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뱅크 창업자인 손정의 CEO(사진=뉴시스)
일본 소프트뱅크 창업자인 손정의 CEO(사진=뉴시스)

[뉴시안=한기홍 편집국장]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대표이사 겸 CEO인 손정의의 스케일에 감탄한다. 요즘 그의 행보는 자못 거대하다.

거부(巨富)를 축적한 것에 대한 경외감보다 이 작은 체구의 사나이가 보여주는 철학의 광대함에 놀라게 되는 것이다.

2016년 그의 행보를 보자.

일반인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영국의 기업 암(ARM)을 우리 돈 33조원이라는 상상도 못할 금액으로 인수했다.

손정의의 소프트뱅크는 일본에서 아이폰을 독점 판매하는 기업이다. 아이폰이 나오기 전부터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던 스티브 잡스와의 인연 때문일 것이다.

손정의는 왜 영국의 무명기업을 33조원에 매입했나

손정의는 잡스와 만남에서 또 하나의 생각을 품게 됐다. 잡스가 만들려는 작고 뛰어난 기계(스마트폰)를 만들려면, 저소비 전력 기술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것은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 암(ARM)이 자랑하는 기술이었다.

손정의는 이때부터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 회사를 언젠가 사겠다고 마음먹는다. 실제로 10년이 지난 2016년 손정의는 암을 33조원에 인수하고야 만다.

그는 사물인터넷의 시대에는 전원과 연결될 필요가 없는 초저소비 전력 반도체칩을 대량으로 이용하게 될 것이라 봤다.

20년 안에 암이 설계한 반도체가 지구상에 1조개 이상 뿌려지게 될 것이라 예견한 것이다. 이것이 33조원을 들여 손정의가 암을 인수한 이유다.

그의 선견지명이 성공으로 이어질 것인가는 부차적인 문제다. 주목하고 싶은 것은 그의 스케일과 철학이다.

인류에의 공헌 열망을 경영과 바로 접목하는 '신념의 인간'이라는 점에서 손정의의 가치는 독보적이다.

손 회장의 유명한 ‘300년 비전’이라는 게 있다. 우수한 기업은 300년 정도는 내다볼 수 있어야 오래도록 번영할 수 있다는 신념이다.

그에게 300년 비전이란 통신에 치중한 그 동안의 사업모델을 버리고 사물인터넷(IoT) 분야의 선두주자를 확고히 하는 일이다.

태양광 발전사업에 최대 10조 엔 투자하기로

과연 정보혁명으로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손 회장의 열망은 이뤄질 수 있을까.

사실 누구도 예단할 수 없지만 이 사나이의 간절함을 지켜보면 그의 야망이 꼭 이뤄지기를 응원하고 싶어진다.

그의 경영철학에 공감하는 많은 사람의 에너지가 그의 자산이 될 터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도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비탄을 표현했고, 후쿠시마 복구에도 적잖은 힘을 보탰다.

누구도 그의 태도를 가식으로 보지 않았다.

스프트뱅크가 태양광 발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도 후쿠시마 트라우마의 소산이다.

그는 최근 태양광 발전사업에 최대 10조 엔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0조 엔은 우리 돈으로 약 100조원에 달하는 거금이다.

소프트뱅크는 태양광 발전이 앞으로 인류의 미래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라고 판단, 대대적인 투자를 하기로 했다고 사업취지를 설명했다.

손정의를 새삼 돌아보게 되는 배경

태양광 사업은 손 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기업의 미래와 함께 인류의 미래를 짊어지고 가겠다는 야망이다.

프로젝트의 제1단계 사업으로 인도와의 합작을 추진하고 있다. 일사량이 풍부한 인도의 자연환경을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인도 정부 역시 심각한 전력난을 극복할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지난 1년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원전·석탄 발전 축소와 재생에너지 확대로 요약할 수 있다.

공급확대 위주 에너지 정책에서 수요관리 강화정책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 동안 에너지 공급을 늘리는 데 치중한 나머지 원전과 석탄 화력발전소를 무분별하게 늘렸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저항 세력이 만만치 않다. 전력요금 인상이 불가피해질 때 저항세력은 다시 고개를 들 것이다.

그래서 한 정권의 정책은 한계가 있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폭발적인 힘으로 정책을 밀어붙일 대통령이 되기는 지난한 일이다.

그래서 민간과 기업의 도움이 필요하다.

손정의를 새삼 돌아보게 되는 배경이다. 그는 그가 쌓은 거부(巨富)를 '역사의 전진열차' 위에 태우려 한다.

그 궤도는 일직선은 아니다. 비틀스 노래 제목 ‘롱 앤 와인딩 로드(Long and Winding Road)’처럼 '길고 굽은 길'이다.

그러나 올바른 방향을 보고 달린다.

기업가의 실존과 인류의 운명을 일치시키는 야망의 실현자가 손정의다. 그 엄청난 상상력이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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