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1월 21일 오전 서울 용산 미군기지 나이트필드 연병장에서 유엔군 사령관 미 육군 대장 빈센트 K. 브룩스 주관으로 6.25 전쟁 전사자 유해 송환식이 거행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해 11월 21일 오전 서울 용산 미군기지 나이트필드 연병장에서 유엔군 사령관 미 육군 대장 빈센트 K. 브룩스 주관으로 6.25 전쟁 전사자 유해 송환식이 거행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김도진 기자] ‘세기의 만남’으로 세계의 이목을 끈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합의문에는 특별한 조항이 담겨 있었다.

합의문에서 비핵화와 체제안정보장 사항은 매우 포괄적으로 명기된 데 반해 마지막 조항인 6·25 참전 미군 유해발굴에 대해서는 매우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었다.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공동 합의문에는 "전쟁 포로와 전투 중 실종자 유해를 발굴하고, 이미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즉각 송환한다"고 되어 있다.

이로써 북한과 비무장지대 내 미군 유해 발굴 사업이 11년 만에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6000구 유해 발굴 송환 기대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6·25 전사자 유해 6000여 구가 송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6·25 당시 목숨을 잃은 미군은 5만4000여 명. 이 가운데 8000여 명의 유해를 아직 찾지 못했다.

미국 한국전쟁참전용사협회(KWVA)는 북한 지역에 5300여 구, 비무장지대(DMZ) 남한 지역에 2000여 구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90년대 이미 북미 공동 발굴단으로 유해 수습

미국은 북한과 1990년대 중반 이미 함께 유해 발굴 작업을 했던 바 있다.

미 국방부 산하 미군 전쟁포로·실종자 확인 합동사령부와 북한 공동 발굴단은 1996년부터 2005년까지 33차례에 걸쳐 미군 유해 229구를 수습해 미국으로 보냈다.

미군의 유해는 중공군과 전투가 치열했던 함경남도 장진호와 평안북도 운산 등 격전지에서 주로 발굴됐다.

그러나 이후 북미 관계가 악화되자 유해 발굴 작업이 중단됐고, 그 뒤로 일시적으로 재개되기도 했지만 북미관계 악화로 중단됐었다.

북한과 미국 두 나라 정상이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합의문에서 전사자 유해 발굴 조항은 가장 우선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비핵화나 경제제재 해제, 또는 체제안정보장 등과 같이 시간이 많이 걸리고 까다로운 주요 핵심 사항에 비해, 유해 수습은 북한으로서 부담이 없고, 또한 인간적인 차원에서 적극 나설 만하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 내 유가족을 생각하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할 사안이기도 하다.

비무장지대에서 한북미 공동 발굴 작업

유해 발굴 수습은 이미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제기된 사안이었다.

남북한 정상은 전사자 유해 발굴에 합의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식에서 "비무장지대 유해발굴을 우선 추진하고, 미군 등 해외 참전용사의 유해도 함께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유해자 발굴 송환은 전쟁이 끝난 뒤 제일 먼저 해야 함에도 분단으로 70년 가까이 늦어졌다. 지금이라도 전 세계 우방의 유해자를 발굴해 유가족 품으로 돌리는 일이 시작된 것은 다행이다.

북한과 대화 분위기가 계속되면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 세 나라가 비무장지대에서 합동으로 유해 발굴에 나서는 모습도 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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