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미국의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출동했다. 경기 평택 오산미공군기지 상공에 B-1B 전략폭격기 2기와 F-16이 전개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2016년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미국의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출동했다. 경기 평택 오산미공군기지 상공에 B-1B 전략폭격기 2기와 F-16이 전개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뉴시안=이준환 기자]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출입 기자들을 상대로 한 시간 넘게 기자회견을 가졌다.

간략한 협정문을 두고 의문을 제기하는 기자들에게 보충설명을 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했다.

군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무엇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그동안 연례적으로 실시해오던 한미 군사훈련에 적잖은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 군사훈련 비용 많이 든다고 언급

"우리가 (연합훈련의) 비용 대부분을 지출하고 있는데 훈련을 중단할 경우 엄청난 비용을 아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과 종전선언, 평화회담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한미연합 훈련을 지속할 겨우 협상 파트너에 대한 도발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 판문점회담에서 주한미군을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다만 한미연합 훈련 시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출동하는 것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보여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이 같은 반응을 감안하여 자신의 평화 의지를 북한과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특히 연합훈련을 위해 항공모함 전단이나 폭격기 등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데 괌에서부터 비행기를 띄우는 등 많은 비용이 들고 있다는 점도 아울러 강조했다.

평소 우방국의 방위비를 부담하는 데 불만을 갖고 있던 트럼프 대통령이 비용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도 물론 깔려 있을 것이다.

국방부와 한미연합사, “아직 변경 사항 없다”

이에 국방부는 "현 시점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정확한 의미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미국 CNN 방송은 현재로서는 한미연합사가 이와 관련된 지침을 받은 바 없으며 앞으로 있을 을지훈련도 예년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군의 한국 주둔을 이해한다고 한 북한은 그동안 연례적으로 열리는 한미 군사훈련에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연합훈련을 북한 정권에 대한 선제 타격과 체제 위협 행위로 간주하고 훈련 중단을 촉구했다.

남북 정상회담 전후로도 키리졸브 훈련과 독수리 연습은 물론 8월 열리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강하게 비난했다.

국방부는 북한의 이 같은 주장에 "한미 연합훈련은 방어 차원의 연례적 훈련으로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8월 UFG 연습부터 대대적 수정 불가피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지만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직접 훈련 중단을 거론한 만큼 ,적어도 북한과 대화를 지속하는 동안에는 예년과 같은 수준의 훈련은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종전선언이나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뚜렷한 이행 계획 등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훈련 중단 또는 축소는 논란을 불러 올 여지가 있다.

한 군사 전문가는 "훈련도 하지 않으면서 미군은 주둔시킨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 훈련도 하지 않으면서 조 단위에 가까운 방위비 분담금을 부담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면서 "연합훈련 중단은 한미 연합군에 대한 성격을 재수립하는 중차대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귀국 전 미국 ABC 방송과 가진 단독인터뷰에서 “며칠 내로 북한의 중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비핵화 합의에 따른 북한의 의미 있는 조치가 취해지면 전략적 자산을 배치하는 한미 연합훈련 내용은 어느 정도 수정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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