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한 A매치에서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는 손흥민. 러시아 월드컵은 페널티긱 성패 여부가 승부를 가를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은 대회다.(사진=뉴시스)
2016년 한 A매치에서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는 손흥민. 러시아 월드컵은 페널티긱 성패 여부가 승부를 가를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은 대회다.(사진=뉴시스)

[뉴시안 전문가 칼럼=기영노 스포츠평론가] 한국 축구가 2018러시아 월드컵 F조 첫 경기에서 스웨덴에 페널티 킥을 허용 0대1로 패하면서 한국 축구선수단에 ‘페널티 킥에 대한 경계령’이 내려졌다.

이번 대회부터 비디오판독(VAR)이 도입돼서 한국 팀을 포함해서(프랑스 호주 전) 벌써 2번이나 희생 팀이 나왔다.

한국은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호주 팀에 이어 두 번째 비디오판독의 희생양이 되었다. 후반 20분 경 김민우 선수가 페널티 지역 내에서 클라에센을 향해 태클을 걸었지만 당시에는 호엘 아길라르 주심은 처음에 휘슬을 불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장 내에 설치된 37대의 카메라를 지켜보던 4명의 비디오 판독관이 주심에게 신호를 보냈고, 아길라르 주심은 확인 끝에 페널티 킥을 선언했다. 김민우가 볼이 아닌 클라에센 발을 건 장면이 선명했기 때문이다.

결국, 잘 막던 조현우 골키퍼도 그란크비스트의 슈팅을 막지 못했고, 그 페널티 킥 결과, 0-1 패배로 이어졌다.

한국과 호주뿐만 아니라 많은 팀들이 페널티 킥 때문에 쓴 맛을 보고 있다. 6월20일까지 전체 64게임의 4분의 1이 약간 넘는 17게임 밖에 치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벌써 10개의 페널티 킥이 선언 되었고, 그 가운데 2개는 비디오 판독에 의해 나중에 선언 되었다.

역대 월드컵을 보면 1990년 이탈리아, 1998년 프랑스 그리고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각각 18번씩의 페널티 킥이 선언돼서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최소한 25번 이상 페널티 킥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서 역대 가장 많은 페널티 킥이 나오는 대회가 될 것으로 예상 된다.

이번 대회 처음 도입된 비디오 판독도 페널티 킥이 양산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호날두와 메시의 명암을 가른 페널티 킥

이번 대회 최고 스타플레이어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아르헨티나의 리오멜 메시도 첫 경기에서 페널티 킥 성패(成敗)로 명암이 크게 엇갈렸다.

호날두는 스페인과의 B조 1차전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포함해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반면, 리오넬 메시는 아일랜드와의 D조 첫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실패해 팀의 승리를 날렸다. 리오넬 메시는 이번 러시아 월드컵 페널티킥 실축으로 리그와 국가대표 경기 통산 103번 시도해 79회 성공, 성공률 77%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호날두는 이번 스페인 전 페널티킥까지 총 123회 키커로 나서 104차례 상대 골문을 열었다. 성공률은 85%에 이른다. 호날두가 메시보다 페널티킥 성공률이 8퍼센트가 높다.

역대 월드컵에서 페널티킥(승부차기 포함)으로 승부가 갈라진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최고의 명승부는 1994년 미국 월드컵 결승전 브라질 대 이탈리아의 승부차기였다.

1994 미국 월드컵 결승전 페널티킥 승부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승부차기로 우승팀을 가렸는데, 이탈리아의 선축으로 시작돼서 바레시 선수가 골대를 넘겼고, 브라질의 산토스는 골키퍼에게 잡혔다. 이탈리아 브라질의 두 번째 키커 알베르티니와 호마리우, 세 번째 키 커 에바니와 브랑코가 모두 성공 시켜서 2대2가 되었다.

