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함경북도 라남탄광 기계련합기업소를 현지지도했다고 17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함경북도 라남탄광 기계련합기업소를 현지지도했다고 17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뉴시안=황재준 세종연구소 객원 연구위원]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에 관해 국내외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금년 들어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데다 역사상 처음으로 북미정 상회담까지 잇따라 개최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찌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갖고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현지지도 중이라는 이유로 그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갔다.

또 같은 이유로 평양에서 개최된 남북통일 농구대회에도 김정은 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후속조치 및 종전선언 시기를 놓고 미국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고, 급변하는 정세변화에 맞춰 내부결속에 치중하는 행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김 위원장은 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지 않았을까? 왜 남북관계의 전환을 모색하는 시점에 남북통일농구대회와 같은 상징성이 있는 행사마저 외면했을까?

단지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지도를 통해서만 이러한 물음에 답을 찾으려는 것은 “우물가 에서 숭늉 찾기”와 다름 없다.

그보다는 김정은 위원장은 왜 현 시점에 현지지도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무엇보다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행태의 하나로서 그의 현지지도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후 현지지도를 김일성, 김정일 선대 수령들처럼 자신의 권위를 강화하는 효과적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지난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후 권력을 승계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자신이 북한의 최고지도자라는 것을 북한 주민에게 각인시키는 것이며, 아울러 자신의 권력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공고화하는 것이었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집권 후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활동은 해마다 차이가 있지만 주로 군과 경제 분야에 집중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후 내건 ‘핵-경제병진노선’의 추진과 무관하지 않다.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지도는 당면한 현안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현재 시점에서 살펴보자.

김정은 위원장이 공개활동이 빈번해지고, 이를 대내외에 속속 공개하기 시작한 것은 금년 들어 세 번째 중국방문(6.20) 이후인 6월 말부터다.

중국과 근접한 평안북도 신도군 갈대 종합농장을 시작으로 신의주, 양강도 삼지연, 함경북도 일대에 이르기까 지 북·중 접경지역을 포함한 북부지역을 거의 3주에 걸쳐 집중적으로 시찰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말과 지시는 교시가 되어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언론매체를 통해 대 내외에 속속들이 공개되었다.

예컨대, 7월 17일자 노동신문은 파격 그 자체다. 평소 6면이었던 지면을 12면으로 발행한 것도 놀랄만한 일이지만, 이 가운데 무려 9개면이 모두 현지지도에 관련된 사진과 기사로 빼꼭히 채워져 있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기사내용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랄한 비판과 지적은 곧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으로 이어지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강도가 무척 높다.

내각은 말할 것도 없고 중앙당과 지방당 할 것 없이 “책임일꾼들의 관료주의적이고 형식주의적인 사업작풍”을 비판했다.

함경북도 어랑천발전소 건설이 30년 넘게 지지부진한 것을 강도 높게 질책하면서는 이 사업을 내각이 아닌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책임지고 완수하라는 지시까지 내린 상태다.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약 3주에 걸친 북부지역 일대의 대대적인 현지지도는 적지 않은 파장을 가져올 것이 분명해 보인다.

첫 번째는 내각과 당의 주요 책임자들의 문책성 경질과 이를 통한 인적쇄신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둘째, 경제를 책임지는 주체가 다시 내각에서 당으로 이동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내각을 통해 경제 전반을 관리하고자 했던 것이 전면 철회되고 당을 소위 ‘전위대’로 삼아 경제현안을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챙기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다만 이것이 경제 전반의 주도권을 당이 거머쥐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내각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경제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풀어가는 계기가 될 것인지는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

분명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작심하고 내부적 위기감과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김정은 위원장의 이러한 행보는 지난 4월 당중앙위 결정을 통해 기존 ‘핵-경제 병진노선’을 수정한 것이 단지 미국이나 외부를 향한 대외적인 제스처가 아니라 실제로 경제발전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그의 의지를 담은 것임을 분명하게 못박았다는 점이다. 

물론 퍼즐의 몇 조각만을 갖고 김정은의 북한이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은 무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일련의 현지지도가 시사하는 것은 김정은의 북한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는 보다 명확해졌다는 점이 다.

또한 분명한 것은 퍼즐의 나머지 조각들이 온전히 맞춰지기 위해서는 북·미간의 관계개선과 경제제재의 완화 내지 해제의 수순이 순조롭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남북관계의 개선도 당연히 이 연장선상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본 칼럼은 <세종논평> 2018년 7월 18일자 기고문을 보완해 작성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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