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심화되면서 해외투자자들의 한국과 중국 국채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 간 협약식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심화되면서 해외투자자들의 한국과 중국 국채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 간 협약식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이석구 기자] 미국과 중국이 양보 없는 치킨게임을 벌이면서 무역전쟁이 현실로 다가오는 가운데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과 중국의 국채를 대량 매수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3일(현지시간)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졌고, 한국과 중국의 국채가 ‘깜짝 승자’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한국 국채를 무역전쟁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로 이득을 본 대표적인 자산으로 분류했다.

외국인들은 2분기에만 한국 국채 시장에서 158억달러를 순매수했다. 5년 내 최대다. 외국인 순매수 증가 등으로 한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56%까지 하락했다.

중국 국채는 올해 2분기 아시아 신흥국 시장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중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2일 14개월 저점인 3.47%까지 떨어졌다. 

반면 경상수지 적자폭이 큰 인도네시아와 인도, 필리핀 등의 국채는 통화 변동성이 증가하면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이처럼 한국과 중국 국채를 해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해서다.

블룸버그는 한국과 중국, 태국, 인도 등 금융시장 내 외자 비중이 적은 나라들은 충격을 덜 받겠지만, 인도네시아 등 외자 비중이 큰 나라들은 큰 위험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호주 대형은행인 ANZ 뱅크의 제니퍼 쿠슈마 선임 전략가는 두터운 내국인 투자자들을 기반으로 한 시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 나가더라도 큰 충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슈마 전략가는 한국과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등 경제전망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나라의 투자자들은 글로벌 무역전쟁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자국의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인도네시아와 인도, 필리핀 등 경제적으로 취약한 나라들은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미·중 무역전쟁은 날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부과를 예고한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중 340억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키로 한 데드라인인 7월 6일이 다가오면서 아시아 시장의 긴장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다만 블룸버그는 중국 국채에 한해 무역전쟁이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 통화당국은 지난달 자국 은행들의 지급준비금 규모를 총 1000억 달러(약 111조원) 줄이는 조처를 단행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로 둔화기미를 보이고 있는 중국 시장에 1000억 달러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통화당국의 지급준비금 축소로 인해 유동성이 증가하고, 중국 증시마저 최근 베어마켓(전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약세장)에 접어들면서 중국 국채로 투자가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위안화 가치의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은 손해를 볼 위험이 있지만 중국 인민은행은 통화안정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강(易綱)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3일 인민은행 홈페이지에 게재한 성명을 통해 “중국의 경제 펀더멜털(기초여건)이 건전하고 금융 리스크가 대부분 통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은 이날 아침 위안화 환율을 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인 달러당 6.6497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는 이어 장중 한때 달러당 6.7위안을 넘어서는 등 작년 8월 이후 약 11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 최대 종합증권자문회사 상하이선완연구소의 멍 샹쥐안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중무역전쟁의 악화는 중국 국채에 호재”라며 “투자자들은 이미 무역긴장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지만 국채 금리가 추가적으로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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