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황창규 회장이 지난해 9월 5일 경기도 과천 KT-MEG 관제센터에서 산업통상자원부 백운규 장관에게 스마트에너지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뉴시스)
KT 황창규 회장이 지난해 9월 5일 경기도 과천 KT-MEG 관제센터에서 산업통상자원부 백운규 장관에게 스마트에너지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이민정 기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에너지 거래사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호주, 영국, 독일 등에서 성공사례를 내놓자 국내 에너지 시장에도 머지않아 적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IT업계에 따르면 신재생 에너지를 거래하는 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경제성과 효율성은 물론 거래 과정의 투명성, 보안성도 높일 수 있어 모든 재화의 거래에 활용할 수 있다.

호주는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 ‘파워렛저’를 활용해 개인 간(P2P) 태양광 에너지를 거래하는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지붕위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해 사용하고 남은 전기를 이곳에서 판매할 수 있다.

파워렛저는 2016년 8월 호주 서부의 버셀턴에서 호주 최초로 P2P 에너지 거래 네트워크를 개발하고 시연했다. 이후 Vector NZ, Western Power WA 등 호주 전력회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P2P 블록체인을 지원하는 에너지 거래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파워렛저는 에너지 생산·소비·판매 과정에 블록체인을 적용해 누구나 거래 절차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또 P2P 에너지 거래 시장을 활성화 시켜 전기요금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호주의 경우 주 단위의 소유 기업에 의해 발전, 송전, 배전이 수직 통합된 독점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전기요금이 비싸다. 파워렛저가 독점 체제와 경쟁해 전기요금을 낮출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호주뿐 아니라 독일, 영국, 싱가포르, 한국 등도 P2P 에너지 거래 플랫폼을 도입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2016년 10월부터 블록체인 기반의 P2P 에너지 거래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싱가포르에는 에너지 소비의 투명성과 보안 문제를 해결하는 P2P 전력 거래 플랫폼인 ‘Electrify(일렉트리파이)’가 있다.

영국의 스타트업 버브(Verv)는 지난 4월 블록체인 기반으로 개발한 재생에너지 거래 플랫폼 ‘Verv 스마트 허브’를 선보였다. 집 안의 모든 가전기기의 전기 사용량을 100만분의 1초 단위로 감지해 분석하고 시간대별로 필요한 전력량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서비스다. 거래 수단은 ‘VLUX’라는 가상화폐를 사용한다. 영국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에 20만파운드(약 2억5000만원)를 지원했다.
 
국내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전력공사(한전)가 ‘블록체인 기반 이웃간 전력거래 및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2016년부터 전력거래가 가능한 기준을 마련하고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다.

실시간으로 최적의 지붕형 태양광 발전 생산자와 소비자를 매칭하고 ‘에너지포인트’로 거래하는 시스템이다. ‘에너지포인트’는 가상화폐처럼 전기요금 납부, 현금 환급, 전기차 충전소 요금 결제 등에 쓸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한전 인재개발원 내 9개 건물과 서울 소재 2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 실증 지역을 점차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기업으로는 KT가 블록체인과 AI 기술을 결합한 ‘전력중개사업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고, 소규모 전력중개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소규모 전력중개사업은 중개사업자가 1MW 이하의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등으로 생산하거나 저장한 전기를 모아 전력시장에 대신 판매하는 사업이다. KT는 2016년 시범사업자로 선정된 바 있다.

KT는 소규모 전력중개사업을 본격화할 경우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기술로 고객사와 발전량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수익을 실시간으로 정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일주일에서 한 달 단위로 전력거래에 대한 정산이 이뤄졌다. 발전사업자와 중개사업자 각자가 저장한 발전량 장부를 대조하는 방식으로 정산금액을 산출했기 때문이다. 만약 서로의 장부가 일치하지 않으면 일일이 데이터를 비교하며 오류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KT는 발전량, 발전시간, SMP(전력구입가격) 등 정산에 필요한 정보를 블록체인화 해 고객사와 공유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정산을 할 수 있다. 게다가 위·변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복잡한 검증이 불필요하다는 장점이 있다.

KT는 소규모 전력중개사업을 시작으로 향후 수요반응(DR) 등 다양한 스마트 에너지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미향 KT 상무는 “블록체인 기술은 다자간의 거래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기술이라서 해외에서도 신재생 에너지 사업과 접목하는 사례가 많다”며 “KT가 전력중개사업에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을 활용한 것처럼 앞으로도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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