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공군 연합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이 실시된 5월 11일 오후 경기 평택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 활주로에서 A-10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미공군 연합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이 실시된 5월 11일 오후 경기 평택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 활주로에서 A-10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김동현 보스턴 통신원] 미·북 정상회담은 북한의 비핵화를 기준으로 놓고 볼 때 실망스럽다.

이번 6·12 공동선언은 1994 제네바 합의, 2000 북·미 코뮈니케, 2005 6자회담 공동성명에 비해 후퇴했다.

 

6·12 공동선언의 원론적인 비핵화 다짐은 4·27 남북 판문점 공동선언만큼이나 모호했다. 미국은 더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얻어냈어야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6·12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타임라인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과학적으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포드대 핵물리학자가 비핵화에 15년이 걸린다는 분석을 언급하면서 15년이라는 시간은 끔찍하며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미국은 북한 핵시설 강제사찰 수용을 얻어내는 데 실패했다. CVID가 빠지고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원론적인 문구만 공동성명에 들어갔으니 강제사찰 없는 비핵화 합의는 이전 합의와 다를 게 없게 됐다.

이번 합의가 이전 합의들과 어떤 점에서 다르냐는 기자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정권과 사람들이 다르다고 답했다.

딜 메이커로서 북핵을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합의문이 아니라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이번 합의가 특별하다는 주장은 공허하게 들린다.

연합훈련 취소 발표 이전 한·일 정부와 사전 조율 없었다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라는 선물을 안겨줬다. 연합훈련이 도발적이라는 북한의 언어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값비싸고 도발적인 연합훈련은 북한과 협상하는 동안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두 가지 문제점을 내포한다.

첫째, 연합훈련 중단에도 불구하고 북한에게 양보한 것이 없다는 트럼프의 인식이다. 트럼프는 연합훈련 중단은 양보거리조차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협상의 수단이 될 지에 대한 추측은 간담을 서늘케 하기에 충분하다.

둘째, 연합훈련 취소 발표 이전 한·일 정부와의 사전 조율이 없었다는 점이다.

과거 연합훈련이 취소된 전례가 없지 않으나 양국 간 사전 조율을 통해 발표되는 것이 관행이었다.

트럼프의 깜짝 발표로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까지 군사대비태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그럼에도 한·미, 한·일 간 조율은 부족하다.

6·12 미·북 정상회담에서 고무적인 순간도 없지 않았다.

첫째,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직접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26세에 집권해 나라를 이끈 훌륭한 지도자라는 발언으로 인해 북한 인권문제 언급 사실 자체는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한국의 어떤 지도자도 언급하지 못한 북한 인권문제를 김정은의 면전에서 꺼냈다.

한민족임을 항상 강조한 남·북 간의 과거 회담에서 동포들의 인권문제를 제기하지 못한 한국 정부가 부끄러워해야 할 지점이다.

둘째,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1시간 넘게 대략 30개 정도의 질문을 받았다.

수십여 개의 질문을 통해 미·북 회담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상당히 알 수 있었다.

트럼프의 기자회견은 훌륭한 소통능력 보여줘

6·12 공동선언의 부족한 점을 기자회견을 통해 알아낼 수 있었다. 트럼프의 언론관과 소통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그러한 의문들을 한 번에 불식시켜버렸다.

소통을 강조하는 문재인 대통령도 김정은과의 두 번째 만남을 비밀에 부쳤다는 점, 상당히 제한된 시간 동안만 질문을 받았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1시간 넘는 기자회견 그 자체는 내용과는 무관하게 훌륭한 형식을 갖췄다.

4·27 남북 정상회담 당시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에게 깍듯하게 90도로 인사한 북한 기자들을 볼 때 북한의 상황은 말할 것도 없다.

빠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협상들이 재개될 것이다.

미국과 한국 정부는 정치적인 수사와는 별개로 4·27 판문점 공동선언, 6·12 공동선언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북한의 비핵화를 담보할 구체적인 조치를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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