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감성으로 등장한 삐에로쑈핑. (사진=뉴시스)

[뉴시안=송범선 기자] B급 감성은 주류에서 제외된 소수만의 문화였다. 그러나 어느새 B급 문화가 A급 주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으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B급 감성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이처럼 최근 B급 감성을 내세운 컨텐츠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재미와 독특함으로 차별화를 취해 승부를 하는 것이다.

쇼핑에도 B급을 앞세운 공간이 나타났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야심차게 ‘재미’라는 요소를 중점으로 주 타깃층인 20~30대를 끌어모으기 위해 B급 쇼핑공간을 만들었다.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내에 삐에로쑈핑 1호점 매장이 개장했다.

이름부터 다르다. 명칭이 삐에로 ‘쇼핑’이 아니라 ‘쑈핑’이다.

이 공간에서는 모든 것이 다른 가게와는 차별화를 꾀했다.

내부에는 지하철 2호선을 그대로 본 딴 흡연장이 있다.

삐에로쑈핑 스타필드 코엑스몰점 내부에 위치한 흡연실. (사진=뉴시스)

삐에로 쇼핑 관계자에 따르면, 이 흡연실은 금연장소에서 흡연할 수 있다는 로망을 콘셉트로 잡아서 지하철 2호선을 형상화 했다.

흡연장 근처엔 성인용품과 섹시 속옷 등이 진열돼 있다. 성(性)과 관련된 것을 조심스러워하는 한국 사회 특유의 보수적인 느낌은 없다.

상품들과 함께 붙어 있는 ‘급소가격’이나 ‘갑오브값’이란 단어의 의미도 눈길을 끈다.

급소가격은 ‘들으면 누구든 헉 소리를 낼 것이다’라는 설명처럼 초특가 상품을 말한다.

'갑오브값'은 카테고리 내 가격 경쟁력이 있는 상품을 뜻한다.

삐에로 쑈핑은 '정돈보다 혼돈', '상품보다 스토리', '쇼핑보다 재미'라는 역발상의 관점에서 매장을 준비했다.

신세계 계열인 이마트 측은 소비자들이 빈틈없이 상품으로 가득 찬 매장에서 아이템을 획득하는 '득템'의 재미를 느끼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다소 혼란스럽지만 재미있게 꾸민 '삐에로쑈핑'. (사진=뉴시스)

이에 매장을 깔끔하게 구성하지 않고 오히려 상품을 복잡하게 배치해 곳곳을 탐험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삐에로쑈핑은 유쾌한 방식으로 2030세대의 즐거움에 초점을 맞췄다.

온라인 중심으로 모든 시장이 재편되고 있지만 젊은 세대의 ‘재미’를 추구하는 습성을 제대로 짚어낸다면 오프라인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유진철 삐에로쑈핑 담당 BM은 “온라인은 편리성이 있지만 오프라인은 가격이 비싸고 상품이 다양하지 않고 재미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런 측면을 해결하고자 하는 생각으로 친구나 연인 누구와 즐길 수 있는 쇼핑 공간을 만들어보려고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젊은 세대들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상품 선정, 매입, 진열에 대한 권한을 고객들과 가장 근거리에 있는 매장 관리자들에게 부여했다.

상품 구매처도 다양화 했다. 이마트와 거래하지 않는 일반 대리점이나 동대문에서 패션상품을 가져오는 등 재래시장, 온라인몰을 가리지 않고 거래처를 확보했다.

이에 품질과 가격만 충족한다면 어디서든 들여와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잡화 시장 선점한 다이소의 느낌과 비슷한 것이 맹점 

장점과 목표가 뚜렷하지만 일부 한계점도 지적됐다.

이미 비슷한 잡화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다이소의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하긴 했지만 너무 비슷하지 않냐는 지적도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유 BM은 “저희가 취급하는 상품은 다이소랑 50% 정도밖에 안 겹친다”고 말했다.

돈키호테와의 유사함에 대해서도 “상품구성이나 동선을 보면 유사한 게 맞지만 돈키호테는 상품 구성 측면에서 매장마다 거의 비슷하다”고 언급했다.

또 “가격적 메리트가 우리가 크고, 중소기업 제품이 많고, 상품 구성이나 소싱 측면에서 차이도 크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B급 문화의 메카로 삐에로쑈핑이 자리 잡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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