이후 이탈리아의 네 번째 키커 마사로가 골키퍼에게 잡혔고, 브라질의 브랑코는 성공시켜 이제 3대2로 브라질이 앞선 가운데 이탈리아의 다섯 번째 키 커 로베르토 바조가 실축하고 브라질의 다섯 번째 키커 둥가가 성공 시키면 브라질의 우승으로 끝이 나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 로베르토 바조의 킥이 골대를 넘겼고, 둥가는 골을 성공시켜서 4대2로 브라질의 우승이 확정되었다.

월드컵 역사는 이탈리아 로베르토 바조의 실축으로 브라질이 우승을 차지했다고 하지만, 사실 이탈리아의 바레시와 마사로의 실축이 축적되었고, 바조는 마지막으로 실축을 한 죄(?)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월드컵 31골 가운데 페널티 킥 골 한 개도 없어

우리나라의 이제까지 월드컵 본선에서 31골(67골 허용)을 넣고 있지만 페널티 킥 골은 하나도 없다.

2002 한일월드컵 미국 전(이을룡), 이탈리아 전(안정환)에게 두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모두 실축했다.

한국의 역대 골키퍼 가운데 이운재 선수가 페널티 킥(승부차기 포함)을 가장 잘 막은 골키퍼로 알려져 있다.

이운재 골키퍼는 K리그에서 승부차기 12전11승1패의 엄청난 승률을 자랑하고 있다. 승부차기에서 32골 허용, 26골 방어로 방어율이 무려 45퍼센트에 이른다.

이운재 골키퍼의 페널티 킥 방어의 하이라이트는 2002 한일월드컵 스페인과의 8강전이다.

당시 한국과 스페인은 전후반 90분, 연장전 30분 등 120분간 0대0 무승부를 이룬 끝에 승부차기에 돌입했는데, 당초 예상은 당시 ‘세계 3대 골키퍼’ 카시야스가 이운재 보다 우세한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스페인의 4번째 키커 호아킨 산체스의 슈팅 방향을 정확하게 예측해서 막아내 한국 팀의 승리(5대3)를 이끌었다.

한국 팀 멕시코 독일전, 페널티 킥 조심해야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페널티 킥으로 패배를 당한 한국은 이제 문재인 대통령이 현장에서 지켜볼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페널티 킥을 조심해야 한다. 물론 독일과의 경기도 마찬가지로 조심을 해야 한다.

독일의 장신 공격수 토마스 뮐러와 재간 동이 메수트 외질 등을 막다가 페널티 킥을 허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두 경기 모두 우리나라는 수비위주의 플레이를 하다가 역습을 하는 작전으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 팀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많은 플레이가 이뤄지기 때문에 우리나라보다 상대 팀이 페널티 킥을 얻을 기회가 많을 것이다. 순간적으로 주심의 눈을 속이더라도 스웨덴 전처럼 비디오 판독이 기다리고 있다.

반대로 우리 팀의 손흥민, 이승우 선수 등의 빠른 역습이 효과적으로 이뤄진다면 상대 팀들의 강한 태클로 인해 페널티 킥을 얻을 수도 있다.

한국팀의 페널티 킥 전담 키커는 정확한 킥을 자랑하는 주장 기성용 선수다. 기성용 선수는 페널티 킥을 실패한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로 담대한 킥을 자랑 한다.

파넨카 킥의 경우

페널티 킥은 키커가 골대로부터 11m 떨어진 지점에서 가로 7.32m, 세로 2.43m 골대 안으로 골키퍼의 방어를 피해 골을 넣는 것을 말한다.

키커가 시속 100km 안팎의 강슛을 차면 골대 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0.3초, 골키퍼가 반응하는 시간은 0.6초. 따라서 물리적으로 볼 때 골이 100퍼센트 성공해야 한다. 그러나 실축에 대한 엄청난 부담을 갖고 있는 키커의 실축과 골키퍼의 선방 때문에 75퍼센트 정도의 성공률에 그치고 있다.

