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은 24일 서울시 각지의 편의점을 찾아, 편의점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취재요청을 했다. (사진=송범선 기자)
뉴시안은 24일 서울시 각지의 편의점을 찾아, 편의점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취재요청을 했다. (사진=송범선 기자)

[뉴시안=송범선 기자] 내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되면서, 편의점 업계가 비상이다.

올해 최저임금이 7530원이므로 내년 시급은 820원 오른 것인데, 이를 두고 자영업자들은 너무 큰 폭의 상승이라고 언급한다.

현 세태는 3교대로 밤낮 없이 일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근무자가 마치 한국경제를 쇠퇴시키는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대해 뉴시안은 "편의점 알바도 할 말 있다"라는 주제로, 서울 시 내의 각 편의점 20~30대 아르바이트 근무자와 허심탄회하게 고충에 대해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휴수당을 둘러싼 업주와 알바의 싸움

최저시급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알바'들의 근무조건은 여전히 열악하다.

마포구 한 GS25에서 근무하는 박상희(23)씨는 “근로기준법상 주 15시간 노동은 주휴수당과 4대보험 적용을 받아 편의점 근무자도 원칙상 이러한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몇달 째 근로계약서는 쓰지 않았고 4대보험도 가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차를 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언급했다.

매주마다 원래 쉬는 날이 아니라면, 여름에 바다를 보러 휴가를 떠나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현행법상 연장수당, 야간수당, 연차수당 등은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된다. 편의점은 소수의 인원으로 근무하므로 사실상 이 혜택을 얻기는 거의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주휴수당의 경우 1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한 모든 사업장에 해당한다.

주휴수당이란 1주 동안 규정된 근무일수를 다 채운 근로자에게 유급 주휴일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즉, 주휴일에는 근로 제공을 하지 않아도 되며, 1일분의 임금을 추가로 지급받을 수 있다.

편의점은 1인 이상 근로자를 보유한 점포다. 따라서 편의점 근무자도 주휴수당은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박상희씨는 점주로부터 주휴수당을 요구할 경우, 다른 사람을 고용하겠다는 협박에 가까운 말을 들었다고 했다.

뉴시안은 24일 서울시 각지의 편의점을 찾아, 편의점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취재요청을 했다. (사진=송범선 기자)
뉴시안은 24일 서울시 각지의 편의점을 찾아, 편의점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취재요청을 했다. (사진=송범선 기자)

인격 모독, “나도 성인이다”

영등포구 CU편의점에서 근무하는 김성현(33)씨는 “반말하는 손님이 많다”며 “동등한 성인임에도 반말을 하면 수치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성현씨는 “편의점 근무자가 20~30대로 성인인데, 반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쁘다”고 언급했다. 더구나 김성현씨는 올해 33세로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라 손님들이 하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편의점 알바는 쉽게 보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다.

30대를 넘긴 김성현씨는 소위 말하는 프리터족이다.

프리터란 영어의 `자유로움"을 뜻하는 프리(free)와 독어의 "노동자"를 뜻하는 "아르바이터"(arbeiter)를 합성한 신조어다. 정규 직업을 갖지 않고 평생 프리랜서 및 아르바이트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회인 아르바이터"를 지칭한다.

김씨는 편의점 근무가 스스로 좋아서 선택한 일임에도 사회의 따가운 시선이 불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제품의 가격이 얼마인지 물어보는 손님이 많다”고 말한다.

카운터에 가까이 와서 바코드를 찍어봐야 제품의 가격을 알 수 있다. 편의점 근무자도 물건의 가격을 일일이 외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품의 가격을 멀리서 물어보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편의점 근무자가 바코드 인식기를 들고 그 곳으로 갈수 없는데 말이다.

손님들은 편의점 근무자를 자신보다 아래에 있는 ‘쉬운 사람’으로 여기기 때문에 가능한 상황이다.

