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슈퍼그리드에 눈을 돌리게 된 계기는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을 만나면서다. 손 사장은 ‘고비텍’프로젝트와 아시아슈퍼그리드 프로젝트를 일찍부터 구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슈퍼그리드에 눈을 돌리게 된 계기는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을 만나면서다. 손 사장은 ‘고비텍’프로젝트와 아시아슈퍼그리드 프로젝트를 일찍부터 구상했다.(사진=뉴시스)

[뉴시안=이석구 기자] 전력난에 시달리는 북한.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핵 폐기 및 비핵화의 실질적인 성과가 나오면 북한의 전력난도 해결될 듯하다.

바로 동북아시아 국가 전력망을 잇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에 참여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북아슈퍼그리드 사업은 화석연료와 원전 비율이 지나치게 높고 청정·재생에너지 비율이 세계 최하위인 남한의 에너지 편향도 잡아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세계 꼴찌 수준의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비율

유럽과 아프리카, 지중해 및 중동 지역 국가에서 추진하고 실현 중인 슈퍼그리드 사업은 태양열이나 풍력, 수력 등 신재생에너지 자원을 여러 국가가 나누는 사업이다.

오염물질을 내지 않는 청정에너지 사업이며 미래 에너지 사업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아직 원전에 찬성하는 인구가 많지만 이미 유럽과 세계는 탈원전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세계에서 원전 의존율이 가장 높은 프랑스도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11%가 넘는다. 우리나라는 중국(9%)에도 못 미치는 1.9%(한국기준으로는 7%)로 세계 82위 수준.

과학자들은 지구촌 사막이 단 6초간 받는 에너지를 온 인류가 1년 쓰고도 남는다고 한다. 이제 세계는 이런 이상을 실현하는 단계에 와 있다.

풍력을 쓰는 북유럽 슈퍼그리드, 태양열을 이용한 북아프리카 중동 지중해 연안을 잇는 데저텍(desertec, 사막과 기술의 합성어)프로젝트, 그리고 남아공부터 카이로까지 잇는 남부아프리카 그리드가 대표적인 슈퍼그리드다.

미래 에너지사업 될 슈퍼그리드 사업

이들 슈퍼그리드 사업은 경제적으로도 결코 뒤지지 않는 결실을 내며, 앞으로도 계속 투자를 늘리면서 원전을 없애고 지구온난화를 막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 동양은 화석연료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실제 조건으로 따지면 매우 유리하다.

몽골에는 한중일 3국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풍력과 태양열이 있고 러시아는 수력과 천연가스 등 청정에너지가 풍부하다. 동북아 국가가 전력망을 연결하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

슈퍼그리드 사업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에너지 정책과도 결을 같이하고 있다. 최근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에서도 슈퍼그리드를 언급할 정도로 문 대통령은 강한 의지를 보였다.

손정의 사장의 슈퍼그리드 구상, 문 대통령 관심

문 대통령이 슈퍼그리드에 눈을 돌리게 된 계기는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을 만나면서다. 손 사장은 ‘고비텍’프로젝트(고비사막 태양열을 이용한 발전)와 아시아슈퍼그리드 프로젝트(한중일러 등 전아시아를 연결하는 송전망)를 일찍부터 구상했다.

아시아슈퍼그리드는 몽골의 태양력과 풍력, 러시아의 수자원을 이용하는 것인데 몽골과 러시아는 이미 에너지 협력을 약속했고, 몽골은 손정의 사장의 소프트뱅크와 아시아개발은행의 도움으로 고비텍을 추진 중이다.

러시아 역시 일본과 에너지 브릿지 사업과 남북러 전력 연계를 포함하는 한중일 몽골, 카자흐, 러시아 등을 묶는 아시아 슈퍼에너지링 프로젝트(AER Project)를 제안했다.

중국은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중국답게 전 세계를 잇는 ‘글로벌 전력망 연결(GEI)’을 내들며 ‘GEI 개발협력기구(GEIDCO)’까지 설립했다.

중국은 2050년까지 통 크게 50조 달러(5경 8660조원)를 투입해 북극의 바람과 적도의 태양열을 잇는 초대형 연결망을 구축하겠다고 나섰다.

북한 협조하면 육상 연결, 공사 쉬워져

전 세계의 미래 사업이 된 슈퍼그리드에 우리나라도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전력망 착공에 들어갈 예정. 이를 위해 중국, 몽골과 함께 T/F팀을 꾸리는 등 한국전력공사는 준비를 해왔다.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에 북한이 참가하면 중국이나 러시아 전력망을 해상이 아닌 육상으로 연결할 수 있다.

그러면 공기를 앞당기고, 단가도 확 줄일 수 있다. 북한 역시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어 협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13년 '재생 에네르기법'을 제정, 오는 2044년까지 태양광, 풍력, 바이오가스 등 재생에너지로 5GW의 발전 설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경제 총력 노선'을 선포한 북한이 철도·도로, 전력,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없이는 불가능하다.

남북협력하면 수익성도 담보

전력 분야에서 남북이 협력하면 수익성을 낼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기술과 노하우를 갖춘 한전이 주도하면 원자력발전 축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전으로서도 새로운 돌파구인 셈.

한전은 2016년 중국 국가전망, 일본 소프트뱅크, 러시아 로세티와 4사간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을 위한 협력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다양한 준비를 해왔다.

그러나 한전은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현재 구상단계다. 실현되려면 관련국가의 협의와 연구가 필요하다"며 "오래 걸릴 테고, 지금으로서는 비용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경술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 에너지 협력은 일회성보다는 지속적인 사업으로 안착해야 한다"며 "'공적개발원조(ODA)' 등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전력산업 특성상 '투자'와 '회수'가 잘 유지돼야 일회성으로 안 끝난다. 북한 전력 사정을 분석하고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북한의 에너지 사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