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갑질논란 폭발, 대학 미식축구 감독의 고의반칙 사주
일본도 갑질논란 폭발, 대학 미식축구 감독의 고의반칙 사주
  • 김경철 도쿄 통신원
  • 승인 2018.05.2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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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넘게 일본의 와이드 TV쇼에서 톱뉴스로 보도
-가해학생 역시 피해자였다는 사실에 일본 국민 분노
대학 미식축구의 경쟁과열로 인해 감독이 선수에게 고의적인 반칙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폭로돼 일본 사회가 분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대학 미식축구의 경쟁과열로 인해 감독이 선수에게 고의적인 반칙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폭로돼 일본 사회가 분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안=김경철 도쿄 통신원] 한국 주부들의 아침이 드라마와 함께 시작된다면, 일본 주부들은 와이드 쇼와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와이드 쇼’란 일종의 종합 정보 프로그램으로, 다루는 내용은 정치와 사회, 국제 문제 등을 비롯한 뉴스에서부터 연예인의 스캔들과 생활정보 등까지가 총망라되어 있다.

내용뿐 아니라 볼륨도 와이드(wide)하다. NHK를 포함한 모든 방송국이 짧게는 두 시간에서 길게는 오전 시간 내내 와이드 쇼를 편성,방송한다.

입담 좋은 남성 사회자와 주부들에게 호감을 주는 단정한 용모의 여성 아나운서, 그리고 대학교수 등의 유명인들로 구성된 패널들이 시청자의 눈높이에서 알기 쉽게 화제의 뉴스를 해설하고 조목조목 분석해준다.

부조리한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시청자들을 대신해 울분을 터트리기도 하고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으면서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미국과 북한간의 북미회담의 향방, 이란의 핵합의에서 미국이 이탈함으로서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는 중동문제 등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려 있지만, 최근 일주일 넘게 일본의 와이드 쇼에서 톱뉴스로 다루어지고 있는 문제는 한 대학의 미식축구팀 이야기이다.

일본 대학은 사립 대학이 주류를 이룬다. 예를 들어, 도쿄의 사립대학은 입학이 어려운 순서대로 제 1그룹이 ‘소게조’(早慶上 와세다,게이오,조치), 제 2그룹이 ‘MARCH’(메이지,아오야마,릿교,추오,호세), 그리고 세 번째 그룹이 닛토코센‘(日東駒専 니혼, 토요, 코마자와, 센수) 순이다.
각 대학은 우수한 학생들을 모집하기 위해 인지도를 높일 수 있도록 대학 스포츠에 힘을 쏟는다.

대학 스포츠 팀에 소속된 학생들은 낮에는 일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대학 생활을 보내지만, 수업이 끝나면 각 스포츠에 종사하다.

생활하는 곳도 각각의 스포츠 팀의 기숙사로, 이들 중에서 올림픽 일본 대표 선수가 발탁되기 때문에, 마치 프로선수가 대학생을 겸업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문제가 된 대학 미식축구 팀은, 관동(도쿄를 중심으로 한 지역)의 니혼 대학과 간사이(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지역)의 간사이 가쿠인 대학이 각각 동서의 최강 팀이다.

5월 6일, 이 최강자들의 경기가 열렸다.

게임이 시작되고 제 1피리어드 경기 도중 심판이 휘슬을 불어, 플레이를 멈췄다.

그 때 골과 전혀 관계없는 위치에서 니혼 대학의 M선수가 간사이 가쿠인 대학의 쿼터백을 향해서 전력을 다해 돌진, 강력한 백태클을 걸어왔다.

백태클을 당한 쿼터백은 그 자리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런데 니혼 대학의 선수는 그 후도 상대편 선수 두 명에게 똑같은 행위를 하다 퇴장을 당했다.

6일 후인 12일, 간세이 가쿠인 대학은 기자회견을 열어 니혼 대학 미식축구팀을 고발할 것을 발표했다.

이 때부터 와이드 쇼를 비롯한 일본의 매스컴들은 당시의 경기 영상을 끊임없이 내보냈는데, 하루에도 수십 차례가 반복되는 영상을 보며 일본이 발칵 뒤집혔다.

마치 그라운드 위의 살인 행위로 비쳐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백태클에 일본 전역이 분노한 것이다. 
 

5월 22일, 가해자인 M선수가 변호사를 동반하여 일본 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기자회견장에는 무려 300명이 넘는 기자들이 참석했다.

만 스무살을 갖 넘긴 M군은, 자신의 반칙이 니혼 대학의 우치다 마사토 감독의 명령에 의한 것이라고 폭로했다.

"피해를 입은 선수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공개 석상에서 진실을 밝히고 싶었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니혼 대학이 일본 최고가 될 수 있도록 라이벌인 간사이 가쿠인 대학 팀의 주전을 “초반부터 깨부수라”는 우치다 감독의 명령이 있었다는 것이다.

다음 날인 23일, 이번에는 우치다 감독이 M선수의 발언을 전면 부인하는 기자 회견을 열었다.

"젊은 학생들을 제대로 지도하지 못한 것은 자신의 책임“이지만, ”반칙 태클을 지시한 기억이 없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동석한 코치는 “깨부수라는 말은, 철저히 제압하라는 의미로 결코 반칙을 의미한 것이 아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책임을 어린 학생에게 떠넘기려는 우치다 감독과 코치의 기자회견은 오히려 일본 국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각 방송국의 와이드 쇼에서는 니혼대학 미식축구팀의 OB를 비롯한 대학 스포츠 전문가들을 초대, 우치다 감독의 발언과 부당한 처사에 대해 적나라한 증언을 쏟아내게 했다.

“우치다 감독은 대학이사장의 최측근으로 니혼대학의 상무이사이며 넘버 2위이다” “미식축구 팀에서 감독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가해 학생은 우치다 감독의 희생양이다” “한국의 대한항공사태처럼 절대 권력이 휘두른 갑질에 의해 어린 학생이 피해를 당한 것이다”

숭고한 스포츠 정신을 지향하는 대학의 스포츠 경기에서 벌어진 악질적인 태클.

그 이면에는 대학 스포츠팀의 부조리한 조직문화, 최고 권력자의 갑질과 은폐의혹, 어른들이 학생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뻔뻔함 등이 어우러져 있었다.

가해학생 역시 피해자였다는 사실에 일본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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