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사진=뉴시스)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사진=뉴시스)

[뉴시안=이석구 기자] 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4000억달러를 넘어섰다. 21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에 비해 100배나 증가했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4일 발표한 ‘2018년 6월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003억달러로 전월(3989억8000만달러) 대비 13억2000만달러 증가했다.

지난 3월부터 4개월 연속 외환보유액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2005억달러) 때와 비교하면 약 2배 늘어난 수준이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을 때만 하더라도 39억달러까지 추락했다.

이후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을 통해 꾸준히 보유액을 불려왔고, 지난 2001년 9월 1000억달러를 넘어선 뒤 2005년 2월 2000억달러, 2011년 4월 3000억달러를 돌파했다.

금액으로는 중국, 일본, 스위스, 사우디아라비아, 대만, 러시아, 홍콩, 인도에 이어 9번째다.

외환보유액은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외화자금이다.

외환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고, 금융기관 등 경제주체가 해외에서 외화를 빌리지 못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외환보유액이 늘었다는 것은 비상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나아졌다는 의미다.

지난달 달러화 강세로 기타통화표시 자산에 대한 달러화 환산액이 줄어들었음에도 외환보유액이 늘어난 것은 외화자산 운용수익이 크게 증가한 덕분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달 달러화 강세로 기타통화가 약세였지만 운용수익은 증가해 외환보유액도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부항목별로는 국채와 정부채, 회사채, 자산유동화증권(MBS) 등 유가증권이 3678억1000만달러로 15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해외 중앙은행이나 글로벌 은행에 맡겨놓은 현금성 자산인 예치금은 224억2000만달러로 전월대비 5억달러 감소했다.

국제통화기금(IMF) SDR(특별인출권)은 8000만달러 줄었다. IMF포지션은 3억3000만달러 늘었고, 금은 47억9000만달러로 전월과 같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양적으로 크게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경제지표와 비교할 때 질적으로도 안정성이 향상됐다”며 “단기적인 대외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1997년 286.1%에서 2008년 74%, 올 3월말 기준 30.4%로 개선됐다”고 말했다.

외환보유액 규모는 적정 수준인 것으로 평가됐다.

외환보유액이 부족해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많을 경우 통화안정증권 발행 등 유지비용이 늘어 부담이 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IMF에서 내놓는 평가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적정 범위”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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