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직원들이 지난 16일 서울 잠실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수거한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검출돼 논란이 불거진 대진침대 매트리스를 송파우체국으로 옮기고 있다.(사진=뉴시스)
우체국 직원들이 지난 16일 서울 잠실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수거한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검출돼 논란이 불거진 대진침대 매트리스를 송파우체국으로 옮기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신민주 기자] '라돈 매트리스’ 논란이 불거진 지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침대 매트리스에서 방사성 물질 라돈이 검출됐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정부는 문제의 매트리스 수거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월 3일 대진침대 매트리스에서 라돈이 검출됐다는 SBS의 보도 이후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하루 뒤인 4일 현장에 조사팀을 보내고 시료를 확보, 방사능 분석에 착수했다.

5월 10일 발표한 중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트리스와 가까운 지점에서는 내부피폭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피폭선량은 국제기구 권고보다 낮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황당한 결론’을 내놨다.

그러나 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폐암 유발 1군 발암물질이다. 라돈은 주로 호흡을 통해 체내에 흡수되는데, 수년 동안 고농도의 라돈 기체에 노출되면 폐암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라돈이 담배에 이어 폐암 발병원인의 3~14%를 차지한다고 보고한 바 있다.

미국에서도 연간 폐암 사망자의 10% 이상이 라돈에 의한 것이며 폐암을 유발시키는 제2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문제 없다”던 라돈 침대, 일주일만에 수거명령

5월 15일 원안위는 1차 조사결과와 상반되는 2차 조사 결과를 내놨다.

대진침대가 판매한 침대 매트리스 7종 모델이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이하 생활방사선법)’의 안전기준에 부적합한 결함제품이라며 수거명령 조치를 실시한다고 밝힌 것이다.

5월 21일 원안위는 라돈이 검출된 대진침대 매트리스를 한 달 안에 전량 수거하기로 했다.

5월 25일에는 원안위가 대진침대 매트리스 17종을 추가로 조사한 결과 무려 14종의 매트리스가 안전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수거 및 폐기를 위한 행정조치에 나섰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문재인 대통령도 직접 라돈 침대 사태와 관련해 “신속한 수거”를 지시했다.

우체국은 6월 16일과 17일에 걸쳐 직원 3만 명을 투입해 총 2만2298개를 수거했다. 다만 여전히 약 1만개의 매트리스가 남아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수거한 매트리스 역시 골칫거리다. 현재 매트리스는 충남 당진항 야적장에 쌓여있는데 인근 주민들이 당장 치우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당진시와 주민대표, 대진침대, 국무조정실, 원안위 등이 라돈 매트리스를 타지역으로 이송하기로 협약서를 공동 작성하며 논란은 일단락됐다. 이에 따라 당진에 들어온 라돈 매트리스는 26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타 지역으로 이송된다.

생활 방사선 안전 기준 개선 ‘시급’

침대 매트리스로 인해 라돈의 위해성이 알려진 뒤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방사성 물질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라돈이 실내로 유입되는 경로는 건물 하부의 갈라진 틈, 벽돌과 벽돌 사이, 벽돌 내의 기공, 바닥과 벽의 이음매, 건물에 직접 노출된 토양, 빗물 배관로, 모르타르 이음매, 접합이 느슨한 관 사이, 관의 갈라진 틈, 건축자재, 지하수의 이용 등이다.

팔찌, 목걸이, 벽지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관리대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생활주변방사선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안전관리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생활 방사선 안전관리 실태 조사’를 진행, 결함 가공제품을 규정에 따라 전량 회수 조치했다. 다만 관련 기업명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의해 공개하지 않았다.

이러한 주무부처의 입장 번복이나 조사 결과 은폐는 국민들의 불안과 불신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조사 결과를 공개하면 국민들이 생활주변방사선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도 있다.

아울러 생활주변방사선 안전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가공제품에 포함된 방사성 농도를 표시하게 하고, 가공제품에 대한 외부 피폭뿐만 아니라 호흡 등에 대한 내부 피폭 기준을 제시하도록 하는 규정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생활주변방사선 통합 관리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는 라돈 등 생활주변 방사선 관리를 여러 부처가 나눠서 관리해 통합 관리가 어렵다.

생활주변방사선 제품 관리는 원안위가, 실내 공기질 관리는 환경부가, 대기건축자재는 국토교통부가, 화장품은 식약처가 담당하는 형태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라돈 침대 사건 해결과 생활방사능 안전대책 마련을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민관합동대책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연방 라돈 실행 계획’을, 스위스는 ‘국가 라돈 관리대책’을 수립해 생활주변 방사선을 관리하고 있다. 영국도 ‘방사선 방호위원회’를 통해 라돈 측정 및 분석, 교육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한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선진국들처럼 국가적으로 라돈을 비롯한 생활주변 방사선의 통합 안전 관리 체계를 구축, 문제 발생 시 빠른 대응 및 관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승연 연세대 라돈안전센터 교수는 YTN라디오에 출연해 “공산품의 범위가 너무 넓어 정부가 일일이 방사능 수치를 측정할 수 없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라돈 이슈가 발생했기 때문에 우리 인체에 쉽게 닿을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관리 기준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