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기영노 편집국장] 모든 정치인들의 마지막 꿈은 대통령이다.

한나라의 대통령이 되려면 실력이 있어야 할 뿐 만 아니라 하늘이 점지를 해줘야 가능하다.

만약 대통령을 마다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정신이 약간 이상한 사람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전 세계 모든 축구감인들의 꿈은 감독이고 마지막 꿈은 자국의 월드컵 축구대표팀 감독이다.

월드컵 대표팀 감독이 되려면 우선 자신이 국가대표 감독을 맡고 있을 때 월드컵 본선에 올라야 한다.

4년마다 치러지는 월드컵 본선에 오른 월드컵 대표는 23명이나 되지만 월드컵 감독은 딱 한명 뿐이다.

그래서 더욱 월드컵 축구대표 감독 자리가 대단한 것이다.

그러나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은 월드컵 대표 감독을 마다한다.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최강희 감독은 명실공이 국내 최고 축구감독이다.

최 감독의 성적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로 지역을 넓혀도 최고 감독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거의 없다.

현역뿐만 아니라 역대 최고 감독이라는 것은 기록이 말해 준다.

211승으로 역대 최다승 기록 달성

최 감독은 지난 4월25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축구장에서 벌어진 강원 FC와 원정경기에서 2대0으로 완승을 거두고 개인통산 211승을 달성 했다. 이후 1승을 추가할 때 마다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 내고 있다.

최 감독은 만으로 59세다. 종전 최고기록(210승)을 갖고 있던 김정남 감독은 만 65세 때 그 기록을 세웠었다. 따라서 최강희 감독은 최연소, 최단기간, 최다승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최 감독은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이다.

프로축구 현대 호랑이 팀의 창단 멤버로 주장을 맡기도 했고 1991년 은퇴할 때까지 원팀 멤버였다.

최 감독은 1986년 수비수로서는 최초로 리그 MVP를 받았고, 1985년, 1986년 그리고 1988년 수비수로서 3차례 베스트 일레븐, 1991년에 미드필더로서 1차례 베스트 일레븐을 지내며 총 4차례 베스트 일레븐을 수상했다.

1988 올림픽 대표팀에서는 수비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 출전했었다.

2005년 전북 팀에서 감독생활 시작

최 감독은 1996년 창단한 수원 삼성 팀의 트레이너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수원 삼성의 수석 코치를 거쳐서 2005년에 전북 현대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2005년 8월24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0대2로 패하면서 데뷔전에서 쓴맛을 봤다.

최 감독은 이후 2패를 더 당해 3연패의 수모를 겪으면서 혹독한 감독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최 감독이 첫승 맛을 본 것은 꼭 한달만이었다.

2005년 9월24일 FC 서울과의 홈 경기였다. 감독 데뷔전을 치른지 4경기만이었다.

최 감독은 첫해에 2승3무7패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그러나 FA컵 우승을 차지해 가능성을 보이기는 했다.

2006년 AFC 아시아축구연맹 우승

낭중지추(囊中之錐)라고 했던가? 최 감독은 이듬해인 2006년 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데뷔 2년만에 전북 현대를 아시아 정상에 올려놓았다.

이후 매년 20승 이상씩을 올리면서 명장 반열에 올랐다.

2017년 시즌까지 K리그를 5번이나 우승했고, AFC 아시아축구챔피언스리그 2번 FA컵 한번 등 눈부실 정도로 화려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강희 대제’란 별명을 얻었는데 이는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중국 팀들에게 연달아 이기자  중국 언론들이 그의 이름인 강희가 청나라의 왕 강희제와 한자가 똑같다고 지은 별명이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그보다 전라북도 완주군 봉동읍에서 유래된 별명인 '봉동이장'이라 불리고 싶어한다.

트레이드마크는 닥공

최 감독 축구의 특징은 전 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축구 즉 닥공이다. 닥치고 공격 즉 팀이 2~3골 앞서 있어도 승리를 위해 지키는 게 아니라 더 많은 골을 넣기 위해서 공격수를 투입한다.

따라서 최 감독 축구는 0대0 경기가 거의 없다.

이기는 경기는 물론 패하는 경기도 많은 골이 터진다.

