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30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북한을 다녀온 현정은 회장을 비롯한 현대그룹 일행이 방문한 삼지연마을 전경. 현정은 현대그룹회장은 당시 북측과 백두산 관광에 전격 합의, 백두산 인근의 삼지연공항 직항로를 통해 백두산 관광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제공=현대아산)
2007년 11월 30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북한을 다녀온 현정은 회장을 비롯한 현대그룹 일행이 방문한 삼지연마을 전경. 현정은 현대그룹회장은 당시 북측과 백두산 관광에 전격 합의, 백두산 인근의 삼지연공항 직항로를 통해 백두산 관광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제공=현대아산)

[뉴시안=한기홍 기자] 1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지난 4월 27일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나는 백두산을 가본 적이 없습니다. 북측을 통해서 꼭 백두산에 가보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북한을 통해 백두산에 가보겠다는 문 대통령의 말에 대해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게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습니다. 평창올림픽에 갔다 온 분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했습니다.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 민망스러울 수 있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 작가가 찍은 개마고원 사진을 오랫동안 벽에 붙여두고 살았다. “언젠가 평화통일이 되면 저기(개마고원)를 기필코 내 발로 걸어야지”라고 다짐했다.

개마고원은 문 대통령의 가족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곳이다.

1950년 11월 27일부터 12월 13일 사이에 벌어진 한·미군과 중공군 간의 장진호전투와, 이어진 흥남철수가 부산 사람 문재인을 만들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후 개마고원과 백두산에 가까운 삼지연 국제공항을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남북이 합의만 하면 김포공항이나 인천공항에서 삼지연공항 직항로 개설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현재 중국 옌지공항까지 가서 다시 자동차를 이용해 중국 쪽 백두산까지 약 7시간 걸리던 거리가 많이 걸려도 2시간 정도로 줄어든다.

하늘길이 열리면 금강산 관광도 비행기를 타고 할 수 있다.
 
삼지연(三池淵)은 량강도 삼지연군에 있는 세 개의 호수를 말한다. 북쪽과 서쪽은 중국에 접하고 동쪽에는 대흥단군, 남쪽에는 보천군이 있다.

삼지연에서 가장 큰 호수는 둘레가 2.3km, 최대 수심이 3.8m다.

눈 녹은 물과 빗물, 샘물로 채워진다. 물이 들어오거나 다른 데로 빠져나가지도 않는다.

또 밑에서 온천이 솟아나기 때문에 삼지연의 평균 수온은 23℃로 높은 편이다.

그러나 고산지대에서는 영하 45℃를 기록한 적도 있고, 지난 2016년 1월 23일 밤에도 영하 37.5도를 기록했다고 한다.

백두산 천지에서 40여km 동남쪽에 호텔과 삼지연 비행장이 있기 때문에 북한과 왕래가 지금보다 자유로워지면 우리가 백두산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통로다.

현대아산은 백두산관광을 남북 직항로를 통해 항공관광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대북 관광사업 실무를 총괄하는 백천호 현대아산 관광경협 본부장은 "백두산 관광은 2007년 합의 이후 남북공동 현지 답사까지 마친 상황"이라며 "환경과 여건만 갖춰진다면 언제든지 사업 실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6·13지방선거 공약으로 제시한 사업에도 서울~백두산 직항로 개설, 백두산-개마고원 연계 관광 코스 개발이 포함돼 있다.

보수 언론은 이같은 북핵문제의 해결도 전에 내세운 이런 공약이 지나치게 성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관점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역사의 시간은 흘러간다. 그 세계사적 시간의 한 복판에 현재 북미정상회담 스케줄이 걸렸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발표한 10·4 선언에도 백두산ㆍ서울 직항로 개설 항목이 포함됐다. 당시 노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이제 뭐 임기 전에 또 올 일이 있으면 와야겠습니다만. 이제 다음 대통령 곧 뽑힐 것이니까 제대로 못 할 것 같고…. 임기 마치고 난 다음에 위원장께 꼭 와서 뵙자는 소리는 못하겠습니다만, 평양 좀 자주 들락날락할 수 있게 좀…”

김정일은 “대통령께서 시간 되시면 앞으로 금강산에도 아무 때나 오시고, 그리고 평양에도 아무 때나 오시고…”라고 답했다. 그러자 노 전 대통령은 “백두산도 안쪽으로 해서, (지금은) 중국으로 돌아오는데”라며 백두산 얘기를 꺼냈다.

이어 김정일은 “(백두산) 비행장만 되면 남측 사람들이 뭐하러 평양에서 왔다 다시 또 평양에서 비행기 타고 갈 필요가 있나. 서울에서 직항으로 백두산으로 가면 되지 않나? 그렇게 해야지 많은 돈을 왜 중국에다 갖다뿌려야겠나”라고 말했다.

“서울서 오면 거기(백두산) 와서 그저 숙식비만 내면 되는데, 비싸게 중국 갔다가…. 아마 서울항공이 중국에서 가 내리지 않고 백두산에는 못 가죠?”라고 되묻기도 했다. 그런 뒤 “백두산 관광도 합의서에 넣으십시오”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아흔이 넘은 노모를 모시고 고향 함흥을 방문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언젠가 그가 여러 국민과 함께 개마고원을 트레킹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는 아마도 개마고원에서 장진호를 거쳐 흥남에 이르는 122㎞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그 역사적 트레킹 길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운명에 그는 처해 있다.

앞으로 1∼2년이 그 운명의 시간이고, 그 첫 단추는 김정은과 트럼프가 조만간 만나 어떤 합의를 도출하는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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