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추진단이 개성공단을 방문함에 따라 대북 제재가 해제되면 공단 가동이 재개될지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8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추진단이 개성공단을 방문함에 따라 대북 제재가 해제되면 공단 가동이 재개될지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김도진 기자] 12일 북미 정상회담 결과 당장 대북 제재는 풀리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빨리 과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차후 후속조치가 조속히 진행될 경우에 대비하여 정부는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서두르고 있다.

남북 경제협력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우리정부 내 컨트롤타워는 기획재정부가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으로 UN과 미국의 대북제재가 점차적으로 해제되면 남북경협이 시작될 것 같다"며 "남북 경제협력 사업은 여러 부처에서 예산을 투입해야 하므로 기획재정부가 컨트롤타워 역을 맡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제연합(UN) 대북제재도 풀려야 하지만 무엇보다 미국의 대북 제재도 해제돼야 남북경협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앞서 1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24회 '아시아의 미래'에 참석,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담이 "좋은 방향으로 진행하면 정치와 안전보장에 더해 경제에서도 기회의 문이 열리게 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김 부총리는 "제비 한 마리가 남쪽 나라에서 날아왔다고 해서 봄이 온 것은 아니다"라며 조심스런 대응을 당부했다.

김 부총리는 향후 국제사회가 북한과 협력할 수 있는 내용으로, 인도지원은 물론이지만 국제기구 가입에 꼭 필요한 경제통계를 작성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10·4선언'과 ‘판문점선언’에 기반해 협력 사업 펼친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남북 경협은 지난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공동 발표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4·27 판문점선언)에 기반을 두고 있다.

4·27 판문점선언 내용 중 경제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대목은 "남과 북은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을 취해나가기로 했다"는 부분이다.

'10·4선언'은 2007년 10월4일 고(故)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발표한 선언으로 정식명칭은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이다. 5항에 남북 경협 문제를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개성공단 방문, 재가동 점검

10·4선언에는 개성공단 합의가 나온다. 개성공업지구 1단계 건설을 빠른 시일 안에 완공하고 2단계 개발에 착수키로 한 것이다.

지난 8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추진단이 개성공단을 방문함에 따라 대북 제재가 해제되면 공단 가동이 재개될지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이날 천해성 통일부 차관을 단장으로 청와대와 현대아산, KT, 개성공업지구 지원재단 인사 등으로 구성된 우리 측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추진단은 개성공단 현지 점검을 마치는 등 공단 가동 준비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정부는 개성공단 재가동 외에도 ▲해주지역과 주변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설치 ▲공동어로구역·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 건설·해주항 활용 ▲민간선박 해주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또한 ▲문산-봉동간 철도화물 수송 시작 ▲통행·통신·통관 문제를 비롯한 제반 제도적 보장조치 조속히 완비 ▲개성-신의주 철도·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추진 ▲안변·남포 조선협력단지 건설 ▲농업, 보건의료, 환경보호 등 여러 분야에서 사업을 진행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렇게 많은 사업을 앞두고 있는 만큼 "남과 북은 경제협력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현재의 '남북경제협력 추진위원회'를 부총리급 '남북경제협력 공동위원회'로 격상하기로 했다"는 문구에서 경제부총리가 총괄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이 가능해진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과도 일치

판문점선언에는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이 추가됐다. 동해선과 경의선은 부산에서 출발해 북한을 관통해 러시아와 유럽까지 달리는 노선과,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복선철도를 의미한다.

정부는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에 입각해 동해권은 에너지자원벨트로 추진하고, 서해안은 산업·물류·교통을 중심으로 한 경협벨트로 개발하며 비무장지대(DMZ)는 환경·관광벨트로 추진한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판문점선언은 문재인정부의 구상과 궤를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부처 사이 조율 위해 기재부가 총괄 지휘 맡아

이런 남북 경협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농림수산식품부, 통일부, 환경부 등 여러 부처 사이의 조율이 불가피하다. 예산을 쥐고 있는 기재부가 컨트롤타워로 부각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조동호 국가안보전략연원장은 "그동안 남북경협 문제는 교류의 물꼬를 트는 게 주요 목적이었지만 앞으로는 제도적인 범위에서 제대로 된 경제협력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며 "이제는 경협의 물길을 바로잡아야 하므로 훨씬 더 어렵고, 그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금은 남북 경협사업을 물밑에서 연구하고 있는 단계"라며 "UN 대북제제와 미국의 독자적 대북제재가 완화되는지 확실히 지켜본 뒤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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