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베이커스필드의 컨 리버 유전지대의 모습.(사진=뉴시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이커스필드의 컨 리버 유전지대의 모습.(사진=뉴시스)

[뉴시안=이석구 기자] 국제 유가가 심상치 않다. 아시아와 유럽의 거래시장에서는 2014년 11월 이래 가장 높은 유가로 거래되어 세계 산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우리나라의 순상품교역조건도 3년3개월 만에 가장 나빠졌다. 치솟는 국제유가의 영향으로 수입 가격이 크게 오른 탓이다.

수입가 높아져 교역조건 불리해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18년 4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지난달 순상품 교역조건 지수는 96.26(2010=100기준)으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5.2% 하락했다.

지난 2015년 1월(95.99) 이후 3년3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고, 지난해 12월(99.43)부터 다섯 달째 이어지는 하락세다. 전달과 비교해서는 0.9% 떨어졌다.

순상품 교역조건 지수는 상품 하나를 수출해 벌어들인 돈(달러 기준)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 양을 말한다.

지난달 교역조건이 나빠진 것은 수출가격 오름폭(3.9%)보다 수입가격(9.6%)이 훨씬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석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국제유가가 큰 영향을 미친다. 유가가 떨어지면 교역조건도 좋아지지만, 오르면 교역조건 지수가 떨어진다.

지난달 두바이유의 월평균 가격은 배럴당 68.27달러로 전월(62.74달러)보다 8.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총액은 늘어...반도체와 화학제품 상승세

다만 수출 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양을 나타내는 소득교역조건지수는 145.95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7% 올라 두 달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원유 값 상승으로 순상품 교역조건 지수는 떨어졌어도 수출 물량은 늘어난 덕분이다.

수출 호조로 수출물량 지수는 151.62로 전년 동월에 비해 7.3%나 올랐다. 지난 1월(14.8%) 이후 가장 큰 오름폭이다.

자동차 등 수송 장비 분야의 부진(-4.7%)에도 반도체 품목을 중심으로 한 전기 및 전자기기(13.9%)와 화장품·의약품이 포함된 화학제품(9.4%) 등이 크게 증가한 덕분이다.

수출가격(통관 기준)이 반영된 수출금액 지수도 11.5% 상승, 2016년 11월(8.2%) 이후 1년 5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수입물량지수는 중국산 철강재 수입 감소에도 전년 동월 대비 5.6% 올라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원유 정제시설 정기 보수에 들어갔던 국내 정유업체가 원유 등 광산품 수입물량(11.5%)을 늘린 영향으로 보인다. 철강 등 제1차 금속제품은 11.2% 감소했다.

수입금액 지수도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5.7% 올랐다.

품목별로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광산품(32%)이 크게 올랐고, 화학제품(15.6%)과 석탄 및 석유제품(15.6%) 등 공산품(11.7%)이 오름세를 나타냈다.

우리나라의 수출입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유가는 최근 미국이 이란 핵 협정 탈퇴를 선언하면서 정동 정세가 불안해진 탓에 당분간 고공 행진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4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5월 셋째 주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전주에 비해 12.9원 오른 리터당 1,577.2원이다.

2015년 7월(리터당 157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유는 리터당 14.1원 상승한 1,377.3원, 등유는 리터당 6.0원 오른 916.9원.

항공유도 지난해에 비해 50퍼센트 이상 올라 항공 운송 요금도 크게 오를 전망이다. 운송 요금 상승은 제품 상승으로 이어진다.

미국 원유 제품 재고 감소도 국제 유가 상승세를 부채질하는 요소. 국내 제품가격도 덩달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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