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중국 위안화 환율은 167원으로 1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뉴시스)
20일 중국 위안화 환율은 167원으로 1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뉴시스)

중국이 미국의 환율 압박에도 위안화 가치를 잇달아 절하함에 따라 국내 수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4일 위안화 기준치를 전날 대비 0.44% 절하한 1달러에 6.7891위안으로 설정 고시했다. 역외 시장에서는 6.83위안까지 올랐다. 위안화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나라 원화도 달러 환율이 전날 대비 3.80원 오른 1135.20원에 마감했다.

미중 무역전쟁에 이어 통화전쟁으로 번질까?

위안화 가치는 올 들어서만 5% 넘게 떨어졌다. 중국이 위안화를 큰 폭으로 평가절하하면서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이어 통화에서도 대치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달러 강세와 위안화 약세에 불만을 표하며 중국의 통화정책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나서자 전 세계는 미중 무역전쟁이  통화전쟁으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휩싸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달러 강세에 지급준비율 인하, 위안화 약세 유도 등으로 대응했다. 인민은행은 통화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위안화 절하 경향을 그대로 내버려두고 있는 것. 이러한 영향으로 올 초 1달러당 6.2위안대였던 위안화가 최근 6.8위안에 육박하게 됐다. 

문제는 국내 수출이다. 올 상반기 기준 우리나라 수출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1% 늘어난 24.8%에 달했다. 중국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이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반도체의 경우 중국 수출은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분야 수출이 호조를 보여 전년 대비 57.3% 급증했다.

석유화학 수출은 유가상승, 중국 정부의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수입수요 확대 등으로 전년보다 6.7% 증가했다. 

다만 디스플레이는 중국 기업 생산량이 늘어 액정표시장치(LCD) 가격이 하락하고 스마트폰 판매도 부진한 영향으로 수출이 전년보다 27.1% 감소했다.

위안화와 함께 움직이는 원화, 수출에 유리할까?

최근 위안화와 원·달러 환율이 동조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위안화와 원화 간 상관계수가 무려 0.60에 달할 정도로 중국 영향을 많이 받는다. 위안화가 절하되면 원화가 절하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원화 절하는 수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문병기 수석연구원은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수출 가격에서 유리해져 수출금액이 늘어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중국과 경쟁 측면에서 본다면 위안화 절하보다 원화가 덜 절하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했다. 

문 수석연구원은 "중국과 경쟁 관계가 있는 업종은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며 "위안화 평가 절하는 국내 수출에 긍정과 부정 요인이 섞여 있지만 전체적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수출에 긍정적이지만 중국발 위기에 취약한 점이 문제

반면 이번 위안화 절하가 한국 수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의 압박 속에서 위안화 절하가 이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위안화 절하 자체보다 중국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이면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가 위축되면 중국에 중간재를 많이 수출하는 우리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반적으로 중국 위안화 절하는 두 가지 효과가 섞여 있다"며 "중국에 중간재를 많이 수출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중국 시장이 안 좋아지고 있는 요인에 (위안화 절하는) 긍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중국에 영향을 많이 받는 ‘투자불안 10개국(T10: Troubled 10)’에 들어 있다.

미중 환율 전쟁이 본격적으로 전개되어 달러가 강세를 이어가면 신흥국 경제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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