대개의 골키퍼는 자신을 기준으로 왼쪽 오른쪽 가운데 세 곳 가운데 두 곳을 포기하게 마련이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 스웨덴 전에서 조현우 골키퍼도 (자신을 기준으로) 가운데와 왼쪽을 포기하고 오른쪽으로 점프를 했는데, 스웨덴의 주장 그란크비스트는 오른쪽으로 슛을 해서 성공시켰다.

거의 모든 골키퍼는 세 곳 가운데 왼쪽 또는 오른쪽에 94퍼센트 비중을 두고 나머지 6퍼센트만 가운데 정면으로 볼이 날아 올 것으로 예측한다.

이러한 골키퍼들의 심리를 잘 이용한 것이 과거 체코슬로바키아의 안토닌 파넨카 선수가.

파넨카는 대부분의 선수 생활을 보헤미안스 1905에서 보냈고, 1980년 올해의 체코슬로바키아 선수로 선정되었다. 파넨카는 1993년 클라인비젠도로프 팀에서 은퇴를 했다.

파넨카가 파넨카 킥을 처음 선보인 것은 1976년 유럽 컵 결승전 체코 대 서독과의 경기였다.

두 팀은 연장전까지 2대2 무승부를 기록해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4대3으로 체코가 한골을 앞서고 있었고, 파넨카가 팀의 다섯 번째 키커로 나서 만약 성공시키면 서독의 다섯 번째 킥을 볼 필요도 없이 체코슬로바키아의 우승이 확정 되게 되었다.

당시 서독의 골키퍼는 세계최고의 수문장 제프 마이어였다. 제프 마이어는 파넨카가 킥을 하자 왼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파넨카는 공을 정면으로 가볍게 차서 성공시켰다. 만약 제프 마이어가 점프를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다면 100퍼센트 막을 수 있는 공이었다.

그 때부터 페널티 킥(승부차기 포함)에서 골키퍼 정면으로 가볍게 차는 킥을 파넨카 킥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스페인 월드컵에서 파넨카 킥을 두 번 성공시킨 파넨카

파넨카는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도 파넨카 킥으로 2개의 골을 성공 시켰다.

당시 체코슬로바키아는 잉글랜드 프랑스 쿠웨이트와 4조에 속해 있었다.

체코슬로바키아는 쿠웨이트와 첫 경기에서 1대1 무승부를 기록 했는데, 그 한 골이 파넨카의 페널티 킥 골(파넨카 킥) 이었다. 두 번째 경기에서 잉글랜드에 0대2로 패한 체코슬로바키아는 프랑스와 조 예선 마지막 경기를 벌여 역시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는데, 그 한골도 파넨카의 페널티 킥 파넨카 킥 골이었다.

체코슬로바키아는 1982년 스페인 월드컵 조 예선에서 두골을 넣으면 2무1패로 탈락했는데, 그 때 넣은 두 골이 모두 파넨카가 넣은 파넨카 킥 골이었다.

이후 한동안 세계축구계는 페널티 킥이 나올 때 마다 누가 파넨카 킥을 시도할 것인가가 관심거리였다

2000년 유럽 컵 이탈리아 대 네덜란드와의 준결승전에서 승부차기에서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토티가 파넨카 킥을 성공 시켰고, 2006 독일 월드컵에서는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이 이탈리아와의 결승전에서 이탈리아의 지안루이지 부폰을 상대로 파넨카 킥을 성공 시켰다.

또한 2011~12 유럽축구 챔피언스리그 첼시 대 바이에른 뮌헨의 결승전에서 첼시의 디디에 드로그바 선수가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로 나서 파넨카 킥을 성공(4대3)시켜 챔피언스리그 첫 우승을 이끌어 냈다.

과연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어떤 담 큰 선수가 페널티 킥(또는 승부차지)에서 골키퍼에게 정면으로 차 넣는 파넨카 킥을 성공 시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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