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3.5%를 기록했다. (자료=뉴시스)

[뉴시안=송범선 기자] 지난해 북한 경제 성장세가 뒤로 밀린 것으로 나타나면서 다시 '고난의 행군'이 재연될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고난의 행군이란 1990년대 후반 북한 경제가 최악의 경제난을 맞았을 때를 의미한다.

북한은 1995~1998년까지 매년 홍수와 가뭄을 겪었고, 곡물 생산이 아예 안 돼 배급이 끊길 정도로 경제 여건이 안 좋았다.

지난해 북한 경제는 199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이 146만원으로 한국의 23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북간 경제력을 나타내는 국민총소득 격차는 47배로 더 벌어졌다.

이처럼 북한 경제가 위축된 것은 무엇보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여파가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북한의 무역규모는 55억5000만달러로 2016년의 65억3000만달러에 비해 크게 줄었다.

지난해 8월과 9월 북한의 석탄을 포함한 광물 수출과 섬유 수출을 금지하는 등의 유엔 대북제재안이 채택된 바 있다.

이처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의 영향으로 북한의 수출이 타격을 입은 탓이 크다.

여기에 극심한 가뭄과 만성적인 에너지 자원 부족 문제까지 겹치면서 산업 전반이 크게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17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997년 기록한 -6.5% 성장 이후 20년 만에 최저치다. 1990년대 후반은 북한이 '고난의 행군'이라 부를 만큼 대기근에 시달렸던 시절이다.

이후 북한 경제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0.4%의 성장률로 돌아선 뒤 2005년 3.8%까지 올라섰고, 지난 2010년(-0.5%)을 제외하고는 0.4~1.3% 사이에서 소폭이나마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다 2015년 -1.1%로 꺾였고, 2016년 3.9%로 올라섰으나 지난해 다시 내려앉은 것이다.

신승철 한은 국민소득총괄팀장은 "지난해 대북제재의 영향으로 수출이나 생산활동이 아무래도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북한은 농림업 비중이 큰데 지난해 기후가 안 좋았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전력 사정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요인이 부정적인 쪽으로 작용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산업별로 보면 대부분의 분야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북한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농림어업은 전년 2.5%에서 지난해 -1.3%로 꺾였다.

가뭄 등으로 곡물 생산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북한 경제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축인 광공업도 석탄을 중심으로 광업 성장(-11.0%)이 나빠지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8.5%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20년 만에 가장 안좋아졌다.

제조업도 전년 8.4%에서 지난해 -6.9%로 역성장하며 지난 1997년 이후 20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에너지 자원 부족으로 중화학공업 생산(-10.4%)이 위축된 탓이다.

저수량 감소로 수력발전량이 줄면서 전기·가스·수도업도 -2.9로 부진세를 면치 못했다.

건설업도 -4.4%로 지난 2006년(-11.5%)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비스업은 0.5% 성장하긴 했으나 2013년(0.3%) 이후 가장 낮았다.

북한의 산업구조는 지난해 광공업과 건설업 비중이 줄어든 대신 농림어업과 서비스업 비중이 상승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농림어업은 명목GDP 대비 차지하는 비중이 22.8%로 전년대비 1.1%p 상승했고, 광공업은 전년대비 1.4% 하락한 31.8%로 집계됐다. 서비스업은 31.7%로 전년대비 0.6%p 올랐다.

한편 한은이 발표하는 북한 경제지표는 우리나라의 가격과 부가가치율 등을 적용해 추정한 것으로 우리나라 시각에서 남북한 경제력을 평가하기 위한 지표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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