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과 독일의 12세 이후 축구 국가대표 경기에 방문한 시진핑 부부.(사진=뉴시스)
지난해 중국과 독일의 12세 이후 축구 국가대표 경기에 방문한 시진핑 부부.(사진=뉴시스)

[뉴시안=콘도 다이스케 일본 주간현대 편집위원]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한국과 일본의 대표팀이 최선을 다하며 국민에게 기쁨을 선사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대표’ 역시 러시아 월드컵에서 맹활약 중이다.

독자들은 "이상한데.. 중국은 출전하지 못했는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 사실, 선수는 출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 기업과 중국 제품은 매일같이 ‘중국대표’로 피치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의 7개사에 불과한 FIFA(세계 축구 연맹)의 ‘글로벌 파트너’에는 수년전까지 ‘중국의 부동산 왕’으로 군림했던 원더(萬達)가 이름을 올렸다.

또한 러시아 대회 ‘공식 스폰서’ 5곳 중 3개가 중국 기업이다.

세계 6위로 약진한 스마트폰 제조사인 비보(vivo), 거대 가전업체인 하이신(海信), 우유 제조사인 몽골의 멍뉴(蒙牛)다.

멍뉴의 진한 맛의 아이스크림은 월드컵 경기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밖에도 ‘내셔날 서포터’에는 세계적인 전기자전거 제조사로 등극한 야디(雅迪), 남성 패션브랜드인 디파이(帝牌), 그리고 톈진의 신흥 VR(가상현실) 전문기업인 즈뎬이징(指點藝境)이 들어 있다.

이들 스폰서 기업의 대부분은 계약 액수를 공표하지 않았지만 "중국 기업의 협찬금은 총 8억 3500만 달러에 달해, 전체 협찬금의 3분의 1을 차지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어쨌든 협찬 금액에서 2위인 미국을 제치고 중국이 ‘우승’을 거머쥔 것은 틀림없다.

또한 방영권에 관해서도 중국 중앙방송(CCTV), 중국 이동(차이나 모바일), 유쿠(優酷), 왕이(網易), 텐센트(網易)의 5개사가 TV와 인터넷 방영권에 관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했다.

일설에 의하면 방영권료도 미국을 뛰어 넘어 중국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한 것이 틀림없다고 한다.

중국의 한 경제지 기자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월드컵 공식 축구공은 광둥성의 둥관(東莞)에서 제조하고 있습니다. 기념 주화는 장쑤성 난징(南京)의 조폐 공장에서, 대회 공식 마스코트인 ‘자비바카‘도 후두(孚徳)라는 저장성 항저우 지역의 공예품 업체의 제품입니다. 또한 월드컵 기간중 경기가 개최되는 각 도시의 레스토랑을 대상으로 중국에서 양식하고 있는 10만 마리의 가재까지 공급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인은 가재를 좋아해서 중국에서 대량으로 수입한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중러 밀월'이 이룩한 업적이다.

시진핑 주석은 "과거 100년 중 지금이 가장 양호한 중러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라는 것이 말버릇이다.

실제로 중국은 러시아 최대의 교역상대국으로, 지난해 양국의 무역액은 869억 달러에 이르렀다.

하지만 중국 기업이 월드컵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앞서 언급한 중국 일간지 기자는 이렇게 비밀을 들려준다.

"시진핑 주석이 월드컵 전 경기를 생중계로 지켜볼 정도의 ’추미(球迷=축구광)‘이기 때문입니다. 각 기업은 세계의 누구보다도 시 주석의 눈에 띄기 위해 월드컵 광고에 열을 올리는 것입니다. 시 주석의 눈에 들게 되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내 비즈니스에 있어서 중국 공산당의 방해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월드컵에 대한 비용지출은, 말하자면 중요한 자기 방어의 한 수단입니다."

중국은 최근 월드컵 본선에 출전조차 못하고 있다. '추미'인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 2016년에 독일과 유소년 선수 육성을 위한 계약을 맺었다.

중국의 청소년 선수를 통째로 독일에 유학시키고, 독일인 코칭스태프에 의해 축구수업을 받게 한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 7월에 독일을 공식 방문했을 때, 이 성과를 보기 위해 메르켈 총리와 함께 양국의 청소년 축구 경기를 관전하기도 했다.

중국 국내에서는 중국에서 월드컵을 개최하는 것이 중국이 출전할 수 있는 가장 지름길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중국 기업이 FIFA의 최대 스폰서로 자리 잡은 만큼, 중국인 중 월드컵 중국 개최에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2026년 대회까지 개최국이 결정된 마당에 중국의 월드컵 개최는 2030년 이후에야 가능한 일이다.

중국에서는 "중국인은 한명이면 용이 되지만, 세 명이 모이면 벌레가 된다"는 말이 있다.

중국인의 개인주의적 성향을 빗댄 말이다. 11명이 모여서 팀플레이를 해야만 하는 축구는 중국인들의 기질과 좀처럼 맞지 않는 스포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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