음료를 마신 뒤, 뒷정리를 하지 않고 파라솔 테이블 위에 쓰레기를 버리고 간 모습. (사진=송범선 기자)
음료를 마신 뒤, 뒷정리를 하지 않고 파라솔 테이블 위에 쓰레기를 버리고 간 모습. (사진=송범선 기자)

쓰레기 전쟁

요즘 편의점 안에서 라면이나 음식을 먹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대해 양천구의 GS25 편의점에 근무하는 이지현(21)씨는 “다 먹은 음식은 편의점 내에 버리라고 구비된 쓰레기 통에 버리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바깥 파라솔에서 먹다가 쓰레기를 파라솔 테이블에 올려두고 그냥 가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그런 경우 편의점 근무자는 손님이 버려둔 물건들을 일일이 분리수거해야 한다.

음식을 먹은 뒤, 뒷정리를 하지 않고 파라솔 테이블 위에 쓰레기를 버리고 간 모습. (사진=송범선 기자)
음식을 먹은 뒤, 뒷정리를 하지 않고 파라솔 테이블 위에 쓰레기를 버리고 간 모습. (사진=송범선 기자)

또 바닥에 떨어져 있는 담배꽁초를 치우는 고충이 따른다고 말했다.

이씨는 “몇 발자국만 걸어가서 쓰레기 통에 버리면 되는데, 그러지 않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밖에 "소주를 구매해 간단한 안주와 함께 파라솔에서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문제는 크게 취해서 술주정을 부리는 경우, 정말 곤혹스럽다"고 언급했다.

소위 말하는 술취한 '진상 손님'이 편의점 내로 뛰쳐 들어와서 휘젓고 지나가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이씨는 "심지어 다른 곳에서 술을 마셔 취한 사람이, 편의점에 와서 횡포를 부리는 경우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지현씨는 이처럼 바람직하지 않은 편의점 문화가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시안은 야심한 밤에 편의점을 찾았다. (사진=송범선 기자)
뉴시안은 야심한 밤에 편의점을 찾았다. (사진=송범선 기자)

“야근과 정산은 무서워”

야간근무를 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어떨까.

뉴시안은 야심한 밤에,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 근무자를 찾아갔다.

구로구 CU에서 야근 근무를 하는 신정석(25)씨는 “야간 근무를 하는 중 강도가 들었다”고 밝혔다.

신씨는 “새벽에 야간근무를 하는데 강도가 들어 돈을 내놓아라고 해서, 편의점 내 현금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강도에게 돈을 줬다는 책임감에 많이 힘들었고, 협박을 당했다는 것에 무서웠다고 언급했다.

신씨는 "오늘도 그런 사건이 다른 편의점에 발생했다고 뉴스에서 봤다"고 말했다.

24일 서울 강동구 성내동 편의점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편의점 점주에게 전신 화상을 입힌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범행의 이유는 자신에게 친절하지 않아서였다.

이처럼 편의점은 범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편의점 근무자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같이 혼자 큰 점포를 지켜야하므로 언제든지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신정석씨는 “교대 시간에 정산을 하면, 돈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내 급여에서 충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신씨는 “처음에 안맞을 때는 몇 번 봐줬지만, 정산에서 돈이 맞지 않는 경우가 반복되자 점장이 급여에서 깎겠다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손님이 많지 않은 새벽 시간, 야간 편의점 근무자는 재고조사를 자주 하게 된다.

재고조사란 물품의 수량이 얼마나 있는지 장부상의 기록과 현재 상황을 체크하는 일이다. 이 경우에 수량이 기록과 맞지 않게 되면, 점주로부터 “몰래 그 음식을 먹은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게 된다.

만약 음식을 몰래 먹은 경우, 근무자가 그 음식 가격을 내야 하기 때문에 곤혹스런 상황에 직면한다.

편의점 근무자에게 재고조사는 필수 과제다. (사진=송범선 기자)
편의점 근무자에게 재고조사는 필수 과제다. (사진=송범선 기자)

이처럼 국내 편의점 업계에서는 근무자들의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서 830원 시급 인상은 그렇게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열심히 일하는 한국의 젊은 청춘들은 최저임금을 둘러싼 전국적인 논쟁에 마음이 불편하다. 

최저임금 이상은 절대 받을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한국사회에서 통용되는 최저임금이란 어휘는 적절한 명칭이 아닌지 모른다.

편의점 알바생들은 "최저임금을 보장받고 노동법과 근로기준법이 준수되는 직장에서 일하고 싶은 것이 뭐가 잘못된 것인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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