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국민연금공단 지사.(사진=뉴시스)
서울의 한 국민연금공단 지사.(사진=뉴시스)

[뉴시안=이석구 기자] 올 상반기 주식시장을 남북경협주와 바이오주가 뒤흔든 가운데 국민연금은 제약, 미디어, 건설 업종에 집중 투자했다.

경제침체 우려와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섬유·의복, 식료품, 자동차부품 등의 업종은 비중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지난 6일까지 국민연금이 공시한 보유종목 지분 변동내역을 분석한 결과 현재 국민연금이 5% 넘게 지분을 갖고 있는 종목은 296개다. 지난 4월 302개에서 소폭 감소한 수치다.

이 중 올 들어 새롭게 지분을 5% 이상 확보한 종목은 총 30개이며 5% 이상 보유 상태에서 지분을 더 늘린 종목은 98개다. 지분이 증가한 128개 종목 중 111개는 코스피, 17개는 코스닥 종목으로 코스피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업종별로 보면 화학(10개), 바이오·제약(10개), 미디어(9개), 건설(8개), 기계(6개), 반도체 및 관련 장비(6개), 식료품(6개), 자동차부품(6개) 등을 주로 사들였다.

화학은 샀다가 팔았다가, 바이오는 투자 늘려
화학 업종의 경우 전반적으로 지분을 늘렸지만 특정 종목은 대거 팔아치웠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업황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일부 종목의 비중을 줄인 것이다.

SK케미칼(12.21%), 한국카본(9.43%), AK홀딩스(5.01%) 등은 5% 이상 보유종목에 신규 편입됐고, 롯데정밀화학(12.14%→13.63%), 후성(6.33%→7.42%), 송원산업(6.49%→7.52%) 등은 지분율이 1% 이상 증가했다.

다만 국민연금은 휴비스를 5% 이상 지분보유 종목에서 제외시키고 남해화학(8.04%→5.00%)과 LG화학(9.74%→8.72%) 등 7개 화학 업종의 지분을 줄였다. 같은 화학업종이더라도 실적에 따라 투자를 달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바이오·제약 업종 주식도 국민연금의 선택을 받았다. 코스닥 종목인 인트론바이오(5.36%)가 5% 이상 지분보유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대원제약(8.86%→10.94%), 부광약품(5.11%→7.13%), 동아에스티(10.25%→12.22%), 일양약품(5.14%→7.08%), 녹십자홀딩스(8.11%→9.14%) 등도 투자 비중이 증가했다.

사드 영향 완화, 미디어 업종 비중 확대
지난해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인해 주가가 대폭 내린 미디어, 엔터 업종의 비중도 늘렸다. 국민연금은 제이콘텐트리(7.30%), 인크로스(5.42%), CJ헬로(5.01%) 등을 5% 이상 지분보유 종목에 새로 넣었다. 이노션(9.06%→10.58%), 제일기획(8.20%→9.20%), SBS미디어홀딩스(6.04%→7.04%) 등은 지분율을 높였다.

마찬가지로 사드 보복조치 영향을 받은 NHN엔터테인먼트(5.03%), 넷마블(5.01%), 컴투스(5.01%→6.03%) 등 게임 업종도 비중을 늘렸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인해 수혜가 예상되는 건설 업종 역시 지분보유를 확대했다. 4월 이후 조정을 받으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관련주 중 HDC현대산업개발(11.54%), 대우건설(6.23%), 아이에스동서(5.01%) 등을 5% 이상 지분보유 종목에 추가했고, 삼성엔지니어링(7.07%→9.77%), HDC(9.98%→11.09%), 대림산업(13.50%→14.45%), 현대건설(10.46%→11.26%), HDC아이콘트롤스(12.90%→13.40%) 등의 지분도 늘렸다.

남북경협이 재개될 경우 수혜가 예상되는 아세아시멘트(7.19%), 한일시멘트(7.24%→7.66%), KCC(12.05%→12.20%) 등 건축소재 업종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지분율 5% 이상 종목 중 86개는 비중 감소
반대로 국민연금이 지분율을 낮춘 5% 이상 보유 종목은 86개이며 5% 미달로 대량보유 명단에서 제외된 종목은 24개로 집계됐다. 지분이 줄어든 총 110개 종목 중 코스피는 87개, 코스닥은 23개로 코스피에 집중됐다.

섬유·의복(8개), 식료품(7개), 자동차부품(7개), 화학(7개), 상업은행(5개), 호텔 및 레저(5개) 등의 업종을 주로 내다 팔았다.

섬유·의복에선 신세계인터내셔날(10.40%→8.15%), 한세실업(13.26%→11.73%), 화승인더(7.19%→6.12%), 백산(7.50%→6.46%), 화승엔터프라이즈(7.28%→6.26%) 등의 지분율을 1% 이상 축소했다. 식료품 중에는 농심(11.85%→10.70%), 동원산업(10.27%→9.14%), CJ(9.50%→8.49%) 등의 지분을 줄였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자동차 산업이 영향을 받으면서 자동차부품 업종에선 디와이파워(11.78%→7.31%), S&T중공업(13.23%→9.63%), 현대위아(12.72%→10.06%), 상신브레이크(9.11%→8.07%) 등의 지분이 축소됐다. 자동차용 축전지를 제조하는 세방전지는 5% 이상 보유 종목에서 제외됐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선 지분을 늘린 것보다 축소한 게 더 많았지만 변동폭은 크지는 않았다. 지분율이 1% 이상 증감한 종목은 LG화학(9.74%→8.72%) 하나였고, 지분율이 증가한 종목도 삼성전자(9.84%→9.90%)뿐 이었다.

그 외에 POSCO(11.08%→10.82%), NAVER(10.76%→10.33%), KB금융(9.68%→9.62%) 등을 소폭 줄였고, SK하이닉스(10%), 현대차(8.02%), 삼성물산(5.96%)는 보유 비중을 그대로 유지했다.

‘삼성전자’ 주식평가액 폭락
한편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296개 종목의 주식평가액은 지난 5일 기준 112조8276억원으로 지난해 말 123조6322억원보다 8.7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2467.49에서 2257.55로 7.89% 떨어지는 등 국내 증시가 조정 국면에 들어간 결과다.

국민연금의 5% 이상 지분보유 종목 중 주식평가액이 가장 많이 떨어진 종목은 시총 1위 삼성전자(-3조1828억원)인 반면 평가액 증가폭이 가장 큰 종목은 시총 2위 SK하이닉스(7060억원)였다. 같은 반도체 업종 주식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 눈길을 끈다.

이밖에 삼성전기(3933억원), HDC현대산업개발(2876억원), 현대건설(2106억원), GS건설(1651억원) 등은 평가액이 크게 증가한 반면 현대차(-6095억원), 현대모비스(-5529억원), LG화학(-5203억원), KB금융(-4302억원) 등은 평가액이 크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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