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내 점유율 34%로 업계 1인자인 아사히 맥주는 지난 25일, ‘크리어 크래프트’라고 명명한 투명맥주를 발표했다.(사진출처=아사히 맥주 홈페이지)
일본 국내 점유율 34%로 업계 1인자인 아사히 맥주는 지난 25일, ‘크리어 크래프트’라고 명명한 투명맥주를 발표했다.(사진출처=아사히 맥주 홈페이지)

[뉴시안=김경철 도쿄 통신원] 연일 30도를 넘는 폭염이 계속되는 등, 이미 한 여름에 접어든 일본에서는 맥주업계의 치열한 개발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4월에 시행된 주세법 개정으로 맥주에 대한 정의가 바뀌면서 다양한 제품생산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기존 일본 주세법에서는 맥아 비율 65% 이상, 부원료는 보리, 쌀, 옥수수 등으로 제한된 주류를 ‘맥주’로 인정했다. 

맥아비율 67% 미만, 혹은 맥아 비율이 67% 이상이라도 부원료로 과일이나 향미료 등이 첨가된 주류는 ’발포주‘로 정의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서는 맥주의 맥아 비율의 하한선이 50%까지 인하되고, 부원료에 과일과 각종 향미료가 첨가되었다.

즉 발포주로 정의되었던 주류의 일부가 맥주로 편입된 것이다. 

현행 일본의 주세법에서 맥주류는 맥주, 발포주, 제3의 맥주(맥아 이외의 원료를 사용하거나, 증류주를 혼합한 맥주)로 나뉘어 각각 주세가 다르게 적용된다.

예를 들어 350ml 맥주는 77엔, 발포주는 47엔, 제3의 맥주는 28엔의 세금이 붙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현 9단계로 차등 적용되는 맥주류의 주세를 2026년까지 통합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그 첫 단계로 발포주 중에서 맥아 비율이 50% 이상인 제품을 맥주로 편입시킨 것이다.

2004년부터 13년 연속 생산량 하락에 부심하던 맥주 업계로서도 이번 개정안은 새로운 찬스가 되고 있다.

맥주에 비해 저렴했던 발포주가 맥주로 편입되면서 가격이 상승, 제품개발에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해지면서 제품의 다양화를 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본 국내 점유율 34%로 업계 1인자인 아사히 맥주는 지난 25일, ‘크리어 크래프트’라고 명명한 투명맥주를 발표했다.

투명한 물처럼 보이는 ‘크리어 크래프트’는 최근 일본에서 불고 있는 투명음료 붐에 힌트를 얻어 개발되었는데, 맥주를 황금색으로 만드는 맥아의 비율을 조정하거나 착색이 안되는 원료를 사용했다고 한다.

8월 말부터 일본 전국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한편 4월부터 이미 판매가 시작된 ‘그랜마일드’는 허브의 일종인 레몬그라스를 부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알코올 도수를 7%로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허브향이 가미된 마일드한 맛으로 젊은 소비자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업계 2위의 기린맥주는 지난 4월부터 크래프트 기법에 레몬껍질을 부원료로 사용한 레몬맥주, 오렌지껍질을 사용한 오렌지맥주, 그리고 스다치(영귤) 등 시트러스과의 과일을 부원료로 사용한 소다 시트러스의 3종류를 개발, 판매하고 있다.

맥주의 쓴맛을 보완하고 과일의 상큼함을 더했다는 이 제품들은 청량음료를 연상시키는 깜직한 디자인으로 젊은 여성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

산토리는 독특한 원료가 사용된 ‘바다건너의 맥주레시피’ 시리즈를 개발했다. 특히 오렌지껍질과 향신료의 일종인 코리엔더 시드가 들어간 제품은 톡 쏘는 자극과 오렌지의 단맛이 어우러져 호평을 받고 있다.

이 밖에 삿포로 맥주 역시 시즈오카현의 제조공장에 새로운 제조시설을 마련, 다양한 부원료를 사용한 개성적인 맥주를 다품종 소생산 방식으로 제조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토리아에즈 비루!(우선 맥주부터)”라는 말이 회식자리의 관용어로 자리 잡았을 정도로 맥주는 일본인이 가장 즐겨 마시는 주류다.

일본의 덥고 습한 날씨와 잘 어울리는 청량감을 갖춘 맥주는 1950년대 고도성장기에 급격히 대중화됐다.

1988년에는 전체 주류시장의 71%까지 점유율을 늘리며 1990년대 후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생활스타일의 다양화와 함께 다양한 주류가 등장하면서 점유율이 하락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2008년에는 35.0%, 2016년에는 31.3%까지 급감했다.

맥주업계에서는 맥주 소비가 날로 하락하는 주된 원인이 2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층의 맥주 기피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아사히에 따르면 맥주의 소비층은 50대가 가장 많고, 20대가 가장 낮다.

앞으로 30년 후에는 현재의 주 소비층인 50대는 고령화로 인해 맥주소비가 줄어들 것이며, 현재 맥주를 마시지 않는 20대는 50대가 되어도 마시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것이 지금 일본의 맥주업계가 가지고 있는 불안감이며, 젊은층을 겨냥한 맥주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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