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김도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 방안으로 과거 구소련의 핵폐기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6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그 전날 샘 넌 전 상원의원과 리처드 루거 전 상원의원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과거 구소련 비핵화 방식에 관해 들었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은 지난 1991년 구소련 비핵화를 이끌었던 넌-루거법(Nunn-Lugar Act)을 공동 발의한 주인공. ‘워싱턴 이그재미너’ 역시 펜스 부통령이 두 상원의원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구소련 국가들의 비핵화, 기술· 재정 지원이 핵심
'넌-루거법'은 소련 붕괴 후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에 있던 핵, 생화학무기와 핵시설, 핵물질을 폐기할 수 있도록 미국이 기술적, 재정적 지원에 나서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미국은 1991년부터 2012년까지 총 150억~200억 달러의 재정 지원과 비핵화 기술을 제공해 구소련 지역에서 비핵화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이 되도록 이끌었다.
펜스 부통령, 5일 백악관에서 법안공동발의 두 상원의원 만나
펜스 부통령은 5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두 전 상원의원을 만나 구소련 핵무기를 폐기했던 역사적인 넌-루거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면서,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이들이 비핵화와 관련해 해준 조언에 감사를 표했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구소련 비핵화 방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넌 전 상원의원과 루거 전 상원의원은 지난 4월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에 공동으로 기고한 글에서 20년에 걸쳐 구소련 비핵화를 주도해 역사적으로 증명된 넌-루거 프로그램을 북한 비핵화 절차에 적용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전문가들 환영..."단계별 비핵화가 현실적"
RFA에 따르면 백악관이 넌-루거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인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가 한 번의 회담으로 일괄 타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트럼프 행정부가 비로소 인정했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미국 민간단체인 군축협회(Arms Control Associations)의 킹스턴 리프 감축위협감소 정책국장은 6일 RFA에 넌-루거 프로그램은 북한 비핵화에 적용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백악관의 관심을 환영했다.
리프 국장은 "북한 비핵화는 시간을 두고 단계별로 진행되는 과정으로, 행동 대 행동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며 "단 한번 회담으로 비핵화를 이루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검증가능하게 북한의 핵무기와 그 하부시설을 폐기하는 데 (넌-루거 프로그램이) 적용될 수 있는 방법(tool)"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넌-루거 프로그램 중 핵탄두와 관련 시설을 폐기한 경험과, 핵무기를 개발했던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핵무기 개발과 무관한 평화적인 과학과 기술 일에 종사하도록 했던 내용이 북한 비핵화 절차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