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경재 ‘대지를 위한 바느질 ’ 대표 “작은 결혼식이 아름답다”
[인터뷰] 이경재 ‘대지를 위한 바느질 ’ 대표 “작은 결혼식이 아름답다”
  • 조현선 기자
  • 승인 2018.07.29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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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웨딩·마을웨딩·에코웨딩 컨설팅, 예복 맞춤부터 하객들 선물까지
-스몰웨딩 관심도 꾸준히↑ 실제 결혼 성사 비율 15% 정도 늘어
-한국의 결혼식, '혼주가 하객 초대하는 개념'인 만큼 부모님과 충분한 조율 필요

 

성북구에 위치한 '대지를 위한 바느질'의 사옥에서 만난 이경재 대표. (사진=조현선 기자)

[뉴시안=조현선 기자] 의미도, 스토리도 없는 샹들리에와 트렌드에만 맞춘 인테리어 안에서 진부한 결혼식을 올리는 게 싫었다.

긴 주례사 후 정작 주인공들의 짤막한 대답만으로 끝나버리는 결혼식도 싫었다. 여러 차례 미팅을 통해 예비 부부가 완벽한 주인공이 되도록 결혼식을 만들었다.

결혼식 직전까지도 걱정하시던 어머님은 식이 끝난 후 따로 전화까지 주셨다. 사옥에서 열리는 특별한 결혼식에 하객들은 집에 갈 생각을 않길래 시간 제한도 둘 수밖에 없었다.

친환경 소재로 만든 웨딩드레스 제작에서 시작한 사업은 스몰웨딩·마을웨딩·에코웨딩 컨설팅까지 이뤄진다.

예복 맞춤부터 예식에 쓰이는 꽃장식까지 한 번의 사용을 끝으로 버려지지 않도록 만들고 있다.

'대지를 위한 바느질'의 이경재 대표의 인생, 사업 스토리다. 지난 7월 25일 이 대표를 성북구에 위치한 사옥에서 만나 스몰웨딩의 현실과, 사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지를 위한 바느질'은 무슨 일을 하는가? 사업 영역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친환경 의류 제조 회사로 시작했다. 주요 분야는 친환경 웨딩드레스 및 예복 제작이다. 다만 친환경 드레스만으로 에코웨딩을 이름 붙이기엔 어려움이 있어 마을웨딩·스몰웨딩 등 전반적인 웨딩 컨설팅도 하게 됐다.

스몰웨딩 기반의 에코웨딩 뿐만 아니라 드레스·청첩장·부케 제작 등 단품 제작 의뢰도 받는다. 결혼은 곧 임신·출산·육아로 이어져 영유아를 위한 친환경 제품까지 만든다.

4년간 서울시 시민청 결혼식에 협력업체로 일했고, 지금은 자문만 하고 있다."

-'대지를 위한 바느질'을 시작한 계기는?

"우연한 계기로 대학원에 진학해 ‘그린디자인’ 을 공부했다. 개인전시회를 열면서 친환경 소재인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드레스를 전시하게 됐다. 혹시 입어줄 사람이 있을까 싶던 차에 한 예비 신부에게서 연락이 왔다. 결혼식에서 드레스를 입었던 신부가 개인 블로그에 작성한 글을 시작으로 입소문을 타게 됐다.

그후 스몰웨딩에 대한 인기도 점차 높아지면서 혼자서는 부족한 일손을 채우다 직원이 늘어 여기까지 왔다."

-한국사회의 판박은 듯한 결혼식에 대한 문제의식을 패션과 연결하게 된 과정이 흥미롭다. 웨딩의 비용과 환경의 문제에까지 관심을 기울이게 된 계기는?

"대학원 재학 중 전시회를 준비하던 해에 연예인의 화려한 결혼식이 화제가 됐다. 평소 같았으면 별 생각 없었을 텐데 환경 공부를 하고 있어서인지 관점이 달라지더라. 몇 시간의 결혼식을 위한 것 뿐인데 드레스가 얼마인지, 티아라가 얼마인지 포털에 온통 도배가 됐다. 단 하루의 결혼식에 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보통의 신부들이 드레스 한 벌을 많게는 4-5회까지 대여한다. 그 후 길어야 4시간 동안 입었던 것 뿐인데 많아야 5회의 사용 이후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폐기 처리되는 게 안타까웠다. 썩는 데에 최대 200년씩 걸리는 드레스 대신 한 달 만에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드레스를 만들게 됐다."

