한 분노와 적개심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북·미 정상회담 취소는 단순한 김계관, 최선희의 발언에 내재된 분노와 적개심이 아니라 북 비핵화 합의가 실무 선에서 성공적이지 못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두 번 평양에 방문하면서 비핵화 협상의 실무를 담당할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선임보좌관, 브라이언 훅 국무부 정책계획 국장과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을 대동했다.

더불어 미국의 저명한 핵 과학자들이 평양에 방문해 구체적인 북 비핵화 협상의 초안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이 간절히 원하는 트럼프와의 정상회담 그 자체를 취소한 것은 실무 협상에서의 진전이 없음을 반증한다.

정상 수준에서 통 큰 합의를 볼 수 있을 정도의 차이 이상의 이견이 미국과 북한 사이에 존재한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는 영변 냉각탑 폭파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국가들이 환영의 뜻을 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와 학자들은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과정에 단순한 언론취재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현장 검증을 통해 북한 핵 프로그램을 더 알아내기를 바랐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직후 발표된 북·미 정상회담 취소는 한국 중재외교의 내재된 위험성을 잘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취소 사실을 미국까지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지 않았다는 것은 한국이 처한 위치를 잘 보여주는 실례다.

북·미 정상회담 취소로 북한은 다시 핵·미사일 시험을 재개할 명분을 얻게 됐다.

북한이 애초에 명분을 가지고 핵·미사일 시험을 해온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했다며 북한의 평화적인 제스처를 거절했다는 식의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결정이 잘한 것인지에 대해 미국 내 논쟁이 분분하다.

상반된 평가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사실은 북 비핵화의 실무 협상이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취소할 만큼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는 것과 실무적 수준에서 만족할 만한 합의를 내는 것은 몹시 다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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