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악화로 위기에 빠진 조선업계 측에선 후판 가격 인상으로 인한 피해가 적지 않다고 설명한다.(사진=뉴시스)
수주 악화로 위기에 빠진 조선업계 측에선 후판 가격 인상으로 인한 피해가 적지 않다고 설명한다.(사진=뉴시스)

[뉴시안=정윤기 기자] 철강업계가 선박 건조에 필요한 철판 가격을 인상한다고 예고하자 조선업계가 난색을 표하고 나섰다. 가격 인상여부에 따라 최소 3000억원의 원가상승이 우려된다는 게 이유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16일 철강업계의 후판 가격 인상 움직임과 관련 ‘인상 유보’를 요청했다. 최근 철강업계가 후판 가격을 인상하려는 조짐이 보이자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협회 측은 “수주 1~2년 후 선박이 건조되는 조선산업의 특성상 신조 계약 이후 후판 가격이 인상되면 가격 상승분 만큼 손해를 보는 구조”라며 “올해 건조 선박은 적자를 감수한 생계형 수주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후판 가격 인상은 조선업계 적자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말한다. 선박 건조할 때 주로 사용하고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해마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을 두고 줄다리기를 해왔다. 포스코는 하반기에 후판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밝혔고 현대제철과 동국제강도 후판 가격 추가 인상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 입장에선 가격 인상이라기 보단 가격 정상화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조선업계의 상황을 고려해 낮은 가격에 후판을 공급해왔기 때문이다.

현재 조선업체에 납품하는 후판 가격은 1t당 65~70만원 수준인데 올 하반기에 최소 1t당 5만원은 올려야 한다는 게 철강업계의 주장이다. 최고점을 찍었던 2008년 110만원선에 비하면 여전히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그 이유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가 힘들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후판 사업에서 적자를 감수하며 가격 인상을 최소화했다”면서도 “원료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어서 후판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수주 악화로 위기에 빠진 조선업계 측에선 후판 가격 인상으로 인한 피해가 적지 않다고 설명한다. 올해 한국 조선사의 후판 소요량은 약 420만t으로 예상된다. 상반기에 1t당 5만원 인상에 이어 또 다시 5만원을 인상할 경우 약 3000억원의 원가부담이 추가될 것으로 추산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후판 가격을 인상하면 조선사의 경영위기 극복을 통한 국가경제 기여는 더욱 요원해 질 수밖에 없다”며 “조선산업이 장기간에 걸친 침체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는데 후판가격을 인상한다면 조선업계의 회생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말했다.

또 “후판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면 수익성이 발생하지 않을 뿐 아니라 향후 수주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조선사 경영이 회복 돼 정상화될 때까지 후판가격 인상을 유보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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