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가 올해 안에 수입 자동차에 관세 폭탄을 부과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자 국내 자동차 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기아차 광주 2공장 생산라인(사진=뉴시스)
미국 행정부가 올해 안에 수입 자동차에 관세 폭탄을 부과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자 국내 자동차 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기아차 광주 2공장 생산라인(사진=뉴시스)

[뉴시안=정윤기 기자]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대해 최대 25%에 달하는 ‘관세 폭탄’을 부과할 경우 국내 자동차 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기아자동차 광주 공장은 생산라인 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22일 수입산 자동차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에 대한 이해 관계자들로부터 의견서를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공연하게 밝혀 온 수입산 자동차 관세 부과가 가시화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수출 물량은 104만2775대로, 연간 수출량 253만194대의 41%에 달한다. 업체별로는 현대차가 40만1776대로 가장 많고, 기아차 35만4949대, 한국지엠(GM) 16만492대, 르노삼성 12만5558대가 뒤를 잇는다.

물론 미국이 나프타(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상대국, 유럽연합(EU)을 상대로 제시한 카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지만 한국에 미칠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기아차 광주공장은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를 적용하지만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차량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미국서 연 10만대 이상 파는 쏘울 ‘직격타’
기아차 광주공장은 지난 2004년 12월 2세대 스포티지를 시작으로 쏘울, 쏘울EV, 스포티지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광주공장에서 생산한 완성차 49만2233대 중 37.3%인 18만3959대를 미국시장에 수출했다. 차종별로는 쏘울이 10만9625대로 가장 많았고, 스포티지는 7만4334대를 기록했다.

쏘울은 유독 미국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차량이다. 2009년 2월 미국시장 출시 첫 해 3만1621대 판매를 시작으로 2011년부터는 해마다 연 10만대 이상을 판매한다. 특히 광주공장에서 생산하는 쏘울은 66.2%(10만9625대)가 미국으로 수출될 만큼 단일 생산차종 가운데 미국 수출 비중이 가장 높다.

하지만 미국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 될 경우 생산라인 중단과 하반기 쏘울 후속으로 출시 예정인 신차 생산 일정에도 막대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점쳐진다.

광주 지역 경제 송두리째 흔들릴 가능성도

차량 판매 감소와 수익 악화로 인해 기아차 광주공장 생산라인 운영이 중단되면 광주 지역 경제도 휘청일 수밖에 없다.

6월 현재 기아차 광주공장에 근무하는 인력은 7700여명에 이른다. 광주시 제조업 전체 종사자의 10%에 해당한다. 생산액은 10조원으로 광주시 전체 생산액의 32%를, 수출액은 광주시 총 수출액의 40%에 달한다.

광주공장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그 피해 규모는 더 커진다. 1차 협력업체만 50여곳에 달하며 2·3·4차 협력업체 수백여 곳이 이들과 거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기 전에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가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관세 폭탄이 현실화된다면 기아차 광주공장을 포함해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에 걸쳐 큰 타격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와 경제계가 머리를 맞대고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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