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은 기준 금리를 동결했다. (사진=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은 기준 금리를 동결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정윤기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7월 기준금리를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현재 연 1.50% 수준을 8개월째 유지하게 됐다.

고용이 좀처럼 '쇼크'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부진은 가계 소득에 영향을 주고, 결국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는데 금리마저 올라가면 가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 우려에 한은이 섣불리 금리 조정에 나서지 못하고 고심하는 기간이 길어지는 모습이다.

한은 금통위는 12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에 위치한 본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연 1.50%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11월 연 1.25%의 금리를 0.25%p 올린 뒤 금리인상으로 통화정책 방향을 틀었으나, 8개월째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올초 역전된 한·미 금리차는 상당히 오랜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앞으로 외국인 투자금 유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아직 급격한 외국인 자금이탈이 나타나진 않고 있지만 앞으로 유출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 3월과 6월 두차례에 걸쳐 금리를 연 1.75~2.00%로 올려 우리나라 기준금리(1.50%)보다 미 금리상단이 0.50%p 높은 상황이다. 올해 미 연준이 예고한대로 두차례의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우리나라 금리와는 최대 1.0%p까지 벌어지게 된다. 

이번 금리 동결의 원인은 무엇보다 이번 금리동결은 내수경기 부진과 미·중 무역갈등에 대한 우려감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칫 한은이 금리인상에 나섰다가 불안한 흐름을 보이는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날 발표된 고용지표는 금리인상 가능성을 떨어트렸다. 6월 취업자 증가폭이 10만2000명에 그치며 지난 2월부터 5개월째 10만명대에 머무른 것이다.

금리인상의 전제 조건 중 하나인 목표 수준에 근접한 물가상승률이라는 '퍼즐'도 아직 맞춰지지 않았다.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기대비 1.5% 올라 한은의 목표치(2.0%)와는 차이가 났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상반기 지속적으로 1%대에 머물고 있어 올해 목표치에 다다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격화되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불확실성도 한은의 금리인상을 어렵게 만든 요인으로 분석된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성장세는 지난 4월 전년동기대비 1.5% 줄었다가, 5월 반등하긴 했으나 6월 다시 감소하며 주춤해졌다.

이러한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권 안에 있는 국내 수출이 만약 타격을 입을 경우 경제 전반이 휘청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 경제 곳곳에 악재가 생겨난 탓에 이달 금리동결은 어느정도 예측된 일이었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채권시장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9%가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늦춰지고 있는 한은의 추가 금리인상 시기는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올해는 어렵고 내년에나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반기로 갈수록 한은이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여건이 더 어려워 질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용부진 등의 여파로 8월 금리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10월, 아니면 11월인데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 지표가 지금보다 꺾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 "한은이 4분기에 금리를 올릴 타이밍을 재겠지만 여건이 형성될지는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 확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돌발 변수가 생길 경우 국내 금융 시장에도 적잖은 충격을 줄 수 있다.

이미 금융시장은 미·중 무역분쟁 우려 등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이 오르는 등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융안정 책무까지 지니고 있는 한은의 금리 고민이 길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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