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기업들은 매년 6월 1일부터‘엔트리시트’라고 불리는 입사지원서를 제출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면접 등의 입사전형을 실시, 자사에 필요한 인재를 선별하는 작업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사진=뉴시스)
일본 대기업들은 매년 6월 1일부터‘엔트리시트’라고 불리는 입사지원서를 제출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면접 등의 입사전형을 실시, 자사에 필요한 인재를 선별하는 작업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사진=뉴시스)

[뉴시안 이슈추적=김경철 도쿄 통신원] 지난 6월 1일, 일본에서는 2019년 졸업예정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기업 면접이 일제히 개시되었다.

일본의 취업시장은 3월부터 본격 개막된다.

3월 1일은 일본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에 가입되어 있는 기업의 신규 대졸자 채용활동이 해금(解禁)되는 날로서, 다음 연도 졸업 예정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취업 세미나와 기업 설명회 등을 시작할 수 있다.

3월 이전에는 학생의 본분인 학업을 방해한다는 이유에서, 회사와 학생들과의 접촉이 일체 금지되어 있다.

6월 1일에는 게이단렌 가입 기업들의 선고(選考)활동이 해금된다.

즉, 각 기업들은 ‘엔트리시트’라고 불리는 입사지원서를 제출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면접 등의 입사전형을 실시, 자사에 필요한 인재를 선별하는 작업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플라잉(부정출발)’이라는 말이 유행되고 있을 정도

선고활동을 통해 합격된 학생들에게 ‘내정(內定)’을 통보하고, 마지막으로 학생으로부터 입사하겠다는 연락이 오면 인재확보 작업은 일단 마무리된다.

명목상 내정의 정식통보는 10월 1일 이후로 정해져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선고작업이 끝나는 즉시 내정통보가 이루어진다.

더구나 사상 최고의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올해는 이 내정 통보가 다른 어떤 해보다도 빨라지고 있다.

채용정보업체인 리크루트캐리어의 조사에 의하면 입사전형이 시작되기도 전인 5월 1일을 기점으로 이미 내정을 통보받은 학생은 42%에 달한다고 한다.

게이단렌에 가입되지 않은 외국계 기업이나 IT기업, 그 밖의 중소기업 등으로부터 내정을 받은 학생도 있지만, 대기업으로부터 미리 내정을 받아 둔 학생들도 적지 않다.

‘OB방문(대학선배의 직장을 방문하여 취업에 대한 조언을 듣는 활동)’으로 회사를 찾은 학생들에게 미리 내정을 주는 등의 방법으로 인재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규정을 지키지 않고 서둘러 내정을 주는 기업들의 행위를 가리키는 ‘플라잉(부정출발)’이라는 말이 유행되고 있을 정도다.

6월 1일의 대기업 면접장을 취재한 방송에서는 이미 대기업을 포함한 4곳으로부터 내정을 받았다는 남학생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이 학생은 복리후생과 근무시간 등의 조건을 이유로 A식품회사를 제1지망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번 면접에 합격하게 되면 이미 내정을 받은 회사들에게 ‘내정사퇴’ 메일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단 5분간의 면접 후, 1시간 만에 내정을 통보받은 여학생의 인터뷰도 소개되었다.

일본 굴지의 금융기업의 내정이 확정된 여학생은, 오후에는 회사가 마련한 ‘내정자 친목 오찬회’에 참석할 것이라며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내정자 팔로우할 수 있는 기업 대상 SNS도 개발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의 주요기업들은 적어도 6월 안에는 내정을 확정지을 방침이라고 한다.

그러나 내정을 확정지은 후에도 기업들의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복수의 기업으로부터 내정을 받은 학생이 내정사퇴를 통보해오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리크루트캐리어가 발표한 2017년 내정사퇴 비율은 무려 64.6%이었으며, 올해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각 기업들은 내정 이후의 사후관리에도 힘을 쏟고 있다. IT업체인 EDGE사는 내정자를 팔로우할 수 있는 ‘에어리 플레셔즈(airy freshers)’라는 기업 대상의 SNS를 개발, 제공하고 있다.

각 기업이 SNS를 통해 내정자들을 사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EDGE사의 담당자는“개개인의 로그인 패턴이나 코멘트의 내용을 분석하면 내정사퇴 가능성을 80%까지 예측할 수 있다는 것 또한 큰 장점”이라고 설명한다.   

일본의 취업시장이 이처럼 심각한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이유는 경기회복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향상에도 원인이 있지만,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인구 감소와 저 출산에 따른 인구의 급격한 감소라고 하는 사회문제가 배경이 되고 있다.

일본의 총인구는 2008년 1억2천808만명을 정점으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현재(2016년)는 약 1억2천700만명, 2050년에는 9천708만명, 100년 후에는 5000만명 미만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가 경쟁력의 지표가 되는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이미 1990년대부터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현재 1%대인 일본의 잠재성장률은 2020년에는 마이너스 시대로 돌입하게 된다.

지난 5월 일본정부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일본 취업의 문턱을 대폭 낮추는 특단의 대책에 돌입할 것을 예고했다.

구체적으로는 고도의 전문직업에 한해 개방되었던 노동시장을 전 업종에 걸쳐 전면 개방하는 한편, 취업을 위한 일본어 자격조건도 대폭 완화할 방침이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에 허덕이는 우리 젊은이들도 일본 기업의 문을 두드려보면 어떨까.

비행기로 고작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이웃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대미문의 ‘인력 쟁탈전’이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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