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에 허덕이는 일본 경제계가 외국인 노동자 수용확대를 호소하면서 새로운 체류자격 신설 방침이 결정됐다. (사진=뉴시스)
인력난에 허덕이는 일본 경제계가 외국인 노동자 수용확대를 호소하면서 새로운 체류자격 신설 방침이 결정됐다. 사진은 도쿄 거리를 걷고 있는 외국인들. (사진=뉴시스)

[뉴시안=김경철 도쿄 통신원] 작년의 일본의 난민 인정률은 세계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인 0.1%였다.

일본 법무성에 따르면 2017년 1만 9629명의 난민 신청자 중, 난민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겨우 19명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복권 당첨만큼이나 희박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 동안 일본의 난민신청자수는 10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

국적별로 보면 필리핀, 베트남,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등, 대부분의 난민이 발생하고 있는 분쟁지역과는 멀리 떨어진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신청자가 급증하고 있다.

난민신청 이유를 살펴봐도 “폭력단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해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다” 등 경제적인 이유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른바 ‘경제난민’들이다.

이처럼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서 일본으로 난민신청이 몰리는 이유는 속칭 ‘난민비자’라고 불리는 체류카드를 발급받기 위함이다.

관광비자 등의 단기비자로 일본에 입국한 자칭 ‘난민’들이 난민신청을 하게 되면 입국관리소에서 보통 6개월 정도 심사를 거쳐 수용여부가 결정되는데, 신청자들에게는 그 동안 일본에서 체류할 수 있도록 체류카드가 발급된다.

만일 난민심사에서 떨어져도 재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평균 2년 반 정도 일본에 체류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일본에서 체류한지 6개월이 지나면, 생활을 위해 아르바이트나 취업도 할 수 있도록 인정하고 있다.

즉, 이 체류카드가 있으면 일본에서 합법적으로 취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동남아시아의 ‘경제난민’들이 일본으로 몰려드는 것이다.

최근 심각한 인력부족현상에 시달리는 일본에서는 난민신청자들을 일본 회사에 소개해주는 인력파견회사까지 등장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난민신청자들도 합법적인 노동력으로써 산업현장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

반면, 이들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저항감이 만만치 않다.

지난 몇 년간 난민신청자들에 의한 성폭력이나 강도 등의 범죄가 잇따르면서 치안의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1월부터 일본 입국 관리국에서는 난민인정 제도의 운용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우선, 심사 기간을 6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 간단한 심사를 통해 난민사유가 안 된다고 분명히 판단되는 경우에는 취업도 체류도 허용하지 않고 바로 출국시킨다.

반면 난민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는 즉시 취업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결과, 올해 1월~3월까지 난민 신청 건수가 전년 동기보다 13%나 줄어들었다고 한다.

한편, 외국인노동자를 수용하기 위한 새로운 체류자격(비자)을 신설한다.

현행 외국인노동자 정책에서는 일본에서 아르바이트나 취업이 가능한 외국인은 ①영주권자, ②의사, 연구원, IT전문인력 등의 고급전문직 종사자, ③산업연수생 ④유학생이었다.

그것이 인력난에 허덕이는 경제계에서 외국인 노동자 수용확대를 호소하면서 새로운 체류자격 신설 방침이 결정된 것이다. 

올 6월에 발표된 일본정부의 ‘경제재정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 통칭 ‘골태(骨太) 방침’에서는 새로운 외국인 체류자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중소 규모 사업자를 비롯한 산업현장의 심각한 일손부족은, 우리나라의 경제적·사회적 기반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설비 투자, 기술 혁신, 근로 방식 개혁 등에 의한 생산성 향상과 국내 인재의 확보를 계속적으로 강력히 추진하는 한편, 기존의 전문적 기술 분야의 외국 인력에 한정하지 않고, 일정한 전문성과 기능을 보유하여 산업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외국 인재를 폭넓게 받아들이는 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실제로 외국 인력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에 주목하여 이민 정책과는 별도로 외국 인력의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체류 자격을 창설한다. 또한 외국인 유학생의 국내 취업을 더욱 원활하게 하는 등, 종래의 전문 기술 분야의 외국 인재 유치의 대응을 더욱 활발히 추진하고 외국인이 원만하게 공생할 수 있는 사회실현에 위해 노력한다.>

구체적으로는 체류기간은 5년으로 하며 기본적으로 가족 동반은 인정하지 않을 것, 일본어 능력이나 기능시험 등을 통하여 인재를 선별할 것(예외규정도 존재), 그들이 일본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합리적인 수용시스템을 정비해 나갈 것 등의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일본의 국민정서가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큰 과제가 되고 있다.

작년 경제산업성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51%가 현행의 외국인노동자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대답, 그렇지 않다는 대답(43%)보다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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