최 감독은 K리그에서 11승1무2패로 2위 수원 삼성을 9점(7승4무3패) 차로 따돌리고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도 8강에 올라 수원 삼성과 8강전을 앞두고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최 감독은 자의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 국가대표 감독을 맡은 적이 딱 한 번 있다.

2011년 12월7일 국가대표 조광래 감독이 전격적으로 경질되고 후임으로 최 감독이 선임됐다. 당시 최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직을 여러차례 고사하다가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은 다른 감독이 치르고 자신은 아시아 최종예선까지만 맡는다는 이상한 조건을 내걸고 감독직을 수락 했다.

축구인이라면 그것도 축구감독이라면 4년마다 한번씩 돌아오는 월드컵 대표팀 감독을 욕심내야 정상인데, 오히려 월드컵 본선 감독을 맡지 않는다는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걸고 국가대표 감독직을 수락한 것이다.

최 감독이 내건 이상한 조건

당시 최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나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대표 팀 감독을 거부 하겠다” 며 “2013년 6월, 즉 최종예선까지만 대표 팀을 맡고 그 후에는 전북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최 감독은 그 같은 이상한 아니 괴상한 조건을 내걸었고, 그 조건을 축구협회가 수용하는 조건으로 우여곡절 끝에 대표팀 감독직을 맡게 되었다.

최 감독은 대표팀 감독으로서 2012년 2월2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평가전으로 첫 A매치를 치렀다. 결과는 한국 팀의 2골차(4대2)승리였다. 그리고 2012년 2월29일 쿠웨이트와의 월드컵 3차 예선에서 2:0 으로 승리,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그리고 임기 만료를 앞둔 2013년 5월에도 월드컵 본선 감독을 맡지 않고 전북 현대팀 감독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명확했으며, 심지어 기자들에게 '나에 대해서 부정적인 기사를 써 달라, 그래야 내가 아니라 다른 감독을 앉히지 않겠느냐'라고 까지 말했을 정도였다.

축구협회는 결국 지도자 경력이 일천했던 홍명보 감독을 선임할 수밖에 없었고, 홍 감독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원팀’ 등의 화려한 구호를 내걸었지만 1무2패의 처절한 성적을 남기고 보따리를 싸야 했다.

최 감독은 월드컵 축구 대표팀을 맡지 않는 이유로“나는 체질적으로 (대표 팀 감독은) 맞지 않는다, 그럴만한 그릇도 못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최 감독이 월드컵 대표 감독을 고사하는 이유가 “그럴만한 그릇이 못 된다”는 말로는 설명이 안 된다.

최 감독의 옥의 티

최 감독은 2016년 5월24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16강 2차전 멜버른 빅토리(호주)와의 홈경기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심판 매수 혐의를 받는) 스카우트도 코칭스태프의 일원이고, 제가 팀을 맡는 중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감독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불거진 전북의 심판 매수 스캔들이 하루만에 감독의 사의 표명으로 번진 것이다.

전북의 스카우트 차모 씨는 최 감독이 국가대표 감독으로 팀을 떠나 있었던 2013년 심판 2명에게 5차례에 걸쳐 모두 500만원의 뒷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었다.

전북 현대는 (심판 매수 사건) 때문에 2017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그 당시 축구계 일부에서는 최 감독의 전북 팀의 심판 매수 건이 터지자 “최 감독이 국가대표 감독을 맡지 않는 게 국제심판들과 접촉이 어렵기 때문이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돌기도 했었다.

그러나 최 감독이 축구를 장기적 보고 팀웍을 다져나가는 스타일이라 단기적으로 성적을 내야 하는 국가대표 감독이 성격상 맞지 않는데다, 아시아권을 넘어서 유럽이나 남미 팀들에 대한 자신만의 트라우마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대부분의 축구인들은 최 감독이 축구계의 금수저가 아닌 야당이라 월드컵 대표 감독에 대한 부담을 많이 느낀다고 말한다.

축구계 야당이 월드컵 대표 감독을 맡았던 경우는, 지난 1994년 미국 월드컵 때의 김호 감독이 거의 유일하다. 야당인 최강희 감독이 월드컵 감독을 맡기도 어렵지만, 설사 맡는다고 하더라도 축구협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월드컵 대표팀을 갖가지 핑계로 흔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70~80 퍼센트 지지율의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을 야당뿐만 아니라 보수성향의 매체들이 갖가지 트집을 잡아서 흔드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보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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