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삼성은 올 1분기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네 분기째 연속으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사진=뉴시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삼성은 올 1분기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네 분기째 연속으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사진=뉴시스)

[뉴시안=정윤기 기자] 국내 기업은 올 1분기 역대급 수익을 냈다.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가 모두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이어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은 네 분기째 연속으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고, 엘지전자도 8년 만에 분기 1조 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률도 26.0%로 사상 최고치다. 삼성전자의 실적은 반도체 호황에 ‘갤럭시S9’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부문(DS)에서만 약 11조 원, 스마트폰에서 3조 원 가량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됐다.

LG전자는 올 1분기 매출액 15조 1,230억 원, 영업이익 1조1,078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매출은 3.2%, 영업이익은 20.2%가 증가한 수치다. 매출은 역대 1분기 최대 실적이며 영업이익도 2009년 2분기 이후 최고치다.

'반도체 착시' 걷어내면 전반적인 수지는 오히려 나빠져

하지만 수익 대부분이 반도체에서 나와, '반도체 착시'를 걷어내면 전반적인 수지는 되레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업종이 부진을 면치 못한 탓에 중소기업 매출액 증가율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1분기 기업경영 분석'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법인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7.4%로 지난해 1분기(7.1%)보다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 통계 편제 이후 1분기 기록 중 최고치다.

제조업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8.8%로 지난해 같은 기간(8.2%)보다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액을 계산한 것으로 기업의 전반적인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번 조사는 지난 2016년 말 외부감사 대상 법인기업 모집단 1만6645개 중 3324개의 표본업체를 대상으로 이뤄진 것이다.

반도체 호황 불구 자동차 부진으로 중소기업 고전

기업들의 수익성이 좋아진 것은 반도체 호황 덕이 크다. 고성능 반도체 제품의 공급이 크게 늘면서 기계·전기전자 실적이 좋아진 영향이다. 기계·전기전자 부문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15.4%로 1년 전(10.6%)보다 크게 좋아졌다.

실제로 몇몇 반도체 기업의 영향력은 컸다. 전산업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영업이익률은 2.1%p에 달했다. 전체 7.4%의 영업이익률 중 약 27%를 두 기업이 메운 셈이다.

결국 반도체 착시 효과를 걷어내면 전산업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5.3%로 떨어져 지난해 1분기 수익보다 나빠진 것으로 나온다. 지난해 1분기의 경우 두 기업 실적을 제외한 전산업 매출액영업이익률은 6.1%였다.

한은 관계자는 "삼성과 하이닉스를 빼면 수익성이 좋아졌다고 볼 수는 없다"며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흐름에 있기는 하지만 올 초 자동차 업종의 부진으로 나빠진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엘지전자 역시 영업이익은 최고치였지만 지분법 손실 및 기타 비용 증가로 순이익은 7,299억 원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12.7% 하락을 보였다.

중소기업은 마이너스 성장    

기업 성장성도 둔화세로 나타났다. 전산업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 증가율이 3.4%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7.9%)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제조업 가운데 석유제품은 가격 상승세가 꺾이면서 석유화학 매출액 증가율이 지난해 1분기 21.2%에서 올 1분기는 6.8%로 크게 둔화됐다. 비제조업에서는 서비스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7.7%에서 3.6%로 반토막났다.

특히 중소기업 매출액증가율이 -1.7%로 역성장하며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업종 부진으로 연관 하청업체들이 주로 피해를 본 탓이다. 대기업도 4.4%로 지난해 1분기(8.1%)에 비해 증가폭이 축소됐다.

기업 안정성 정도를 나타내는 부채비율은 85.5%로 전분기(84.7%)보다는 다소 늘었다. 기업들이 4월 배당금을 지급하기 위해 1분기 부채로 계상해놓은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은 관계자는 "부채비율이 상승하긴 했지만 배당금 지급 기간임을 감안하면 변동성은 거의 없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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