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대통령궁에서 미러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사진=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대통령궁에서 미러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김동현 보스턴 통신원] 북한을 비핵화해야 한다는 희망적 사고와 정책 목표를 혼동하는 이들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했으면 좋겠다는 희망과 실질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은 별개다. 희망과 현실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신뢰를 여러 차례 표시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9일 (미국 시간)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이후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7월 12일 (미국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공개하면서 아주 멋진 글이며 많은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낼만한 근거는 무엇인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점에서는 3명의 미국인 억류자 송환과 2018년 내내 지켜진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이다.

미국 조야의 평가는 다르다.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북한 정권이 개발 중인 핵·미사일의 불법성과 북한 인권 탄압의 잔혹성을 지적한 바 있다.

6개월이 지난 오늘의 북한이 신뢰할 만큼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주된 평가다.

지난 7월 11일 유해 송환 문제를 두고 북한은 판문점에서 예정되었던 미국과의 회담에 일방적으로 불출석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북한의 전통적인 외교술이기에 이해해야 한다는 측과 전통적인 외교술을 사용하기에 북한이 변하지 않았다는 입장 간의 충돌이 생긴다.

7월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미·러 첫 단독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통적인 비우방국 혹은 적국에 속하는 국가의 지도자들을 신뢰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러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2016 미국 대선 개입 의혹 관련 미국 정보기관의 평가보다 푸틴 대통령과의 짧은 만남을 더 신뢰한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해 현재 미국 전역의 공분을 사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북한과 주변국은 비핵화에 대한 생각 다르다

헬싱키 회담의 여파는 향후 대북 협상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통적인 비우방국 혹은 적국의 지도자인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에게 상당 수준의 신뢰를 보인다는 점은 과연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모두를 믿을 만한 것인지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에 문제가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이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해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11일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주변국의 비핵화 개념이 다르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으로 비핵화의 개념에 차이가 없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직후 발표된 비판조의 북 외무성 성명은 “자신들은 성의를 다해 실질적 조치를 취해나가고 있는데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불평이라며 이는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전략이라고 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북 외무성이 발표한 "미국 측은 싱가포르 수뇌 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는 비난 성명을 읽어보면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가 주변국이 생각하는 비핵화와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더불어 북한의 선의를 보증하려는 듯 읽히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그 근거를 찾기가 어렵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의 비핵화라는 선의의 목표를 가지고 협상장에 나와주기를 바라는 것과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시키기 위해 취해야 할 정책은 완전히 별개의 것이다.

희망과 선의에 기반한 협상은 성공하기 어렵다. 한·미 정부의 희망적 사고, 선의에 기반한 정책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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