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결혼 3주년을 맞아 이효리가 남편 이상순과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이효리 인스타그램)
지난 2016년 결혼 3주년을 맞아 이효리가 남편 이상순과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이효리 인스타그램)

[뉴시안=조현선 기자] 2013년, 이효리의 결혼 소식이 전해졌다. 사진 속 두 사람은 화려한 도심을 떠나 한적한 제주도의 자택에서 두 손을 잡고 밝게 웃고 있었다. 대중은 제주살이와 함께 스몰웨딩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연예계에서는 화려하게 연출하는 결혼식이 경쟁처럼 번지고 있던 때라 소탈하게 진행된 이효리와 이상순의 결혼식은 더욱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성대한 결혼식을 예상했던 스타들이 스몰웨딩을 선택했다는 소식이 꾸준히 전해지고 있다. 덕분에 잠깐의 유행으로 지나갈 줄 알았던 스몰웨딩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의 결혼식에서 벗어나 가까운 하객들만을 모시고 소박하게 진행하는 '작은 결혼식'의 관심도가 높다. 스몰웨딩을 꿈꾸는 예비 부부들도 많아졌다. 추세에 따라 스몰웨딩을 전문으로 하는 스몰웨딩업체도 생겨났다. 소박하지만 남들과는 달라 더 특별한 작은 결혼식은 언제부터인가 막연한 로망으로 자리 잡게 됐다.

하지만 늘 그렇듯 우리의 현실은 꿈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2018년 신혼부부들을 상대로 결혼비용에 대해 조사한 결과 예비부부들이 예식홀 대관을 위해 쓰는 비용은 평균 1324만원, 웨딩패키지는 293만원이라고 답했다. 하루의 결혼식을 위해 필요한 비용만 최소 1600만원이라는 계산이다.

실제로 오는 10월, 한국에서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에게 물었다.

가장 많이 선호한다는 토요일 오전, 서울에서 결혼식을 진행한다고 했을 때 하객 200-300명을 기준으로 예식장 대관료는 기본 300만원 이상이다. 초대한 하객들에게 대접할 식사는 인당 4만원에서 5만원, 웨딩패키지는 적게는 200만원에서 300만원까지. 촬영을 위해 사진 작가를 부르는 경우 80만원에서 150만원 정도가 필요하지만 요구에 따라, 선택하는 조건에 따라 부르는 게 값이다. 최소의 비용으로 계산해 봐도 1500만원을 넘기는 금액이다.

한국에서의 보통의 결혼식은 많은 하객들을 모신 자리에서 진행한다. 대관료를 제외해 봐도 비용의 절반 이상은 하객에게 쓴다. 이렇다 보니 아무래도 예비부부들에게 비용적인 부분에서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듀오에서 신혼 부부들을 상대로 동일하게 결혼실태 비용에 대해 조사했을 때 2017년에는 2214만원, 2016년에는 2425만원이라고 각각 응답했다. 해가 갈수록 결혼식에 지출하는 비용이 차츰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그래서일까, 비용을 줄이려다 보니 진행되는 규모가 작은 스몰웨딩으로 자꾸만 눈길이 간다. 보여지는 크기가 작아 소비하는 비용 또한 적게 예상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스몰웨딩은 '스몰머니웨딩'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과거부터 한국의 결혼은 개인과 개인보다는 집안과 집안의 혼사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회적인 지위 과시, 학연, 지연 등 수많은 관계들이 얽혀 수백 명의 하객을 동원하게 되면서 더욱 크게 진행하는 데에 중점을 맞춘다. 덕분에 결혼식 장소 및 규모를 정하는 것은 허례허식의 문화로 안착해 대규모 결혼식의 결과를 낳게 됐다.

반면 대다수의 선진국은 예식장에 투자하는 비용이 매우 적은 편이다. 대체로 교회 등에서 간략한 혼례를 진행하고, 2부의 피로연은 초대된 하객에 한해 준비한다. 낭비될 요소가 없는 결혼식이다.

공동체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있던 우리 사회의 특성상, 짧은 시간동안 공장처럼 찍어내는 다같은 결혼식은 양가 아버지의 직장 동료들이 주가 되는 하객들을 모시는 ‘행사’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부모의 은퇴 연령이 점점 빨라지고, 결혼을 원하는 연령대가 올라가면서 자녀들의 결혼시기도 점차 늦어지게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과거부터 초혼 연령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으며, 출산 시기도 자연히 늦어져 부모-자식 간 나이차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자녀들의 결혼 시기는 아버지의 은퇴 이후의 시점이 되어가고 있다. 덕분에 양가 부모들의 직장 동료를 동원할 수 있는 하객 수도 점점 줄어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하객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잡코리아의 설문사의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월 평균 경조사비는 13만원에 달한다. 상당수의 응답자들은 매달 지출하는 경조사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받는 사람 또한 ‘갚아야 할 돈’으로 생각하면서 무작정 크게 올리는 결혼식 등을 피하게 되는 점도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비혼을 선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주지도 않고 받지도 않겠다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한국에서도 ‘작은 결혼식’을 선호하고 있다. 2시간이면 끝나던 예식에서 탈피해 3시간에서 많게는 5시간까지, 근사한 레스토랑 등에서 적은 인원으로 두 사람의 새 출발을 축복하는 자리를 만든다. 다만 요즘 스몰웨딩의 의미는 '스몰럭셔리웨딩'에 더 가까워 보인다는 게 현실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실제로 스몰웨딩을 꿈꾸던 많은 예비 부부들이 결국은 흔히 말하는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패키지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스몰웨딩에 대한 정보를 잔뜩 얻어오지만 부차적으로 준비해야 될 것들에 대한 부담감과 비용들을 고려해 내리는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예식장을 고르던 이들의 시선이 호텔, 컨벤션 홀에서 소규모의 고급식장으로 옮겨갔다. 규모만 작을 뿐이지 특급호텔에서도 오붓한 웨딩을 주제로 두 사람의 특별한 결혼식을 연출하기 위해 웨딩 상품을 내놓고 있다.

다만 소규모로 진행된다고는 해도 예식장의 사용료가 저렴하지 않을뿐더러, 장소는 한정적인데다 대기자도 많아 꽤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보통의 결혼식과 다르지 않다. 덕분에 꿈꿔온 스몰웨딩이 평범한 결혼식으로 돌아서게 되는 현실적인 이유다.

예물과 예단에 드는 비용도 여전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예물, 예단의 종류는 간소화 됐을지 몰라도 명품 반지나 시계 등을 선택하는 커플이 늘었다.

신혼여행 또한 몰디브, 하와이 등 풀빌라의 고급스러운 여행지를 찾는 예비 부부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최고의 결혼식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다. 사진 작가, 예복, 메이크업, 하객에게 대접할 음식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고용하려다 보면 일반 예식보다 더 많은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자세히 따져봐야 한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스몰웨딩의 의미가 단순한 저비용이 아니기 때문에 부모와의 마찰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직까지 자녀의 결혼식을 통한 보상심리가 적용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칫하면 쓸 데에 쓰지 못하는 ‘궁상’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스몰웨딩을 꿈꾸는 사람은 많다는데, 실상 우리가 받아보는 청첩장은 여전히 전과 다름 없어보인다. 결국 인기도를 떠나 현실적으로 진행되기엔 쉽지만은 않다는 말이다.

남들과는 다르기에 특별한 스몰웨딩을 웃으며 기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양가 집안의 합의를 뛰어 넘어,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두 사람의 결혼을 어떻게 약속할지는 더욱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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