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는 2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귀국 하루 만에 김 위원장의 세 번째 중국 방문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2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귀국 하루 만에 김 위원장의 세 번째 중국 방문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김동현 보스턴 통신원] 6·12 미·북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국가 지도자로 등장하는 모양새다.

정상국가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하다. 반대어로는 비정상국가, 불량국가 등이 있다. 2002년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대량살상무기를 생산하는 ‘악의 축’으로 꼽았다.

2017년 9월 유엔총회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북한을 불량국가(rogue state)라고 지칭하면서 북한 주민의 기근, 오토 웜비어 등 외국인 납치, 김정남의 암살 등을 이유로 들었다.

2011년 집권한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과 마찬가지로 집권 6년 간 해외 방문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내부 권력 공고화 이후 대외정책을 펼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김정은은 올해 4월부터 현재까지 총 4번의 출국과 6번의 정상회담 일정을 소화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판문점에서 두 차례의 회담, 트럼프 대통령과 싱가폴에서 첫 미·북 정상회담, 그리고 시진핑 주석과 중국에서 세 차례의 북·중 회담을 가졌다.

불량국가의 은둔해있던 지도자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4·27 정상회담을 계기로 세계 외교무대에 등장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브 러시아 외무장관이 각각 방북해 김정은을 예방하며 중·러의 최고위급 외교관이 김정은에게 깍듯이 예의를 갖추기도 했다.

아베 일본 총리도 북한과의 회담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등 전통적인 우방국 이외의 국가 지도자들조차 김정은과의 회담을 바라고 있다.

김정은으로서는 더할나위 없는 기회가 찾아왔다.

핵보유국으로 국제사회에 등장해 책임 있는 일원이 되겠다는 선대의 업적을 이미 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을 국제사회의 체제에 편입시켜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것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옹호하는 이들이 오랜 기간 펼쳐온 주장이기도 하다.

세계의 무역체계에 진입하는 순간 도발적인 행동이 스스로의 이익을 해하기 때문에 책임있는 일원이 된다는 것이다.

6·12 미·북 정상회담 이후 세계무대에 나서는 김정은에게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 비핵화 의지 확인뿐만 아니라 정상국가의 지도자라면 마땅히 보장해야 할 것들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정상국가란 자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식량에의 접근을 허용하며 합법적인 절차 없이 구금을 금지하며 거주이전과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다.

북한이 가입한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가 수차례의 결의안을 통해 금지한 핵·미사일 실험 중단 및 프로그램 폐기에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의 조건을 달지 않고 유엔의 기본 정신을 받드는 것이 정상국가의 임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한국 내에서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를 비롯한 내각 장관들이 북한 인권에 보이는 머뭇거리는 듯한 태도다.

문정인 특보는 최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즈에 ‘트럼프-김정은 회담엔 승자도 패자도 없다’라는 제하의 글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강하게 다루지 않았다는 트럼프를 향한 비판에 완벽하거나 쉬운 해결책은 없다며 똑똑하고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 특보의 주장은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에둘러 표헌한 것에 불과하다.

미국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조차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고도 비판에 직면하는데, 북한 인권 문제를 의제에 올리지도 않은 한국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의 인식이 우려스럽다.

북한의 정상국가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적어도 겉모양새가 그러하다. 하지만 정상국가란 수차례의 핵·미사일 실험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가 허물어지고 있는 이 때 북한의 진정한 정상국가화란 무엇인가를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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