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7일 일본 도쿄에서 올 리우 하계올림픽과 패럴림픽 메달리스트들이 카 퍼레이드를 벌이자 시민들이 열광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도쿄는 2020 하계올림픽 개최지다.(사진=뉴시스)
2016년 10월 7일 일본 도쿄에서 올 리우 하계올림픽과 패럴림픽 메달리스트들이 카 퍼레이드를 벌이자 시민들이 열광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도쿄는 2020 하계올림픽 개최지다.(사진=뉴시스)

[뉴시안=김경철 도쿄 통신원] 기록적인 폭우에 이어, 이번에는 기록적인 폭염이 일본열도를 덮치고 있다.

최고기온이 25도를 넘는 날을 여름 날씨, 30도를 넘으면 한여름 날씨, 35도를 넘으면 맹서(猛暑=모우쇼)일로 구분하고 있는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6월 25일에 교토가 첫 맹서일을 기록한 이래로 일본 각지에서 맹서가 이어지고 있다.

도쿄는 7월 14일 이후 10일 넘게 맹서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사이타마현 구마가야시의 최고기온이 41.0도, 도쿄도의 최고기온이 40.8도를 기록, 과거 최고 기온을 경신하는 ‘역사적인’ 맹서가 관측되기도 했다.

올림픽 개최 기간인 7월 24일~8월 9일까지의 일본은 1년 중 가장 더운 시즌

일본 기상청은 현재의 맹서는 8월 초순까지 계속될 것이며, 이후에는 진정세를 보이다가 8월말에서 9월초에 걸쳐 다시 한 번 맹서가 일본열도를 덮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재해수준의 무더운 날씨는 일본 국민들의 건강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의 일주일 동안, 열사병 등의 온열질환으로 병원에 후송된 사람이 2만 2천명, 사망자가 65명으로, 2008년에 주간통계가 시작된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 17일에는 학교 근처 공원으로 야외학습을 다녀 온 후 의식을 잃고 병원에 옮겨진 초등학교 1학년생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사건을 계기로 일본에서는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대한 에어컨 설치가 시급하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현재 일본의 공립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에어컨 보급률은 49.6%로 과반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더위에 취약한 노인들과 어린이들의 건강 대책과 더불어, 맹서와 관련되어 가장 큰 과제로 지적되는 것은 2년 앞으로 다가 온 도쿄올림픽의 안전 대책이다.

올림픽 개최 기간인 7월 24일~8월 9일까지의 일본은 1년 중 가장 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시기이다. 최근 들어 가장 무더웠던 2015년의 7월 24일~8월 9일까지 날씨를 보면, 총 17일 중 최고 기온이 35도를 넘는 날이 무려 10일이나 된다.

평균 습도는 70~80%, 시간 별로 살펴보면 오전 9시30분부터 이미 30도를 넘는 무더위가 시작되고 있다. 이런 날씨에 장시간의 야외활동은 선수들의 컨디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세계기록 갱신 등은 기대할 수도 없으며 잘못하면 선수와 관객들이 열사병으로 실려 나가는 최악의 참사올림픽이 될 수 있다.

날씨 상황을 고려해 일본 내에서는 한때 개최시기를 10월로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개최시기는 7월15일부터 8월30일 사이”라는 것이 IOC의 개최 조건이었기 때문에 애초부터 개최시기의 조정이 불가능했다.

IOC측에서 한 여름을 고집하는 이유는 중계권료 때문이다. 미국의 NBC 유니버설 방송국은 76억 5천 달러를 지급하여 도쿄 올림픽을 포함, 총 6번의 올림픽 독점 중계권을 획득했다.

경기장에 대형냉각기 도입하고 관객에게는 얼음 제공

그런데 가을은 프로 스포츠의 절정기로 유럽에서는 프로축구, 미국에서는 프로야구와 프로미식축구 리그가 클라이막스를 치닫는 시기이기 때문에 채널확보를 위한 과잉경쟁으로 인해 중계권료 수입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살인적인 무더위 속에서 올림픽을 무사히 치루어내는 것이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지상 과제가 된 것이다.

도쿄도와 조직위는 총 70억 엔의 예산을 들여 마라톤 코스의 도로에 단열 도료를 덧칠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가로수의 그늘을 넓힐 수 있도록 하는 가로수 정비작업을 진행 중이다.

도쿄의 거리에는 가두 미스트를 설치하여 공중에서 차가운 수증기를 발사하고, 도로에는 직접 물을 뿌려서 지면의 열기를 낮추는 방법도 실행된다고 한다.

이 밖에 경기장에 대형냉각기를 도입하고 관객에게는 얼음을 제공하는 한편, 응급요원을 증원하는 등의 열사병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모든 경기장에 얼굴인식 시스템을 도입하여 입장대기 시간을 ‘최장 20분’으로 줄인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모리 요시로 회장은 “위기는 기회라는 발상으로, (무더위 속에 진행되는) 도쿄올림픽이 일본의 더위대책 이노베이션을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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