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6월 심판사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8일 오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6월 심판사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신민주 기자] 수사기관이 특정 기지국을 거쳐 통화가 이뤄진 휴대전화 가입자의 실시간 위치 등을 수집하는 ‘기지국 수사’가 위헌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수사를 위해 불특정 다수의 통신자료를 수집해 온 수사기관의 관행이 국민들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본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28일 송경동 시인과 인터넷 언론의 A기자 등이 청구한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13조1항과 같은 법 2조11호바목 등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수사기관의 기지국 수사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범죄수사라는 공익과 국민의 기본권 보호라는 사익을 조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헌재는 “위치추적자료는 특정 시간대의 위치나 이동상황에 관한 정보로 충분한 보호가 필요한 민감한 정보”라며 “그럼에도 통비법은 광범위한 위치추적자료를 요청하게 해 정보 주체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적 공백을 이유로 2020년 3월31일까지 법의 효력을 유지하기로 하는 대신 국회에 이 기간 안에 해당 조항을 개정토록 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1항은 수사기관이 수사 및 형 집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전기통신사업자를 통해 통신사실 확인 자료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통신사실 확인 자료에는 통화시간과 장소, 상대방 전화번호, 발신국 위치추적자료, 인터넷 로그기록 및 접속지 추적자료 등이 포함된다.

2항은 통신사실 확인 자료 제공을 요청하는 경우 사유나 가입자와의 연관성 및 필요한 자료의 범위를 기록한 서면을 제출해 관할 지방법원 허가를 받도록 규정한다.

같은 법 2조11호바목은 수사기관이 요청할 수 있는 통신사실 확인 자료로 ‘정보통신망에 접속된 정보통신기기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발신기지국의 위치추적자료’를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기지국 수사에 대해 “정보 주체에 관한 정보를 유추할 수 있는 민감한 정보로 ‘수사의 필요성’만 요건으로 해 제대로 된 통제가 어렵다”며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설명했다.

또 위치정보 추적자료를 받은 사실을 알리는 통지 조항에 대해서 통지할 의무 규정이 없고 수사 이후 개인 자료가 파기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점 등을 들어 적법절차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창종,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 3명은 “제2조 제11호 등에 일부 개선의 여지가 있음은 동의하지만 그것이 곧 위헌을 의미하지 않으므로 입법개선을 권고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헌재는 유괴, 납치, 성폭력 등 강력범죄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각종 범죄에 대해선 통신사실 확인자료가 필요하다고 보고 예외를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 2011년 송경동 시인과 A기자 등은 동의 없이 수사기관에 의해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당한 사실을 알고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했다.

송 시인은 2011년 당시 한진중공업 파업문제 해결을 위해 ‘희망버스’를 기획했을 때 8월부터 10월까지 휴대전화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2011년 12월 민주통합당 당대표 선출 예비경선을 취재한 A씨는 다음 해 검찰이 자신의 통신사실 확인 자료를 확인했다고 통보하면서 기지국 수사 사실을 알게 됐다.

송 시인과 A기자 등은 기지국 수사는 법률상 근거 없이 이뤄진 공권력 행사라며 2012년 6월 헌법소원 심판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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