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30일 북한군 군사 훈련을 지켜보는 김정은의 뒷모습.(사진=뉴시스)
2014년 6월30일 북한군 군사 훈련을 지켜보는 김정은의 뒷모습.(사진=뉴시스)

[뉴시안=이준환 기자] 최근 북한 군부가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

비핵화를 천명하며 한반도에 훈풍이 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 군부는 지금까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예전 김일성 김정일 정권 때에는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때 언제나 강경한 목소리를 쏟아내며 북한 내 매파 역할을 담당했던 곳이 군부다. 그러나 요즘 북한군은 철저히 침묵하고 있어 그 배경이 궁금하다.

김정은, 군부 완전 장악

이에 대해 전문가들이 내놓은 첫 번째 분석은 군이 이미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완전히 장악됐기 때문이라는 것.

김 위원장이 아버지나 할아버지 시절을 뛰어넘을 정도로 군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어 군이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것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군부 길들이기에 공을 들였다. 집권 초기부터 고모부인 장성택 등을 앞세워 군부의 힘을 빼기 위한 대대적인 숙청과 물갈이에 집중했다. 이는 장성택 처형 이후 최근까지도 계속됐다.

당 중심으로 재편, 군부 위상 약해져

군부의 대대적인 물갈이에 따라 당 고위직에 있던 군 인사들도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고위급을 물갈이하면서 당 내부에 드리워져 있던 군의 그림자를 완전히 지웠으며, 역으로 북한군 서열 1위 총정치국장에 김수길 전 평양시 당위원장을 임명하는 등 군 수뇌부에 오히려 당의 인물을 심었다.

북한 지도부를 당 중심으로 구축하면서 철저히 군 고위층을 뒤흔든 것이다.

군 총정치국은 군 간부들에 대한 인사·검열·통제권을 갖고 있는 군 핵심기관이며 총정치국장은 북한 권력 서열 5위 안에 들어갈 정도로 막강한 자리다.

최룡해 당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 부장 역시 2012년 총정치국장에 임명돼 김정은의 후계 체제를 자리 잡는 것을 도와 군을 통제했다.

김수길 총정치국장 역시 북한군을 김정은 위원장의 의도대로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김수길과 최룡해는 가까운 사이로, 최룡해가 총정치국장이던 시절 김수길은 최룡해의 중국 방문을 수행한 바 있다.

전문가들 "김정은, 당과 군부 완전 장악, 군은 독자 행동 불가능"

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하고 경제를 선택한 만큼, 군의 위상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군의 불만을 잠재우려면 군부를 완전히 장악해야만 했고, 이를 위해 김 위원장이 오랫동안 군부 인사를 개편해온 것으로 보인다.

군을 이렇게 완전히 장악한 다음 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미국과 대화를 시도하는 등 군부가 치욕스러워할 수도 있는 행보를 서슴없이 할 수 있게 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김 위원장이 군부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볼 수 있다”며 북한 군부가 혹시 모를 돌발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무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지금 군부는 정치위원의 허락 없이는 훈련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군부 인사 개인이야 불만스러울 수 있겠지만 지금 군부는 당과 운명공동체가 됐다는 것이다.

당이 최우선인 1당 독재국가에서 아무리 군부가 세력이 커졌다고 해도 당에 귀속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장성급은 이중, 삼중의 감시를 받고 있기 때문에 돌발 행동 등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또한 군이 예전처럼 물적 인적자원을 풍부하게 지원받지 못하는 현실도 한몫하고 있다.

철저한 배급체제로 운영되는 군은 북한 당국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경제상황이 가장 어려워진 곳이 군부라는 관측도 있다.

한 탈북자에 따르면 적어도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군의 식량 공급만큼은 원활하게 이뤄지는데 최근에는 전방에 식량배급이 제대로 안될 정도라고 한다.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지 정확한 가늠하긴 어렵더라도 군에 대한 북한 당국의 경제적 지원이 이전과 같지는 않다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는 있다.

따라서 군 내부가 평양과 맞서거나 다른 목소리를 낼 여력조차 남아있지 않을 것이란 게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평양을 비우고 남한이나 미국과 접촉을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군부를 완전히 장악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행보"라며 "현재 북한 권력 구조로 봤을 때 군부의 이상 반응이 나올 가능성은 안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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