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광화문의 한 광고판에 케이뱅크의 광고물이 부착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종로구 광화문의 한 광고판에 케이뱅크의 광고물이 부착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송범선 기자]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K-Bank)의 1500억원 유상증자가 난항을 겪으며 출범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케이뱅크는 국내 최초의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빠르게 계좌수를 확보 한 바 있다.

그러나 후발주자 카카오뱅크에 의해 역전 당한 뒤, 케이뱅크는 실적 악화로 크게 뒤쳐지게 됐다.

훨훨 날아오르는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 말 영업수익 778억 원이었다. 올해 3월 기준 개설계좌수도 567만 건으로 케이뱅크에 비해 8배 많은 수치다.

이처럼 케이뱅크가 맥을 못추고 있는 데에는 지주사 구성, 더 나아가 상업자본의 은행 지분을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정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케이뱅크는 유상증자로 반전을 꾀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번 유상증자가 실패로 끝날 경우 케이뱅크는 대규모 자본확충 불가로 자금난을 겪게 되고 결국 외형성장도 물건너 갈 우려가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12일 당초 1500억원으로 결의했던 유상증자에 일부 주주들이 불참해 300억만 우선 납입됐다. KT,우리은행, NH투자증권 3대주주만 참여한 것이다.

케이뱅크 측은 주요 주주사들과 함께 후속증자를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초 이번 증자 자체도 지난 해 말 시도하려고 했지만 주주간 이견으로 계속 연기돼 왔기 때문이다.

케이뱅크가 유상증자에 어려움을 겪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1000억원 1차 유상증자에도 7개 주주사가 참여하지 않아 약200억의 실권주가 발생했다. 전환주를 신주로 발행해서 1000억원을 모두 확보하는데 보름이 더 걸렸다.

이번 2차 유상증자도 원래는 두배인 3000억 규모로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주주들이 증자 참여를 꺼리면서 1500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규제 완화에 강력하게 반대해 온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취임을 계기로 주주들이 증자 참여를 꺼려서다.

계속돼온 자금난으로 케이뱅크는 일부 대출상품 판매까지 중단하다가 재개하기를 반복하는 등 휘청이고 있다. 지난해 4월 출범했던 '직장인K신용대출'은 3개월 만에 판매가 중단됐다. 올해에도 '일반 가계 신용대출', '슬림K신용대출', '미니K간편대출' 등 상품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번 유상증자 불발로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 수수료 0%대의 앱투앱(app to app) 결제 등 신산업 운영도 불투명해진 상태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형성장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케이뱅크는 올해 1분기 영업수익(매출액) 137억 원에 188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사업 초반부터 순이익을 내기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도 출범 초기 인터넷전문은행에 걸었던 기대에 비하면 미진하다

현재 케이뱅크의 주주는 20곳이다. 우리은행(13.2%) KT(10%) NH투자증권(10.0%) 한화생명보험(9.41%) GS리테일(9.26%) 등이다.

압도적인 대주주가 없는 상황에서 수 십곳에 달하는 주주간에 자본조달에 관한 의견 조율이 어려운 상황이다.

KT와 같이 케이뱅크 운영에 뜻이 있는 기업이 대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되지 않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현행 은행법상 KT와 같은 상업기업은 은행지분의 10%(의결권 있는 지분은 4%) 이상 소유할 수 없다. 이른바 은산분리 규정이다.

은산분리 제한을 받지 않는 한국투자금융지주(58%)를 대주주로 둔 카카오뱅크는 5000억원 유상증자에 연달아 성공했다. 출범당시 각각 각각 2500억, 3000억으로 비슷했던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자본은 현재 3500억, 1조3000억원으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금융권은 케이뱅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1조원 이상 자본금이 필요하다고 본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산업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은산분리 완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물살을 타고 있지만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은산분리 완화를 위해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제정안 을 9월 정기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반대로 다시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전문가는 신중하게 접근하되 시들어가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소생하기 위해 어느 정도 은산분리를 완화할 필요성은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서울대 이인호 경제학부 교수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만들어진 상태에서 크지도 못하고 주저앉다시피 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은산분리를 일정 부분 완화할 필요성은 있지만 나중에 시중은행화 될 문제 등을 감안해 특례법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등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