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정윤기 기자] 차기 회장 선출을 둘러싼 잡음에 포스코가 강경 대응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달 23일 이사회에서 차기 회장 후보로 최종 확정한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의 고발 건에 대해 9일 강경 대응을 결정했다.
'포스코 바로세우기 시민연대'가 최 회장 후보를 두고 횡령 방조, 배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결정한 데 대해 이 단체의 정민우 대표를 무고죄로 맞고소하며 반격에 나선 것이다.
포스코가 강경 대응으로 선회한 것은 최정우 회장 체제 출범을 앞두고 외부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의지로 보인다.
최 회장 후보에 대한 자신감으로 강경 선회
지난달 22일 포스코 CEO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회장 후보를 다섯 명으로 압축한 후 막판까지 최 사장과 장인화 포스코 사장을 두고 고심하다 결국 최 사장을 최종 낙점했다.
최 사장은 이변이 없는 한 오는 27일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포스코 차기 회장에 오르게 된다.
최 사장이 포스코 회장 내정자로 결정됨에 따라 그동안 정치권에서 제기했던 '장하성 포스코 인사 개입' 의혹 등은 사소한 해프닝으로 넘어가게 됐다.
또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한 후보 대부분이 최종 후보 선출 과정에서 고배를 마셨기 때문에 포스코 측도 별다른 대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포스코 바로세우기 시민연대가 최정우 포스코 차기 회장 후보를 횡령 방조, 배임, 직무유기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결정하자 포스코는 강경 대응에 나섰다.
포스코가 강경대응으로 돌아선 것은 포스코 승계카운슬과 CEO후보추천위원회 주도로 뽑은 최 내정자가 비(非)서울대, 비(非)엔지니어 출신으로 여론의 평가가 기대 이상으로 호의적이라는 점에서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
포스코는 이번 대응으로 이달 말 공식 출범하는 최정우 회장 체제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역대 정부마다 되풀이됐던 포스코 회장 인사를 둘러싼 잡음을 미리 막아 정치권에서 제기할 가능성이 있는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도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 법적 조치 강구하기로
정민우 포스코 바로세우기 시민연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의 비리 사건 대부분에 최 후보가 깊숙이 개입돼 있다"며 최 내정자를 고발한다고 발표했다.
정 대표는 "최 내정자는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의 베트남 비자금 44억원 조성 및 횡령의 방조와 법률위반, 전정도 성진지오텍 사장 662억원 횡령의 방조 배임 법률위반과 2011년 포스코 호주 철광산 로이힐 투자의 방조 배임 등으로 법률을 위반했다.
특히 로이힐에는 최소 2000억원의 분식회계가 발생했고 이는 최정우가 CFO일 때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최 내정자가 "이미 검찰에 고발된 산토스와 페이퍼컴퍼니인 EPC의 인수와 매각에도 관여하고 주도했다"며 "포스코건설 기획재무실장으로 산토스와 EPC 매입을 검토했고, 포스코그룹 감사실장으로 산토스와 EPC 고가 매입을 방조했으며, 포스코그룹의 가치경영센터장으로 산토스와 EPC의 분식회계를 시행하고 땡처리 매각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허위사실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정 대표를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민형사상 조치 등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정 대표는 포스코건설이 2011년에 인수했던 산토스CMI, EPC에쿼티스 같은 경우 CEO 후보가 1년 전에 근무했음에도 그 인수를 주도했다고 허위 주장을 펼쳤다"고 지적했다.
차기 내정자 흠집내기에 강경 대응
포스코는 최 차기 내정자에 대한 의혹에 조목조목 따지면서 대응하고 있다.
정 대표의 주장은 “포스코의 감사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정도경영실장(감사실장)이 그룹사 전체의 국내 투자사업을 감독한다거나, 포스코 가치경영센터장이 계열사 사옥을 매각하고 직원들의 정리해고까지 주도했다고 매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리튬 투자, 포스텍의 부산저축은행 투자, 포스코건설의 산토스CMI, EPC에쿼티스 매입대금 스위스 계좌 입금, 브라질제철소의 한국 근로자 임금 송금건은 물론, 유죄판결을 받은 포스코건설 전 부회장이나 성진지오텍 전 사장 관련 등 최근 부정적으로 보도됐던 모든 내용을 CEO 후보가 관련이 있는 것처럼 허위로 유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포스코는 "CEO 후보가 전혀 관련 없는 시기에 발생한 일로 더욱이 그 업무관련성도 전혀 없음에도 포스코와 관련해 부정적으로 알려진 내용을 모두 CEO 후보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왜곡한 것은 정당하게 선출된 CEO 후보가 회장으로 선임되는 것을 막고 포스코 전체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의도"라고 반격의 목소리를 높였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의 강경책이 "일부 정치인과 시민단체가 특정 후보를 미는 등 포스코 회장 인사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대응"이라며 "최 내정자가 회장에 오를 때까지 발생할 수 있는 흠집내기 등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