 

사옥 앞마당에 설치된 단상. 대부분의 커플이 주례를 두고 서지 않고 하객을 보고 선다. (사진제공=대지를 위한 바느질)

-웨딩 컨설팅도 맡고 있던데, 예비 신혼부부에게 어떤 조언을 들려주는가?

"하객들은 주로 혼주를 보러 오거나, 예비 부부를 보러 온다. 길게 늘어지는 주례사 후, 주인공들은 짧은 대답 한 마디씩 주고 받는 게 전부다. 일생의 대사인 결혼식인데 너무도 형식에 치우친 장면 아닌가?

예비 신랑·신부와 많게는 여섯 번까지 미팅을 한다. 평균 2시간 정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 부모님도 한 마디, 부부도 한 마디. 결혼식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돕는다.

조언을 많이 한다. 웨딩에 대한 오해를 가지고 오는 커플도 많고, 그 오해를 풀어주면 그 다음 과정은 쉬워진다. 두 사람이 모든 것과 조화를 이뤄야 더욱 아름다운 결혼식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한옥 마당에서의 결혼식에 화려한 서양식의 드레스가 조금은 이질적인 것처럼. 결혼식 당사자들이 시·공간과 어울려 완벽한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조언한다.

덕분에 드레스 상담만으로 들렀던 커플이 전반적인 컨설팅 후 마음을 바꿔 웨딩 전반을 맡긴 경우도 많다."

-다른 업체들과 차별화된 강점을 들자면?

"신부의 니즈와 체형에 맞춰 하나뿐인 드레스를 제작한다. 물론 친환경 소재로. 결혼식 하루만 입고 끝나지 않도록 수선도 한다.

신랑의 예복도 마찬가지다. 비싼 꽃 장식도 일회성으로 버려지지 않도록 뿌리가 살아있는 부케, 부토니아를 이용하고 화분을 하객 분들게 선물로 드릴 수 있도록 한다.

아직까지 스몰웨딩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 일반 예식장에선 하객이 얼마나 오든 간에 길어봐야 2시간의 예약에도 비싼 돈을 지불한다. 그게 아쉬워 사옥 앞마당을 빌려 준다.

하객 수가 적으면 적은대로 결혼식을 1·2부로 나눠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1부엔 부모님과 일가 친척들을 모시고 식을 올린다. 보통 2부에 신랑신부의 친구들을 상대로 파티처럼 진행한다. 시간을 정해두지 않았었는데 4시간으로 제한하게 됐다. 다들 이런 결혼식은 처음이라며 갈 생각을 않더라.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마을 웨딩으로 진행하게 될 경우 사옥에서 진행되는 예식을 성북구 내에서 해결하자는 취지다. 경력단절 여성들과 대학생 친구들의 힘을 빌리고, 하객 음식은 성북구의 맛집에서 가져온다."

-스몰웨딩은 이효리의 결혼을 전후로 트렌드가 바뀐 것 같다. 업계 종사자로서 이효리의 스몰웨딩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맞는 말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예비 신부들은 무조건 고급 호텔의 예식홀을 선호했다. 이효리가 제주도에서 스몰웨딩으로 식을 올렸다는 소식 전에는 그랬다.

연예계에서 이효리의 위치가 상당한 만큼 스몰웨딩을 선택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상징성을 가진 것 같다. 덕분에 스몰웨딩을 알고 있었지만 반신반의하던 대중에게 반향을 일으켰다고 본다.

무조건 성대하게, 무조건 비싸게 올리는 결혼식보다는 작지만 의미 있는 결혼식에 대한 인식이 생긴 것 같다."

결혼식장으로 사옥 앞마당을 빌려준다. 최대 120명의 하객까지 수용 가능한 공간. (사진제공=대지를 위한 바느질)

-스몰웨딩이 결국 ‘스몰머니웨딩’이라는 견해에 대해서는? 

"스몰웨딩은 무조건 금액을 줄이자는 게 아니다. 물론 금액은 상대적인 의미다. 같은 금액이라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르니 생긴 오해라고 본다.

또 스몰웨딩의 개념이 셀프웨딩과 혼합되면서 오해가 생긴 게 아닐까. 더구나 셀프 웨딩의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다. 셀프웨딩은 정형화된 패키지에서 벗어나 웨딩 과정 전체를 당사자들이 직접 챙긴다는 의미다.

모든 과정을 셀프로 진행하면 예식의 규모가 작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비용도 줄어든다. 대신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지 못하는 만큼 아쉬운 대목도 적지 않다고 본다. 결혼식을 찾는 어른들이 보기엔 취지와 다르게 규모를 줄여 돈을 절약한다는 등의 이야기도 나온다. 아마 그런 측면에서 스몰웨딩을 '싼 웨딩'으로 많이들 오해하는 것 같다.

지금은 다시 그 개념을 찾아가려고 하는 시기로 보인다."

-스몰웨딩의 바람직한 의미와 지향점은?

"스몰웨딩은 적은 금액의 결혼식보다는 역시 규모가 작은 결혼식이다. 물론 하객 수가 기준이 되는 건 아니다. 다만 '내가 썼던 만큼 받아야 할 사람들'은 평생 한번 뿐일 행사에서 잠시 제쳐도 좋지 않을까. 결혼식에 꼭 함께 하기를 원하는 사람들만으로,  최소한으로 줄이는 결혼식이 스몰웨딩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스몰웨딩 시장의 비즈니스 전망은?

"스몰웨딩이라면서 무조건 저렴한 가격을 강조하는 업체가 많아졌다. 쓸 데에 쓰지 못하고 업체끼리 가격경쟁을 한다. 사정을 모르는 이들에게 비춰지는 ‘작은 결혼식’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스몰웨딩이 트렌드인 건 맞지만, 현실적으로 스몰웨딩을 선택하는 커플은 아직까지 많지 않다. 그런데다 비춰지는 모습이 생각한 그림과 다르니 외면하는 커플들의 심정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아직은 과도기임에도 전보다 문의가 많이 늘었다. 스몰웨딩을 찾는 예비 부부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관련 업체도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상담을 받는 커플 중 결혼식까지 성사되는 경우가 15% 정도 늘었다.

부모의 반대는 당연하다. 부모 세대에선 스몰웨딩이 낯설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예비 혼주들을 위한 세미나도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 막상 스몰웨딩을 제대로 소개하면 대부분 좋아하신다.

개념만 제대로 정립되면 시장은 더 커지리라 본다."

 

사옥 앞마당에서 결혼식을 올린 부부. 하객들도 대체로 즐거워하는 분위기다. (제공=대지를 위한 바느질)


-앞서 언급한대로 부모 세대는 스몰웨딩이 낯설다. 그럼에도 스몰웨딩에 관심을 갖는 에비 부부에게 조언을 한다면?

"결혼식은 최종 종착지가 아니다. 부모와 자녀의 첫 조율점이 결혼식이라고 생각한다. 스몰웨딩이든 뭐든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쓴 결혼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결혼식의 주인공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결혼식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양의 결혼식과 다르게 아직까지 한국의 결혼식은 예비 신랑·신부가 아닌 혼주인 부모님이 하객을 초대하는 개념이다.  부모님과의 조율은 반드시 필요하다.

커플의 상담에 부모님과의 동석을 권하고 있다. 개념부터 제대로 설명하면 대부분은 이해하신 다. 특정한 이유가 있는 것보다 몰라서, 익숙하지 않아서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무조건 스몰웨딩을 고집하기보다 명확한 이유를 들어 설명하면 대부분 받아들이신다."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의 반응은 어떤가?

"부모님들이 집안 어른들의 반응을 걱정하신다. 그러나 의외로 어른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 특히 음식이 맛있다 고 칭찬하신다. 당연하다. 직원들이 몇 년간 직접 맛보고 선정한 성북구 최고 맛집에서 준비한 음식들이니까.

신랑신부의 친구들은 SNS 반응만 봐도 알 수 있다. 호평 일색이다."

-업계의 선두주자로서 목표가 있다면? 

"현재는 사옥이 위치한 성북구 내에서 마을 웨딩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전국적으로 확대시키고 싶다. 동네마다 유명한 맛집이 있듯 결혼식도 지역별로 특색 있게 만들고 싶다. 하객들에게 대접할 음식으로 마포 갈비가 메인 디쉬로 나오거나, 용두동 쭈꾸미가 나온다던가.

트렌드 추종에 급급해 의미 없는 인테리어로 획일화된 예식홀을 답습하고 싶지 않다. 지역의 역사나 문화를 담아 특색 있는 예식홀을 만들고, 다양한 형식의 결혼식을 만드는 게 목표다. 이런 사업을 혼자만의 힘으로는 할 수 없다. 마을웨딩을 컨설팅하는 청년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이들을 양성하는 과제를 중장기적 목표로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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